챗GPT 인생의 질문에 답하다 - 6천 년 인류 전체의 지혜에서 AI가 찾아낸 통찰
챗GPT.이안 토머스.재스민 왕 지음, 이경식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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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관점으로만 chatGPT를 바라보던 내게 시야를 넓혀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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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연결된 사회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오노 가즈모토.다카다 아키 엮음, 이진아 옮김 / 베가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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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 팬데믹을 통과하며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세계에서 철학자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지나치게 연결된 사회』 는 일본 PHP연구소의 오노 가즈모토와 편집부가 '신실재론'을 내세우며 주목받는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 Markus Gabriel 과 진행한 인터뷰를 편집한 형태로 엮은 책이다. 이전 슬라보예 지젝이 팬데믹을 철학적으로 사유한 책을 읽은 기억도 떠올려보면서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철학자의 생각을 마주해보는 시간. 





지나치게 연결된 사회

마르쿠스 가브리엘

베가북스



제1장 '사람과 바이러스의 연결' 에서는 같은 종, 즉 호모 사피엔스인 각 세계의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직면하여 동일한, 특정한 반응을 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바이러스 그 자체보다는 바이러스의 '표상'에 반응하고 있음을 먼저 이야기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팬데믹 이전과 달라진 지금의 모습을 여러 가지의 예로 설명하는데,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유럽에서 취해진 록다운 조치에 대한 이야기를 근대 초기의 정치철학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과 연결하는 부분이 흥미롭다. 홉스의 이론은 기본적으로 록다운 이론인데 그의 저서 <리바이어던>의 표지는 국가에 의한 폭력과 경찰을 정당화하는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페스트가 유행했던 상황을 그린 것으로, 의사들이 페스트 감염 예방용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것이 칼 슈미트 등이 언급했던 국가의 비상사태를 가리키는 '예외적인 상태'인 것이다. 이 예외적인 상태에서는 정부, 즉 행정기관이 독재 체제로 통치한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말살하는 형태의 독재가 아닌 예외적인 상태에서 국가를 위협하는 문제가 국가의 결단을 좌우하는 독재 정치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놓여있는 상황이 이러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저자가 속한 독일에서는 '독재'라는 단어가 더욱 조심스러운 터라 그는 '유럽 국가들은 위생 독재의 모델을 도입했다' 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각 장의 말미에는 인터뷰와 별개로 저자의 칼럼이 수록되어 있는데 앞선 인터뷰에서 언급되었던 내용이 좀 더 부연 설명되어 있다. 1장의 경우 홉스의 사회계약설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의 중학 교과서에서도 언급되는 내용이었던 터라 더욱 관심 있게 읽었다. 


제2장 '국가와 국가의 연결' 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미국의 예외주의를 이야기하고, 미국과 독일에서 쏟아진 음모론에 대해서도 다루는 등 국제 문제를 화두로 삼아 엮는다. 음모론의 온상으로 넷플릭스의 픽션영화들을 지목하거나, 정치화되어버린 언론, 소셜 미디어의 폐해를 지적한다. 일본에서 요청된 인터뷰다 보니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독일, 그리고 EU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일본의 상황 또한 지적하면서 나름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전반적으로 '윤리적' 인 부분을 강조한다. 윤리적인 정치가로서 독일의 정치가 앙겔라 메르켈을 언급하기도 하고, 윤리적 행동을 이끌어내는 사회의 조건은 무엇일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나눈다.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가운데, 세계화의 신자유주의적 해석이 환경을 파괴하고 막대한 피해를 가져왔기에, 신자유주의 경제가 만들어낸 부보다도 그것이 파괴한 부가 더 컸다고 주장하며, 그렇기에 신자유주의 경제 모델은 이제 끝날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는 제4장 '새로운 경제활동의 연결' 의 윤리 자본주의 미래와 연결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제3장 '타인과의 연결' 에서는 SNS의 심각한 문제를 풀어 해석한다. 본인이 바라지 않는 자기를 강요하는 SNS는 사람을 바꿔버린다는 지적은 크게 공감하게 되는 지점이다. '소셜 미디어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정체성(Identity)을 강매해 큰돈을 벌고 있다(p174)' 라며 새로운 소셜 미디어를 만들 것을 제안하기도 하고, 일본인, 독일인, 뉴요커의 커뮤니케이션을 비교하면서, 토론을 어려워하는 아시아인들을 위한 힌트를 제안한다. 디지털 교류가 크게 보급되어 있지만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사회적 고립이 높아진 통계를 제시하면서, 앞으로의 공동체와 '고독'의 형태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혼자 있는 것' 과 '고독'은 분명하게 구별해야 한다고 하면서 말이다. 



