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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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백과사전 읽기를 좋아했다. 열 권짜리 '컬러학습대백과' 로 시작해서 매우 두툼한 세 권짜리 백과사전, 그리고 브리태니커 사전까지 찾아보고는 했다. 지금 아이의 공부를 도와주면서 아는 척 할 수 있는 잡식들은 그때 쌓인 것들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야 인터넷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면 쉽게 찾을 수 있던 정보들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자신이 흥미를 가지고 찾아보았던 것들에 대한 기록을 쌓아간다면 나만의 백과사전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여기 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말이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Nouvelle encyclopedie du savoir relatif et absolu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나는 이 책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 를 통해 처음 인식했었다. 소설 속에서 곤충학자 에드몽 웰즈라는 인물을 이 책의 저자로 설정하고 여러 지식들을 수록해놨었기 때문이다. 이후 에드몽 웰즈 대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이름으로 이 책이 나왔을 때 반가웠던 이유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그가 열네 살 때부터 쓰기 시작한 거대한 잡동사니의 창고이면서 그의 보물 상자이기도 한 이 책은 박물학과 형이상학, 공학과 마술, 수학과 신비 신학, 현대의 서사시와 고대의 의례 등을 넘나든다. 그의 시선으로 만나 보는 세상은 새롭고 경이롭게 느껴진다.


1996년 처음 383항목으로 나왔던 이 책은 이제 542항목으로 대폭 늘었다. 그의 소설에서 언급되었던 이 백과사전 속에 반대로 소설 속 내용들이 수록되었다. 소설 「개미」 , 「신」 , 「제3인류」 나 「죽음」 에서 추려낸 내용들이 담겨있다. 그의 소설을 읽은 팬들은 소설에서 만났던 내용들에 반가움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5장 신들의 신비, 6장 신들의 숨결, 7장 우리는 신 등 무려 세 장에 걸쳐서 신에 대한 지식들이 정리되어 있는데, 그가 소설 「신」 을 쓰면서 얼마나 많은 조사를 했는지를 짐작하게 된다.


제목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이란 모순적인 표현을 음미해본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읽는 이들이 제각기 다른 의미를 발견하고, 스스로의 기억을 적용시켜 이 책을 고쳐 나가는 몫을 맡기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썼다고 말한 바 있다. 나는 신에 관한 챕터를 읽으면서 함께 읽고 있던 매들린 밀러의 소설 「키르케」 나 「아킬레우스의 노래」 와 연계 독서를 했고, 아이의 기말고사를 도와주며 '토머스 홉스' 에 대해 지식과 더불어 새로운 추억을 덧붙였다. 



프롤로그에서 '백과사전을 구성하는 일은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을 연상' 시킨다라고 운을 떼는 베르베르는 꽃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골라서 자르고 다듬어 어울리게 섞는 플로리스트처럼, 자신이 접한 지식들과 이야기를 엮어 지식모음집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과거 신문이나 잡지를 스크랩 하던 느낌과 비슷하기도 하다. 그가 '스크랩' 해놓은 이 지식들을 나는 재미있게 '골라' 읽었다. 그리고 그가 바란 것처럼 나만의 특별한 기억들을 덧붙여 또 다른 나만의 백과사전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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