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곤하개 11
홍끼 지음 / 비아북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명을 책임진다는 건 너무 무거운 일' 이라고 운을 떼는 작가의 말에 매우 공감한다. 스스로 반려동물을 키우기에는 자신이 없는 나이기에 '랜선집사' 로 만족하고 있다. 자칭 '멍냥집사'인 홍끼의 웹툰 「노곤하개」 시리즈를 애독하면서.



노곤하개 파이널 시즌 11

구들 셋, 냥이 셋, 그리고 집사

우리들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홍끼 글, 그림

비아북



좌충우돌 초보 집사인 홍끼가 3멍 3냥을 책임지는 일상을 그려낸 이 웹툰은 '노곤노곤 멍냥집사의 극한 일상' 을 그려내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초보 집사였던 작가는 이제 프로 집사로 거듭났다. 이번 권에서는 파이널 시즌이기에 그동안의 여정을 간단하게 되돌아보는 에피소드들을 포함한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며 겪는 여러 에피소드들을 포착한 이야기들은 재미있다. 직접 겪었던 작가는 심장이 여러 번 내려앉고, 힘들고 지치는 사건 투성이일테지만 랜선으로 지켜보는 독자는 웃음이 난다. 마음놓고 웃을 수 있는 것은 그 사건들을 그려내는 작가의 시선이 따스할 뿐더러, 반려동물들을 향한 사랑이 잘 느껴지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명랑만화 풍의 코믹한 일러스트가 적재적소에서 등장하며 이야기를 더욱 살려주고 있기도 하다. 이야기를 서술하는 작가의 멘트 또한 위트가 넘친다. 작가의 시선으로 그려진 3멍 3냥( 재구, 흥구, 말랑구, 매미, 줍줍, 욘두 ) 의 모습 또한 사랑스럽고, "집사가 힘든가 보개", "얼른 집에 가시개", "이거 깨부수면 집사가 힘들겠다냐" 식으로 종에 따라 어미를 맞춘 그들의 속마음 또한 더욱 사랑스럽다. 3멍 3냥들은 에피소드의 끝에 실물 사진으로 등장한다. 




「노곤하개」, 말랑구라는 강아지편, p41


일상의 에피소드 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을 위한 정보 또한 등장한다. 관련된 에피소드의 뒤에는 필요한 정보들이 학습만화 마냥 별도의 코너를 두어 정리되어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을 위한 유용한 팁이다. 작가가 초보집사에서 프로집사로 거듭났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지 않은가. ( 프로의 스멜~ ) 



 


「노곤하개」, 고양이의 양치질편, p87



「노곤하개」, 고양이의 양치질편, p93


20컷으로 펼쳐지는 에피소드들도 재미있었지만, 이번 권에서는 여러 짤막한 이야기들이 모여있는 쇼트들이 더욱 재미있었다. 노곤하개냥 쇼트(1) 편의 재구의 방귀 에피소드에 나오는 이 컷을 보다가 퇴근 지하철에서 현실 웃음이 터져 난처하기도 했다는.



「노곤하개」, 노곤하개냥 쇼트(1)편-[1] 재구의 방귀, p69


[홍끼의 코멘터리] 코너에서는 「노곤하개」 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정리되어 있다. 소재를 포착하고, 스토리의 흐름을 정하고 콘티를 쓰는 과정 등을 보며 20컷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를 느끼게 된다. 파이널 시즌이라는 것이 매우 아쉽지만, 또 다른 이야기로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기를!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만큼 작았던 구들은 큰 멍멍이가 되었고, 애정은 쌓이고 쌓여서 1년째에는 1년을 더한 애정이, 지금에 와서는 8년만큼의 기억을 더한 애정이 있습니다. 앞으로 같이 보내게 될 시간은 또 더 큰 애정을 만들어주겠지요. 힘들고 지치는 일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 이상의 행복을 선물 받았으니까 괜찮을 겁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2파운데이션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3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류의 역사는 계속 되풀이되는 것일까.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시작이 「로마제국 쇠망사」 에서 비롯되었던 터라 도래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상상이 비슷하게 그려졌을 거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소설 속 우주세기에서도 인류의 역사가 비슷하게 반복된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우리 사회가 어떻게 움직일지 아는 것이야말로, 역사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이야기' 라고 평하기도 했다.  