다양한 측면으로 '연결'과 변화에 이야기하던 저자는 마지막 제5장 '개인이 살아가는 본연의 자세' 에서 그가 '신실존주의(Neoexistentialism)'라 부르는 사고방식에 기반을 두고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다시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인생의 의미란', '신의 정체',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등의 근본적인 질문들이 글 사이에 놓인다.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일본 NHK 의 프로그램 '욕망의 자본주의 2019’, ‘욕망 시대의 철학 2020’ 등을 통해 일본에서 인지도가 더욱 높아진 철학자다. 



일본  NHK, 욕망 시대의 철학 2020


그가 『지나치게 연결된 사회』 5장에 걸쳐 이야기하는 '연결'에 관련된 것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되는 듯하다.  '사람과 바이러스의 연결' , '국가와 국가의 연결',  '개인과 개인 사이의 연결' 이다. 이 세 가지에 관한 철학자로서의 견해를 마주하고, 그가 예견하는 윤리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다 보니 그의 다른 책들이 저절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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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 - 보모 사진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현상하다
앤 마크스 지음, 김소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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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친치아 기글리아노 그림의  「나는 비비안의 사진기」 란 그림책을 만났었다. 아이와 그림책을 읽어보며 비비안 마이어라는 인물에 대해 함께 찾아보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마침 아이가 좋아했던 「신비한TV 서프라이즈」 라는 프로그램에서 비비안 마이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녀석이 아는 사람이라며 좋아하기도 했었다. 


비비안 마이어란 인물에 대해서는 이렇게 짤막한 단편 지식으로 알기는 했었으나 막상 그녀의 작품을 감상해볼 기회는 없었다. 여러 미디어에서 보여주던 잘 알려진 사진들만 보고 그렇게 호기심을 접었었다. 그러다 이번 「비비안 마이어」 란 '공인된 최초의 전기' 라는 책을 보니 눈이 번쩍 뜨였다. 




비비안 마이어

Vivian Maier

보모 사진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현상하다

앤 마크스 지음

북하우스



대기업 임원으로 일하고, 「윌스트리트 저널」의 최고 마케팅 경영자로 일해왔던 저자는 보통 사람들의 행태를 분석해온 자신의 경력을 활용하여 세상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의 생애를 둘러싼 비밀을 밝히기로 결심한다. 14만 장에 이르는 비비안 마이어의 아카이브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을 허락받고, 특유의 끈질김과 인내를 발휘하여 이 책의 집필의 기초를 마련한다.



덕분에 하드커버로 480여쪽에 이르는 이 책  「비비안 마이어」 에는 미출간 작품을 포함한 400여점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책 뒷부분에 정리된 찾아보기를 통해 비비언 마이어에 대한 키워드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저자가 참조한 방대한 분량의 참고 문헌 또한 수록되어 있다. ( 수록된 도판에 대한 찾아보기까지 제공되었으면 완벽한데! 아쉽게도 제공되지는 않는다. ) 





저자는 비비안 마이어의 유년기, 뉴욕에서 보낸 십대 시절을 서술하고, 프랑스와 뉴욕에서의 초기 작품들과 비비안 마이어의 행적을 함께 보여준다. 비비안이 사진 교실에 다녔다거나 정규 교육을 받았다는 기록은 찾을 수 없지만 뉴욕에 있는 동안 사진계와 교류하려고 노력하는 등, 실제로 활동하는 사진작가들을 관찰하고 끊임없이 연습하면서 기술을 습득한 걸로 보인다고 말하는 저자는 '비비안의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인간이 처한 보편적인 조건을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난 작가로 비비안을 설명하고는 한다.'(p142) 라고 말한다. 



