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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1
장미셸 게나시아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한 소년이 성장하는 것과 역사와의 상관관계는 어떻게 될까. 그 시절을 살아온 시대와 역사적인 배경이 한 소년이 성장하는데 많은 역할을 하리라 생각해보지 않나. 장미셸 게나시아라는 작가의 소설, 이름도 거창한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이란 책을 읽게 되었다. 장폴 사르트르와 조제프 케셀이 마주앉아 체스를 두고 있다는 짧은 뒷표지의 글 때문에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었다. 어떤 내용을 다룰까. 체스를 두고 있다고 했으니 체스에 관한 이야기일까. 소년이므로 분명히 성장소설일 가능성이 높은데 과연 시대적 배경은 어느 시대쯤 될까. 내가 생각하기에 소년 미셸이 본 사르트르와 케셀의 체스를 두는 장면은 소년 미셸의 꿈 아니면 상상이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소설의 시작은 1980년 장폴 사르트르의 죽음에서부터 시작한다. '오늘 우리는 한 작가를 땅에 묻는다.'로 소설은 시작되었다. 장폴 사르트르의 장례식장에서 그는 오랜만에 파벨을 만났다. 사샤가 죽은후 그곳을 피해왔던 꼬마 미셸은 21년전 중학생이던때의 미셸에게로 돌아간다. 사샤와 레오니트 그리고 이고르와 함께 했던 그 시간속으로. 기억은 우리를 슬프게도 하지만 기억은 하나의 추억이 되어 아무리 잊고자해도 잊혀지지 않는 추억으로 남아 오래도록 우리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다. 미셸에게 형 프랑크와 형의 친구 피에르와 피에르의 여동생 세실의 만남이 그중 하나였고, 또하나는 테이블풋볼의 달인이었던 미셸에게 놀이터였던 발토에서의 체스클럽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에서 만난 이들이었다.

 

  때는 1959년. 알제리전쟁이 한창이던 때였다. 알제리 독립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나뉘어 집안에서조차 형 프랑크는 알제리 독립에 찬성하는 쪽이었고 외가쪽과는 반대의 입장에 서 있었다. 역사와 지리에는 특별한 능력을 보였지만 수학에는 젬병이었던 미셸의 즐거움은 테이블 풋볼이었다. 친구와 함께 테이블풋볼을 하던 미셸은 비스트로의 안쪽 깊숙한 곳에 쳐진 커튼 사이로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장폴 사르트르와 조제프 케셀의 체스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의 삶은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사라트르와 케셀은 클럽의 정회원은 아니었고 클럽에 모여든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곤 했었다. 클럽에 상주하는 사람들은 공산주의를 피해 도망친 망명자들이었다.

 

  레닌그라드로 불리던 곳에서 의사를 하다 프랑스로 오게 된 이고르와 반나치 투쟁을 하다 프랑스로 망명한 독일인 베르네르가 체스클럽을 결성했고, 소련의 공군조종사로 일하다가 민간항공기의 기장으로 일하다가 밀렌을 만나 서방세계로 오게된 레오니트도 그 중의 한 인물이다. 이곳에서는 헝가리의 명배우였으나 프랑스에서는 제대로 된 배역을 맡지 못해 임레에게 빌붙어 살았던 티고르. 불가리아 주재 체코 대사였지만 야간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파벨 등이 클럽의 회원들이다.

 

작품에는 작가의 삶을 넘어서는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작가들을 선택할 때는 그들이 어떤 작품을 만들어냈는가를 보아야지 그들이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따지면 안되는 것이었다. (..... .....) 어느 비열한 작자의 소설을 읽고 좋아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죄를 용서하거나 그 작가의 재능을 인정하는 것이지 그의 도덕성이나 이상을 인정한다는 뜻은 아니거든. (1권, 67페이지)

 

