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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업 ㅣ 팡세미니
알퐁스 도데 지음 / 팡세미니 / 2021년 11월
평점 :
익숙한 듯 하면서도 막상 떠올려보면 잘 떠오르지 않던 알퐁스 도데의 단편집을 오랫만에 읽었다. 교과서에 늘 나오던 「별」 을 비롯하여, 표제인 「마지막 수업」 처럼 읽었던 단편은 다시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고, 「왕자의 죽음」, 「숲속의 군수」 같은 작품은 처음 만났다. 무엇보다도 이전에는 그저 교과서 수록 소설의 작가로만 기억했던 알퐁스 도데에 대해서도 찾아보게 되던 시간이다.

마지막 수업
La Dernière Classe
알퐁스 도데 원작, 이영 엮음, 이석 그림
팡세미니
알퐁스 도데는 시적인 면이 넘치는 유연한 문체로 불행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고향 프로방스 지방에 대한 애착심을 주제로 하여 인상주의적인 자신만의 작풍이 선명한 작가다.
이 책에는 「마지막 수업」, 「별」, 「꼬마 간첩」, 「스갱씨의 염소」, 「황금 두뇌를 가진 사나이」, 「왕자의 죽음」, 「숲 속의 군수」 의 단편 일곱 편이 일러스트와 함께 실려있다. 「미니멀리즘 클래식」 에 포함된 시리즈라 전체 원문보다는 조금 각색되어 수록되었다. 원작의 「스갱씨의 염소」 는 시인 그랭그아르의 이름을 부르며 시작되지만, 이 책에서는 그랭구아르의 존재는 제외시키고 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식으로 말이다.
프로방스 산기슭의 한 어린 목동이 마음속으로 좋아하던 주인 아가씨와 별을 보며 밤을 지샌, 순수한 마음을 그린 단편 「별」은 1869년에 출판된 첫 단편소설집 《풍차방앗간편지 Lettres de mon Moulin》에 실린 소설로, 작가의 고향인 프로방스 지방의 목가적인 생활을 배경으로 하여 별과 인간의 낭만적인 서정을 한폭의 수채화처럼 그려낸 작품이다. 목동이 들려주는 별 이야기를 듣다가 목동의 어깨에 기대어 잠든 아가씨. 그리고 아가씨를 바라본 목동의 생각은 다시 읽어도 참 어여쁘다.
나는 몇 번이나 거듭해서 가슴 속 깊이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 수많은 별 중에서 가장 어여쁘고 가장 찬란한 별 하나가 길을 잃고 헤매다, 내 어깨에 사뿐히 내려앉아 고요히 잠든 것이라고!
- p66
「스갱씨의 염소」를 읽으며 자유에 따르는 책임에 대한 생각을 열다가,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떠올려보기도 하고, 결국은 늑대에게 잡아먹힌 염소 블랑케트의 선택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짧은 단편을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게 되다니 놀랍기도 하다. 「황금 두뇌를 가진 사나이」 를 읽다가 법정 스님의 「스스로 행복하라」 에 언급된 책이라는 것을 떠올리며 스님의 책을 다시 꺼내어 읽어보게 되기도 했다.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돋우는 책이면서, 큼직한 폰트와 일러스트의 단편인지라 아이들과 함께 읽기에도 좋은 편집의 책이기도 하다. 깜찍한 판형의 이 시리즈를 모아 책장에 꽂아둬도 참 예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책은 읽는 것도 행복하지만 꽂아두고 보기에도 좋으면 더 행복하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