비비안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타인과 함께하는 능력을 발전 시키지 못하고 결핍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작업에서 만큼은 인간의 애정을 예리하고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초기 작품의 뮤즈였던, 자신이 돌보았던 조앤과 그 가족을 떠났을 때의 일화는 그녀가 냉정한 사람이라는 여러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뒷받침해주면서, 비비안 스스로도 '자신이 따뜻함을 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뉴욕의 뮤즈, 1952년



비비안의 강박적 '저장 장애' 에 대한 이야기도 안타깝다. 어린 시절에 좌절과 분열을 경험한 사람은 정체성 문제와 낮은 자존감에 시달리다 통제감을 얻기 위해 저장 장애가 올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아이들은 흔히 사람을 신뢰하고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 문제가 생기며, 감정의 깊은 공허함을 채우려고 사람이 아니라 물건에 집착할 수 있다.'(p265) 라고! 비비안이 보모로 일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비비안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사진의 주제와 기술은 '피사체에 가까이 다가감으로써 더 많은 이야기를 담기 위해 피사체를 조금 덜 보여주는 방식' 이다. '패턴을 인지하고, 공간을 배열하고 구성하며, 프레임 안에서 빛과 움직임을 적절하게 분배할 수 있는 능력'(p270)을 타고났다고 분석하는 이도 있다. 



비비안의 사진에서 배경으로 작용했던 사회문제에 대한 부분 또한 흥미로운 주제였다. '비비안은 미국을 구성하고 있는 것들을 열린 마음으로, 포괄적이고 본질적으로 고민한 것'(p307) 같다는 다른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한 저자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권리향상,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자립과 사회정의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인종 관계, 뉴욕



비비안의 자화상 사진의 변화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는 가치가 없더라도 그녀에게 중요한, 자신의 개인사와 관련된 아이템을 사진에 담은 오래된 습관에서 그녀의 인생을 유추해볼 수 있기도 하다. 그렇게 사진을 남기는 일상은 마치 지금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찍는 일상 모습과 같아서 친근감이 들면서, 나도 그녀처럼 기록을 남기도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 사실 나도 일종의 기록광, 어쩌면 저장장애 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지라.. ) 그녀가 셀피(Selfie)의 원조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컬러 자화상, 시카고, 1970년대 중후반



그림자 자아, 시카고, 1967~1968년


마침 일하는 곳 근처에서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터라 곧 방문 예정이다.  「비비안 마이어」를 읽으며 비비안의 생애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녀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도 알아갈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책 속에 수록된 사진 중 관심이 가던 작품을 실제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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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 보통날의 그림책 2
칼릴 지브란 지음, 안나 피롤리 그림, 정회성 옮김 / 책읽는곰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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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난 내 아이를 만나고 나서 온라인에 발췌해놓고, 벽에 붙여놓았던 글이 있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The Prophet )」 에 나오는 '아이들' 에 관한 글이다. 당시 류시화 시인의 번역으로 읽었었는데,  "그대들의 아이들은 그대들의 것이 아닙니다." 로 시작하는 시는 아이를 한 명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사랑하리라는 내 다짐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했다. "아이들에게 육신의 집을 주되 영혼의 집까지 주려하지 마십시오. 아이들의 영혼은 그대들이 꿈에서도 찾아갈 수 없는 내일의 집에 살기 때문입니다"



이 시를 멋진 일러스트와 함께 그림책으로 다시 만났다.  사랑, 결혼, 선과 악, 일, 자유 등의 삶의 근원적인 주제에 대하여 깊이 있는 통찰을 전하는 칼릴 지브란의 산문시  「예언자」 가 아이들 눈높이 맞춘 그림책으로 나왔다. 한 페이지,한 페이지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다. 




예언자

The Prophet

칼릴 지브란 지음, 안나 피롤리 그림

보통날의 그림책 - 02

책 읽는 곰



칼릴 지브란의 산문시는 두 줄의 프레임이 그려진 페이지에 제목과 발췌된 텍스트가 놓인다. 프롤로그처럼 진행되는 처음의 이야기는 가상의 도시 오르펠리스에서 12년간 머무르며 고향으로 데려다줄 배를 기다리던 예언자 알 무스타파가 주민들에게 작별을 고하면서 시작된다. 