 우리는 종종 우리 삶이 달라지기를 바란다. 무언가 다른 것을 꿈꾸지만 대개는 변하는 것이 없다. 우리는 다짐을 하고 '만약'을 가슴에 품은 채 나아가지만, '만약'들은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기다리다가 우리 삶이 더 나아질 시점에서 물러선다. 그렇게 세월은 우리의 묵은 맹세나 사라진 맹세를 안고 흘러간다. (1권, 245페이지)

 

누구나 살아가면서 얼마간의 실수를 저지른다. 그래서 맞건 틀리건 실수의 이유를 찾아내고, 때로는 변명이나 핑계를 생각해내기도 한다. 가장 고약한 것은 자신이 지독하게 어리석었음을 깨닫는 것이다. (1권, 374페이지) 

 

 

 

 

  체스클럽이라지만, 이고르의 도움으로 정식 회원의 된 미셸이지만, 그저 미셸의 성장담에 있어 클럽의 회원으로만 남아 있을 회원들인데 작가는 이고르가 프랑스에서도 의사로서 사람들을 돌보고 싶었으나 자격증이 없어 환자들을 돌보지 못하고 택시운전기사로 일해야 했던 과정들을 아주 상세하게 기술했다. 이고르 뿐이던가. 레오니트 또한 체스클럽의 유명한 체스 선수였지만 과연 미셸의 삶에 어느 정도 중요한 역할일까 싶을 정도로 레오니트의 상황, 단 한 사람의 연인인 밀렌과의 애정사를 말하는 부분에서도 조금은 의문이었다. 미셸이 만난 사람중 가장 궁금한 인물은 누가 뭐라해도 사샤라는 인물이었다. 수수께끼의 인물인 사샤. 그가 사는 곳, 그가 체스클럽에 들어와도 누구하나 아는척하지 않았던 점. 더구나 이고르와 레오니트는 그를 때리거나 죽이고 싶어할 정도로 미워했던 점이 의문스러웠다.

 

  모든 이들이 배척하고, 사샤가 없는듯 그를 무시했지만, 미셸만은 사샤와 가깝게 지냈다. 우연히 사진을 현상하러 간 '포토라마'에서 그를 발견하고는 그의 사진을 현상하는 솜씨. 비밀에 쌓여있지만 그에게 시를 외워 불러주고 카미유와도 어떻게 해야할지 알려준 사람이 그였다. 허름한 집. 화장실 한구석에 있던 비밀금고, 늘 목에 걸고 다니던 열쇠. 그의 정체를 알려고 했지만 누구하나 그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사샤라고만 불렸을뿐, 그의 성을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결국에 이고르와 사샤, 레오니트의 관계가 책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나타나게 되었다. 분명 어떻게든 연결고리가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앞섰고, 사샤의 죽음으로 그 관계가 드러났던 것이다.

 

어떤 남자도 상상조차 못한 것을 감내해야 하는 순간들, 인생에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를 울리는 것, 그녀를 거칠게 뿌리쳐야 하는 것, 매달리는 그녀를 떼어내야 하는 것, 그녀가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면서 돌아보지 않는 것, 눈길에서 무너져내리는 것. 그녀의 외침과 울음소리는 그의 몸을 갈기갈기 찢었고 그의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 그의 귓가에 울리는 것은 바로 그 소리들이었다. (2권, 435페이지)

 

우리가 무엇을 하든 그 죄에 대한 용서를 바랄 수는 없을 거야. 하지만 너는 달라. 망각에서 구원될 가치가 있는 사람들의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너는 알아낼 거야. 아름다운 것은 기억밖에 없어. 나머지는 먼지고 바람이야. (2권, 465페이지)

 

  얼마전에 읽었던 『리모노프』에서도 과거 러시아의 혁명과 공산주의라는 것에 대한 역사를 알려주는 글을 읽었었다.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에서도 마찬가지로 공산주의 국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수 있었다. 그저 과거에 그런 일들이 있었겠지 하고 무심하게 바라보았던 내게 그들이 직접 겪어야 했던 것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언제 제거대상이 될지 모르고 가족임에도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어야 했던 것. 아무도 모르게, 자신도 모르게 살려야 했지만 자기가 그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는 것.