제2파운데이션

Second Foundation

아이작 아시모프( Isaac Asimov )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2 

황금가지



해리 셀던이 계획한 두 개의 식민 행성 '파운데이션'은 서로 '은하계 저쪽 끝'에 세워졌다. 자연과학에 초점을 맞춘 제1파운데이션과 심리역사학과 정신과학에 초점을 맞춘 제2파운데이션이 세워졌지만, 존재감을 드러낸 제1파운데이션과 달리 제2파운데이션은 비밀로 남아있었다. 1,2권에서는 제1파운데이션이 우수한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야만적으로 변한 주변 행성을 여러가지 방식으로 장악한 과정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셀던 프로젝트에 따라 계속 발전해갈 것 같던 제1파운데이션은 갑자기 등장한 변종인간인 '뮬' 의 등장으로 위기를 겪는다. 인간의 마음을 파고들어 감정을 조종할 수 있는 뮬은 주변의 인물들을 감화시켜 자신의 수하로 삼고, 제1파운데이션을 정복한다. 


이를 지켜보던 제2파운데이션은 반격을 시도한다. 그러나 제2파운데이션은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서는 안된다. 뮬은 제2파운데이션을 찾아내려고 하고, 뮬과 제2파운데이션 사람들의 대결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제1파운데이션은 물리적인 힘이 우수하기에 제2파운데이션은 직접적 충돌을 피하면서 제1파운데이션을 통제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왔다. 뮬의 등장으로 잠시 위기가 오는 듯 하였으나 극복하고, 이후 제1파운데이션이 승리한 것처럼 위장하여 존재를 잘 감춘다. 제1파운데이션은 제2파운데이션의 존재를 잊어갈 듯 하다. 


 「제2파운데이션」 에는 뮬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저마다의 활약을 펼친다. 뮬을 효과적으로 방해하는 베이타 다렐이란 여성과 이후 그녀의 손녀인 아르카디아에 얽힌 에피소드가 흥미롭다. 무엇보다도  '은하계 저쪽 끝' 이라는 문장에 대한 물리학자와 사회과학자의 해석의 차이를 통해 제2파운데이션의 위치가 어떻게 오해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과정 또한 기발했다. 나도 깜빡 속았다.


어떤 의미에서 가장 놀란 일은 그 전체가 아이러니하다는 사실이야. 왜냐하면 400년 동안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은하계 저쪽 끝' 이라는 셀던의 말에 현혹되어 왔으니 말이야. 그들은 그 문제에다 그들 자신의 기묘한 물리학적 사고를 도입해서 분도기나 자를 가지고 반대 끝을 재고는, 결국은 은하계의 가장자리를 180도 돌아간 외곽성역의 한 점을 찾아내거나 아니면 원점으로 돌아왔지. (...)


만약에 의문을 가진 자가 있어서 해리 셀던이 사회과학자이지 물리학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기억했다면, 그리고 그에 따라 생각을 조금만 바꾸었어도 금방 해결할 수 있었을거야. 사회과학자에게 '상반된 양끝' 이란 무엇을 의미했을까? 

-p340



파운데이션이 설립된 배경과 그 과정을 잔잔하게 펼쳐보였던 1,2권에 비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들이 놀라웠던 3권 「제2파운데이션」 편이다. 점점 읽어가는 속도도 빨라지고 다음 권에 대한 기대도 커진다. 본격적인 제2파운데이션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하다.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제공도서 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때부터 백과사전 읽기를 좋아했다. 열 권짜리 '컬러학습대백과' 로 시작해서 매우 두툼한 세 권짜리 백과사전, 그리고 브리태니커 사전까지 찾아보고는 했다. 지금 아이의 공부를 도와주면서 아는 척 할 수 있는 잡식들은 그때 쌓인 것들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야 인터넷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면 쉽게 찾을 수 있던 정보들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자신이 흥미를 가지고 찾아보았던 것들에 대한 기록을 쌓아간다면 나만의 백과사전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여기 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말이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Nouvelle encyclopedie du savoir relatif et absolu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나는 이 책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 를 통해 처음 인식했었다. 소설 속에서 곤충학자 에드몽 웰즈라는 인물을 이 책의 저자로 설정하고 여러 지식들을 수록해놨었기 때문이다. 이후 에드몽 웰즈 대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이름으로 이 책이 나왔을 때 반가웠던 이유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그가 열네 살 때부터 쓰기 시작한 거대한 잡동사니의 창고이면서 그의 보물 상자이기도 한 이 책은 박물학과 형이상학, 공학과 마술, 수학과 신비 신학, 현대의 서사시와 고대의 의례 등을 넘나든다. 그의 시선으로 만나 보는 세상은 새롭고 경이롭게 느껴진다.


1996년 처음 383항목으로 나왔던 이 책은 이제 542항목으로 대폭 늘었다. 그의 소설에서 언급되었던 이 백과사전 속에 반대로 소설 속 내용들이 수록되었다. 소설 「개미」 , 「신」 , 「제3인류」 나 「죽음」 에서 추려낸 내용들이 담겨있다. 그의 소설을 읽은 팬들은 소설에서 만났던 내용들에 반가움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5장 신들의 신비, 6장 신들의 숨결, 7장 우리는 신 등 무려 세 장에 걸쳐서 신에 대한 지식들이 정리되어 있는데, 그가 소설 「신」 을 쓰면서 얼마나 많은 조사를 했는지를 짐작하게 된다.