모든 주민이 작별을 아쉬워하는 가운데 떠나기 전 한 가지 부탁이라며 그가 깨달은 진리를 들려달라고 청한다. 그에게 들은 진리를 아이들에게 전하고, 아이들은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전할 테니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거라면서 말이다. 처음의 시작은 '사랑' 에 대하여, 이어 '결혼' 에 대하여 이어지는 질문은 다른 이들의 '아이들', '나눔', '기쁨과 슬픔', '옷', '사고파는 일', '죄와 벌', '자유', '이성과 열정', '우정', '쾌락', '작별' 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예언자(The Prophet )」 원문은 스물 여섯가지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나 그림책에는 아이들과 이야기해볼 수 있는 열 세가지의 주제가 담겨있다. 



안나 피롤리 (Anna Pirolli)






일러스트레이터인 안나 피롤리 (Anna Pirolli) 는 이전 다비드 칼리와 작업했던 「난 고양이가 싫어요」 란 그림책에서 만나본 적이 있는데, 이번 그림책의 일러스트는 붉은 색을 주조로 한 선명한 색감의 상징적인 이미지들을 그려낸 터라 아기자기한 느낌의 이전 책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그림을 먼저 보고 어떤 주제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것인지를 짐작해본다. 해와 달, 빛과 어둠. 이 장면은 '기쁨과 슬픔' 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대들은 슬픔과 기쁨 사이에 저울추처럼 매달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직 비어 있을 때만 평온한 가운데 균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p20)





'죄와 벌' 에 관한 일러스트를 보자. 개인적으로 이 그림은 일러스트만으로는 의미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텍스트를 읽고 나서야 시 속의 '나무 전체의 묵인 없이는 잎사귀 하나도 노랗게 물들지 못합니다'(p27) 란 문장과 어울리는 장면이다. 텍스트가 놓인 옆 페이지에서 나무 주변의 붉은 색 옷을 입은 사람들을 노란 옷을 입은 이가 쳐다보고 있다는 것도 놓치지 마시길. 




이 그림책은 '보통날의 그림책' 시리즈의 두 번째 권이다. 0세부터 100세까지의 전 연령을 아우르는 그림책을 엄선하여 독자에게 선보이는 시리즈다. 그렇기에 아이도, 함께 읽는 어른도 저마다의 느낌으로 책을 감상하게 된다.   



「예언자(The Prophet )」 는 1923년 뉴욕 크노프 출판사에서 처음 출간된 이래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단 한 차례도 절판되지 않은 책이라고 한다. 놀랍다. 순수한 문학서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철학적이고 순수한 철학서로 보기엔 너무나도 문학적이다. 레바논 출신의 작가인 칼릴 지브란이 짧은 생을 통해 추구했던 것은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영성과 물질주의, 동양과 서양의 화해였다고 한다. 그리스도교를 모태 신앙으로 하여 성경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지만, 이슬람교나 그 신비주의 분파인 수피즘으로부터도 많은 영향 받았다. 그는 여성의 억압이나 교회의 폭정에 분노했고, 당시 서아시아를 지배하던 오스만 제국으로부터의 자유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의 그러한 행적 때문에 한때 이슬람 사회에서는 칼릴 지브란의 책을 금서로 지정하고 불태우기도 했다. 



그림작가가 해석해 낸 또 다른 이미지를 만나는 시간이기에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칼릴 지브란의 시는 더욱 새로운 방향의 생각들을 이끌어 온다. 오랜 만에 만난  「예언자」 의 문장은 더욱 좋았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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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비밀 통로 - 2022년 랑데르노상 그림책 부문 수상작 국민서관 그림동화 258
막스 뒤코스 지음, 이주희 옮김 / 국민서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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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막스 뒤코스의 이름을 보고 전작인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 『잃어버린 천사를 찾아서』, 『비밀의 정원』 등을 떠올렸다가 그림체가 너무 달라져서 깜짝 놀랐다. 표지의 그림책 작가 이름을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막스 뒤코스의 작품인지도 몰랐을 듯! 2022년 랑데르노상 그림책 부문 수상작 『내 비밀 통로』 의 이야기다.

오래된 안락의자 같은 그림책이다. 『내 비밀 통로』 는 안락의자에 편안하게 앉아서 오래도록 머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글도 심플하고 편안하다. 무엇보다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는 이야기다. 내가 좋아하는 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그들도 사랑하게 만들고 싶다.