 

  무언가를 바꾸고자하는 혁명이나 전쟁은 사람들을, 세상을 황폐하게 만든다. 어떻게 사람이 제대로 살아간다고 말할수 있을까. 그럼에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죽지 못해 사는 삶일지라도. 이고르가 버리고 왔던 것. 사샤가 버리고 왔던 것. 레오니트가 버렸던 모든 것은 결국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강한 몸부림이었다. 그 몸부림에 대해 우리가 뭐라 말할 수 있을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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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5-06-23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저 부분 인용하신 곳, 435페이지에서 완전 감정이 동요했었어요.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어요

Breeze 2015-06-23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좋더라고요. 저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

하나 2015-07-03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으면서 <리모노프> 생각이 많이 나더라구요. 저도 모든 것이 금지되어 있는 세계에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생각해보게 됐어요.
 
그림의 힘 2 - 합격을 부르는 최적의 효과 그림의 힘 시리즈 2
김선현 지음 / 8.0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날 그토록 좋아하는 소설도 여러가지 생각들로 집중할 수 없을때 내가 했던 행동 중의 하나가 그림을 보는 것이었다. 그림을 바라보고 그림에 관련된 설명을 읽는 시간동안 어느 새 머리는 맑아지고, 쌓인 스트레스도 풀린 느낌이 든다. 왜 내가 그림을 보지 않았을까. 그림의 힘이 이토록 큰것을. 그림을 보며 마음을 정화시키게 되는 것을. 머리를 무겁게 짓누르는 고통, 번민이 가벼워짐을 느끼는 것. 그게 그림의 힘이 아니던가. 내가 가지고 있는 그림책을 열어볼 것을. 그래서 그림을 바라볼 것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로를 받았을텐데.

 

  최근에 여러가지 일로 스트레스가 쌓여 머리속이 너무 복잡했고 편두통까지 왔었다. 읽던 소설을 내려놓고 그림 책을 골랐다. 얼마전에 구입한 그림책 중 '합격을 부르는 최적의 효과'라는 부제가 붙은 『그림의 힘2』 책이 맨먼저 눈에 띄었다. 사실 좀더 얇은 소설책을 폈으나 역시나 머리가 복잡해 머리를 식혀줄 그림관련책을 다시 골랐던 것이다. 부제처럼 꼭 합격을 부르는 책이 아니어도 현재의 나에게 마음을 위로해줄 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머리를 맑게 하고 그림 외에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 미술 치료의 일환이었다. 

 

 

 

 

 클로드 모네_푸른 절벽위의 산책

 

 

  그림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생각없이 그림에 관련된 설명만 읽으며 클로드 모네의 그림부터 감상을 했다. 그림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머리는 맑아졌다. 꼭 시험을 준비하는 혹은 합격을 바라는 사람이 아니어도 그림은 우리를 위로한다.

 

 저자는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시험의 무게에 짓눌린 이들을 위해 마치 선물하듯 이 그림들을 들여다 보라고 했다. 그림이 전하는 분위기에 어느새 몸과 마음이 가벼워질 것이라고 했다. 총 60편의 그림과 함께 그림에 대한 간략한 설명, 그림이 주는 위로를 말하는 책이었다.

 

 

 빈센트 반 고흐 _ 꽃피는 아몬드 나무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꽃피는 아몬드 나무」이다. 파란 바탕에 하얀색 아몬드 꽃이 피어 있는 이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그저 차분해진다. 희망을 불어넣어주고 따스함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것을 느낄수 있다. 고흐가 동생인 테오의 아이를 위해 그려준 그림이다. 그가 정신병원에서 힘든 생활을 하고 있었음에도 조카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림을 그린 것이다.