제목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이란 모순적인 표현을 음미해본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읽는 이들이 제각기 다른 의미를 발견하고, 스스로의 기억을 적용시켜 이 책을 고쳐 나가는 몫을 맡기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썼다고 말한 바 있다. 나는 신에 관한 챕터를 읽으면서 함께 읽고 있던 매들린 밀러의 소설 「키르케」 나 「아킬레우스의 노래」 와 연계 독서를 했고, 아이의 기말고사를 도와주며 '토머스 홉스' 에 대해 지식과 더불어 새로운 추억을 덧붙였다. 



프롤로그에서 '백과사전을 구성하는 일은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을 연상' 시킨다라고 운을 떼는 베르베르는 꽃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골라서 자르고 다듬어 어울리게 섞는 플로리스트처럼, 자신이 접한 지식들과 이야기를 엮어 지식모음집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과거 신문이나 잡지를 스크랩 하던 느낌과 비슷하기도 하다. 그가 '스크랩' 해놓은 이 지식들을 나는 재미있게 '골라' 읽었다. 그리고 그가 바란 것처럼 나만의 특별한 기억들을 덧붙여 또 다른 나만의 백과사전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은 도끼다 (10th 리미티드 블랙 에디션) - 특별 한정판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10주년 기념 블랙 에디션의 「책은 도끼다」 를 읽으며 재독(再讀)의 만족감에 더하여, 예쁜 책을 수집했다는 수집욕까지 채웠다. 원래부터 이른바 '케이스부심' 이 있던 터라 세련된 블랙케이스에 담긴 책을 볼 때마다 더욱 흐믓해진다. ( 이럴 때마다 가끔은 내가 독자에 더하여, 책 수집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

 




책은 도끼다

10th 리미티드 블랙 에디션

박웅현

북하우스



세련된 블랙 케이스 속에 타이포그래프로 한글의 조형미를 강조한 제목을 올린 리커버 표지의 책이 들어있다. 케이스를 펼쳤을 때 보이는 형광초록의 느낌도 강렬하다. 자석이 들어있어 접으면 저절로 닫히는 케이스다. 인문학적인 감수성과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하는 많은 광고를 만들었던 저자는 이 책 「책은 도끼다」 를 통해 자신만의 독법을 독자들에게 선보이며, 자신의 창의력과 감수성을 일깨운 책들을 소개했다. 책의 시작은 경기창조학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 강독회였고, 강독회의 내용을 책으로 묶어낸 것이기에 부제로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가 달려있다.



「책은 도끼다」  속에 소개된 책 탑


이 책에 소개된 내용을 읽은 후 여러 책 모임에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를 함께, 다양한 시선으로 읽었던 기억도 떠오른다. '다양한 캐릭터와 주변 환경이라는 장치들은  「안나 카레니나」 가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닌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통찰력 있는 대작으로 평가받는 이유'(p260) 라는 소개 덕분이었다. ( 그동안 단순한 연애소설로 기억하고 있던 한명으로서 살짝 부끄러워하면서 말이다. )


이 책 덕분에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가 인생책이 되었다고 이야기하던 회사동료도 떠오른다. 생각보다 행동, 육신이 만족해야 영혼이 기쁨으로 넘치게 된다는 것, 머리로 이해하지 말고 가슴으로 이해하라고 말하는 조르바를 부러워하게 되었다던 대화도 함께.

나는 알렝 드 보통의 책을 새롭게 발견했었다. 그의 책 「불안」은 물론,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를 통해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까지 독서가 확장되었지만 우선 그래픽노블과 그림책을 먼저 읽었다. 그리고 이어 10권짜리 세트를 사놓고서는 완독을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알렝 드 보통에 의하면 마르셀 프루스트가 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의미는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면서 '우리가 시간을 잃어버리며 살고 있다는 것' 이라고 한다. '죽지 못해 산다면서 평생을 놓치고 있으니까 삶을 낭비하지 말고 삶에 대해 감사해하며 현재의 순간순간을 모두 사랑하라는 얘기를 알랭 드 보통은 프루스트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p126). 이 문장 때문에 세트를 장만했던 기억만이 오롯하다. 