Un album comme un bon vieux fauteuil : on s’assoit dedans, on y est à l’aise, on pourrait y rester longtemps, seul ou à plusieurs. L’écriture est simple et confortable (encore !), et surtout, surtout, surtout, on avance dans l’histoire en se demandant comment elle va finir. En bref, c’est un album comme on les aime, et qu’on a envie de faire aimer à ceux qu’on aime en le leur offrant.

-랑데르노상(Le prix Landerneau Album Jeunesse 2022) 심사평 중에서



내 비밀통로

Mon passage secret

막스 뒤코스 ( Max Ducos )

국민서관

하드커버의 그림책 표지에는 오래된 회색빛의 돌로 된 터널로 이어지는 비밀통로의 입구가 정사각형으로 뚫려있다. 두 명의 아이들이 컷아웃된 구멍을 통해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소년은 빛을 비추고 있고, 소녀는 손가락으로 무엇인가를 가리키고 있다. 표지를 넘기며 우리는 비밀통로 속에 있는 그 '무엇'이 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시작이다.

비 내리는 일요일, 조부모의 오래되고 낡은 집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리즈와 루이는 비가 오니 밖에 나가 놀지도 못하고, 심심해서 죽을 지경이다. 일러스트 속의 이런 모습, 낯설지 않다. 요즘 아이들은 이럴 때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을테지.



그런 아이들에게 할아버지는 ‘내 비밀 통로’를 찾아보라는 말을 건넨다.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탐험을 시작한다. 아이들의 탐험은 2층 할아버지 방에서 시작하고 '보물'을 찾아내 할아버지에게 가져간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그런데 그것 말고 내 비밀 통로는 못 찾은 거냐?" 라고 한다. 아이들은 할아버지의 힌트에 따라 욕실로, 서재로, 지하실로 탐험의 공간을 옮겨간다. 이제 지루하기 짝이 없던 공간이 모험의 세계로 완전히 탈바꿈한다.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찾아서 가져올 때마다 할아버지는 계속 "그런데 그것 말고 내 비밀 통로는 못 찾은 거냐?" 라고 묻는다. 이 반복은 할아버지의 '비밀 통로' 는 어디에 있으며, 그 속에는 무엇이 있을지 끝까지 궁금하게 하는 요소다.




그림책 초반의 표정과는 매우 다른 아이들의 표정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집 안의 모든 것이 이제 아이들에게는 비밀 통로를 여는 장치처럼 여겨진다. 지루하게 여겨졌던 일상이 ( 스마트폰이 없어도, 게임기가 없어도 ) 얼마든지 즐거워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집과 그 주변이 훌륭한 놀이터이며 무엇보다도 상상력이 있으면 일상은 지루하지 않다.

문득 여름방학마다 갔었던 나의 외가집이 떠오른다. 외갓집에는 벽장을 열면 속에 계단이 있었고, 계단을 오르면 다락이 나왔었다. 용기를 불러일으켰던 다락방의 묘한 분위기와 더불어, 외할머니가 보관하시던 여러 물건들이 있었는데 동생과 내게는 매우 신기한 것들이 많았던 것이 떠오른다. 이제 내 부모님은 아파트에 사시다보니 내 아이에게는 장소가 불러일으킬 모험심은 크지 않겠지만, 녀석도 역시 창고로 쓰이는 방을 뒤지며 이런 저런 보물을 찾아내고는 했다. 나조차도 잊고 있던 추억의 물건들을 아이를 통해 발견하면 얼마나 기쁘던지.



할아버지의 진짜 '비밀 통로' 는 책 속에서 직접 확인해보시길. 막스 뒤코스의 재기발랄함을 느낄 수 있다. 문득 마지막 페이지에서 할아버지가 추억에 젖어 놀고 있는 기차놀이셋트를 보니 보관장소가 마땅치않아 동네에 나눠줬던 아이의 기차놀이 셋트가 떠오른다. 그림책 속 모습 같은 구성이었는데 말이다. 아이는 기차놀이셋트보다는 파워레인저 엔진포스 G12를 더 아쉬워하는 듯 하지만. 문득 막스 뒤코스의 추억들 또한 그림들 속에 숨어있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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