 

 

아서 해커 _ 위험에 빠지다

 

  나는 파란 색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최근에는 노란 색에 빠져있을 정도로 노란 색이 좋다. 아서 해커의 「위험에 빠지다」는 한 여자의 양산에 호수에 빠져 버렸고 그것을 주우려 호수 쪽으로 가려는 여자와 뒤에서 무심하게 서 있는 남자의 모습을 그렸다. 한눈에 봐도 여자의 모습은 애가 타는 듯 하다. 뒤에 서 있는 저 남자가 주워주었으면 좋으련만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는다. 저자는 면접에서의 순발력있게 대처할 수 있는 그림으로 뽑았다. 면접을 볼때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는 때 노란색이 풍부한 이 그림을 많이 바주면 좋겠다 했다.

 

  작가의 말을 빌자면, 노란색은 대뇌를 자극하여 주의력과 집중력이 높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빠르게 만들어내는 능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노란 꽃이 가득한 그림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마져 환해지는 듯하다.

 

 

필립 윌슨 스티어 _ 해변의 젊은 여인

 

   이외에도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그림, 중요한 면접이나 미팅을 앞두고 있을때, 혹은 방전 때문에 심신을 위한 풍경, 뇌를 자극하는 효과를 거두는 그림까지 만나볼 수 있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짙은 초록색의 풍경들, 차가운 푸른 바다가 그려진 그림들,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와 마음의 위안을 주는 짙은 노란색의 정물화, 또는 시험 전날 보면 모든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효과를 주는 붉은 색의 그림. 이처럼 그림은 우리에게 많은 위안을 주는 것 같다.

 

  공부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아들녀석에게 이 책을 권해주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구입한 책인데 내가 더 큰 위로를 받았다. 스트레스가 쌓여 어느 곳이든 내가 있는 이곳에서 탈출하고만 싶은 때 많은 위안을 받았고 그림을 보는 즐거움까지 느끼게 되었다. 그림이 주는 위로의 시간이었던 것. 업무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거나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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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친구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용감한 친구들 1
줄리언 반스 지음, 한유주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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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적 셜록 홈즈 시리즈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어린이들이 읽을수 있게 나온 셜록 홈즈에서부터 어른들이 읽는 셜록 홈즈까지 다 읽을 정도로 좋아했던 시리즈였다. 이처럼 세계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셜록 홈즈 시리즈를 쓴 작가 아서 코난 도일 경의 이야기가 소설로 나왔다. 『플로베르의 앵무새』의 줄리언 반스가 쓴 소설로 제목은 『용감한 친구들』이나 원제는 『Arthur & George』로 아서와 조지의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소설의 제목만 보고는 아서와 조지가 굉장한 친구일거라 생각되지만, 어느 한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책을 읽기전 내가 생각한 조지는 셜록 홈즈에서 왓슨 박사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총 두 권의 책으로 된 소설에서 1권은 아서와 조지의 성장 과정이 나왔다.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각자의 챕터로 진행되었다. 시작은 어린 아서의 이야기부터다. 아서는 할머니의 시체를 경험하고 엄마의 교육과 헌신 아래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로 자라난다. 그리고 조지가 있다. 목사관에서 목사의 아들로 자라난 조지는 영특한 아이였지만 시력이 나빠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성경에 써진대로 목사인 아버지의 교육아래 자라난다. 조지는 파르시인 아버지와 잉글랜드 출신인 어머니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아이이다.

 

  아서는 안과의가 되었고 투이라는 애칭을 가진 아내와 결혼하고 아내가 폐결핵을 앓고 있을때 우연히 만난 진 레커에게 무작정 빠져들었다. 아내 투이 몰래 사랑을 키워가는 아서는 진을 사랑했지만 나름의 방법으로 투이가 그 사실을 몰랐으면 했다. 안과를 개업하고 안과의로 일하면서 손님이 없자 시간을 보내는 방법으로 소설을 썼다. 그때 시작된게 셜록 홈즈 시리즈였다. 매회에 사건이 해결되는 이야기를 쓰고자 했던 아서는 오히려 안과에 손님이 없는 것을 즐겼다. 그리고 셜록 홈즈로 인해 명성이 생겼다.