그나저나 오래 전 읽었을 때의 계절은 겨울이 아니었나보다. 이번에는 유독 '햇살의 철학, 지중해의 문학' 편이 눈에 들어왔다. 덕분에 책장을 뒤져 알베르 카뮈와 장 그르니에의 소설을 꺼내놨다. 아이와 읽으려고 장만해뒀던 오주석의 책들도 다시금 떠올리며 「한국의 미 특강」과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을 찾아둔다. 한 권 정도 간략히 아이와 읽은 기억은 있는데 제대로 다 읽은 기억은 없다. 이렇게 찾아둔 책들이 이 책의 제목처럼 내 감수성도 깨기를 바라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다독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많이 읽었어도 불행한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안나 카레리나」에서 톨스토이가 말한 것처럼 기계적인 지식만을 위해 책을 읽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러니 다독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시길 바랍니다. 다시 카프카로 돌아가면 책이 얼어붙은 내 머리의 감수성을 깨는 도끼가 되어야 합니다. 그냥 읽었다고 얘기하기 위해 읽는 건 의미가 없어요. 단 한 권을 읽어도 머릿속의 감수성이 다 깨졌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겁니다. 


- p317



다시 읽어도 좋은 책이다. 잊고 있던 것들을 다시 확인하고픈 마음에 읽었던 책들도 다시 찾아두게 된다. 책 속에서 만난 저자의 독법과 시선 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내 삶의 궤적이 같은 책을 다르게 느끼게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가 희망했던 것처럼 '이 책이 다른 책으로 가는 다리가 될 수 있으리라는 작은 기대' 를 품으면서 곧 내 아이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지막 수업 팡세 클래식
알퐁스 도데 지음 / 팡세미니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익숙한 듯 하면서도 막상 떠올려보면 잘 떠오르지 않던 알퐁스 도데의 단편집을 오랫만에 읽었다. 교과서에 늘 나오던 「별」 을 비롯하여, 표제인 「마지막 수업」 처럼 읽었던 단편은 다시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고, 「왕자의 죽음」,  「숲속의 군수」 같은 작품은 처음 만났다. 무엇보다도 이전에는 그저 교과서 수록 소설의 작가로만 기억했던 알퐁스 도데에 대해서도 찾아보게 되던 시간이다. 



마지막 수업

La Dernière Classe

알퐁스 도데 원작, 이영 엮음, 이석 그림

팡세미니 



알퐁스 도데는 시적인 면이 넘치는 유연한 문체로 불행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고향 프로방스 지방에 대한 애착심을 주제로 하여 인상주의적인 자신만의 작풍이 선명한 작가다. 


이 책에는 「마지막 수업」, 「별」, 「꼬마 간첩」, 「스갱씨의 염소」, 「황금 두뇌를 가진 사나이」, 「왕자의 죽음」, 「숲 속의 군수」 의 단편 일곱 편이 일러스트와 함께 실려있다. 「미니멀리즘 클래식」 에 포함된 시리즈라 전체 원문보다는 조금 각색되어 수록되었다. 원작의 「스갱씨의 염소」 는 시인 그랭그아르의 이름을 부르며 시작되지만, 이 책에서는 그랭구아르의 존재는 제외시키고 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식으로 말이다. 


프로방스 산기슭의 한 어린 목동이 마음속으로 좋아하던 주인 아가씨와 별을 보며 밤을 지샌, 순수한 마음을 그린 단편  「별」은 1869년에 출판된 첫 단편소설집 《풍차방앗간편지 Lettres de mon Moulin》에 실린 소설로, 작가의 고향인 프로방스 지방의 목가적인 생활을 배경으로 하여 별과 인간의 낭만적인 서정을 한폭의 수채화처럼 그려낸 작품이다. 목동이 들려주는 별 이야기를 듣다가 목동의 어깨에 기대어 잠든 아가씨. 그리고 아가씨를 바라본 목동의 생각은 다시 읽어도 참 어여쁘다. 


나는 몇 번이나 거듭해서 가슴 속 깊이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 수많은 별 중에서 가장 어여쁘고 가장 찬란한 별 하나가 길을 잃고 헤매다, 내 어깨에 사뿐히 내려앉아 고요히 잠든 것이라고! 


- p66



「스갱씨의 염소」를 읽으며 자유에 따르는 책임에 대한 생각을 열다가,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떠올려보기도 하고, 결국은 늑대에게 잡아먹힌 염소 블랑케트의 선택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짧은 단편을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게 되다니 놀랍기도 하다. 「황금 두뇌를 가진 사나이」 를 읽다가 법정 스님의 「스스로 행복하라」 에 언급된 책이라는 것을 떠올리며 스님의 책을 다시 꺼내어 읽어보게 되기도 했다.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돋우는 책이면서, 큼직한 폰트와 일러스트의 단편인지라 아이들과 함께 읽기에도 좋은 편집의 책이기도 하다. 깜찍한 판형의 이 시리즈를 모아 책장에 꽂아둬도 참 예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책은 읽는 것도 행복하지만 꽂아두고 보기에도 좋으면 더 행복하다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