 

  조지의 시련이 시작되었다. 조지의 시련이기보다는 먼저 목사관의 시련이 시작되었다. 목사관으로 이유를 알수 없는 협박 편지가 오기 시작하고, 동네 사람들에게도 목사관에서 보낸 것처럼 편지가 도착하기 시작한다. 몇년이 지난후 사무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조지에게 시련이 닥쳤다. 동네의 가축이 도륙당한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경찰은 한밤중에 산책하는 습관이 있는 조지가 그 일을 저질렀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무변호사로 일하고 있었던 조지는 자신의 결벽을 알기에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서도 배심원들이 자신에게 무죄라고 평결 내릴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지만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라고 평결이 내려졌고, 그는 감옥에 수감되었다. 3년 동안이나.

 

 

  

  무죄인데도 오랜시간동안 수감되었다가 무죄 판결 보상을 받았다는 기사가 나왔었다.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억울하게 수감되었던 수감자가 다시 무죄 판결을 받고 국가로부터 보상금을 받았던 이야기는 아마 영화 '변호인'이 상영되고 나서 더 회자되었던 걸로 알고 있다. 정의를 실현해야 할 정부와 경찰에서 잘못된 판단으로 죄인으로 몰고 갔던 것이다. 이에 특별사면으로 나온 조지는 셜록 홈즈를 쓴 아서에게 편지를 쓴다. 비서로부터 걸러지던 편지는 우연히 아서의 눈에 띄고 아서는 조지의 무죄를 믿는게 아니라 조지의 무죄를 알았다. 

 

  1권이 아서와 조지의 각자 상황을 알려주는 내용이었고 접점이 없었다면 2권은 조지의 사건을 조사하고 직접 목사관으로 찾아가기까지 한다. 마치 사명을 받은 것처럼 열정적으로 조지의 사면을 위해 앞장섰다. 아서가 조지의 사건을 조사하는 모습을 보면 소설속 셜록 홈즈와 닮았다. 꼭 셜록 홈즈처럼 조사하고 추리하며 비서에게는 왓슨 박스에게 건네는 말처럼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자 했다.

 

  조지 사건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며 아서는 조지가 인종차별을 받아 그렇게 되었다고 하는 대목이 있었다. 조지가 파르시라는 것, 백인이 아닌 갈색 피부를 가졌다는 것 때문에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부러 죄인으로 몰고가고 증거를 조작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반면 조지는 자신이 인종차별때문에 그렇게 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생각의 차이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조지 자신은 영국국교회 목사의 아들로 자랐고, 자신은 당연한 영국인이라고 생각해왔던 반면 앤슨 경찰서장은 그가 유색인종이란게 싫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서 확실하게 말하지는 않지만 그런 뉘앙스가 풍겼다. 지금도 조금은 인종차별 감정이 남아있는데 1900년에는 오죽했을까.

 

  셜록 홈즈에 대한 이야기를 더 기대했었지만, 아서와 조지에 대한 이야기였고, 조지의 사건을 해결해가는 아서의 이야기가 큰 축을 이루었다. 다른 사람의 사건에도 정의를 실현시켜려하는 강한 면모를 보였던 작가로서의 아서가 있었고,  사랑하는 여자의 남편으로, 심령학에 자신을 내맡겼던 한 남자로서의 아서도 만날 수 있었다. 아서와 조지를 통해 당시 영국 사회의 인종 문제, 사법 세계를 접할 수 있었다. 시대에 따라 삶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정치에 따라 개인의 삶도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것. 지금도 부조리하다고 느껴지는 게 있잖은가. 지금 어딘가에서도 여전히 부조리한 것들을 바로잡을 수 있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것들을 생각할 수 있던 귀한 시간이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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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이 블로그를 한다면 블랙 로맨스 클럽
멜리사 젠슨 지음, 진희경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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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아는 영국 남자(아니 영국 배우라고 해야겠지)가 몇 명이나 되던가. 제인 오스틴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비커밍 제인」에서의 제임스 맥어보이, 셜록 시리즈와  「어톤먼트」에서 얼굴을 비췄던 베네딕트 컴버배치, 그리고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킹스맨」에서의 콜린 퍼스. 이외에도 여러 배우가 있겠지만 지금 기억나는 배우는 이 정도. 이들이 나온 영화는 되도록이면 챙겨보려하는 건 배우들도 좋지만 소설 속 내용을 더 좋아하는 지도 모른다. 또 내가 좋아하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 씨는 또 얼마나 멋졌던가. 현실에서 다아시 씨 같은 사람이 있다면 가진 걸 다 버리고 도망갔을 수도 있었을텐데. 다아시 씨와 사랑을 했던 엘리자베스 베넷을 부러워도 했었다. 엘리자베스 베넷을 부러워했던 건 모든 소녀들의 로망이었던가. 작가 멜리사 젠슨은 제인 오스틴에게 바치는 오마주 『제인 오스틴이 블로그를 한다면』을 썼다.

 

  소설 속 주인공 캐서린은 현재의 대영 박물관에서 일하게 된 엄마를 따라 런던으로 오게 되어 친구들만 볼수 있는 블로그에 자신의 일상을 글로 쓰고 있다. 친구들은 필라델피아에 있고 일주일에 5일은 비가 내리는 영국의 날씨에 적응중이다. 엄마로부터 19세기 귀족 소녀인 자신과 이름이 같은 캐서린의 일기를 읽게 되었다. 처음엔 지루하다고 생각해 자주 읽지 않았지만 엄마를 만나러 간 박물관에서 캐서린은 귀족 소녀였던 캐서린의 후손 윌리엄 퍼시벌을 만나게 된다. 그는 꿈속에 그리던 남자였다.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 씨 같은 남자. 캐서린은 윌의 마음이 궁금하고 일기장 속 같은 이름의 귀족 소녀 캐서린 또한 멋진 시인 토마스 베이커 씨를 좋아하게 된다. 아버지는 그런 캐서린이 못마땅하고 귀족에게 결혼시키려고 한다.  

 

  19세기 귀족 소녀 캐서린의 사랑은 우리가 소설속에서 영화속에서 봐왔던 사랑을 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시를 지어 바치는 토마스에게 반하는 캐서린. 자신을 어린애 취급하는 오빠 찰스의 친구인 니콜라스를 피해다니는 캐서린. 윌리엄에게 몰랐던 여자친구가 있는 것 같아 상처를 받는 캐서린이 블로그에 쓴 이야기와 19세기 캐서린의 일기가 교차로 진행된다. 

 

 

 

  귀족 소녀 캐서린의 마음을 뒤흔들어놓고 무심하게 대하며 결국엔 다른 이와 결혼해 상처를 주는 캐릭터가 등장하게 되는데 제인 오스틴의 소설속 나쁜 남자들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오만과 편견』 에서 위컴이 그랬고, 『이성과 감성』에서 메리앤에게 윌러비가 그랬다. 자신에게 다가온 사람이 사랑인 줄 알았으나 사랑 외에 다른 것을 보았다면 실망할 수 밖에 없는 법.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진실한 사랑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19세기 캐서린의 일기와 더불어 현재의 캣의 일상이 교차 진행되기 때문에 윌에 대한 캣의 사랑이 더디 진행될 수 밖에 없었다. 과거의 소녀와 현재의 소녀는 배경과 사람만 다를 뿐 연인과 친구에 대한 감정들은 고스란히 닮았다. 현재를 사는 우리도 그렇잖은가. 과거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현재와 정말 닮았음을 느끼는 것과 같다. 십대 소녀다운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십대만이 가지는 풋풋함을 느낄 수 있었다. 미국 출신의 소녀가 영국 남자에 대한 로망을 이야기하는 면에서는 그저 미소만 지었다. 우리가 영국 배우들에 대한 로망을 품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

 

  아. 갑자기 영국 남자가 나오는 로맨스 물 영화를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십대 소녀 캐서린이 꿈꿨던 영국 남자에 대한 환상을 다시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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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었던 모든 것
알베르트 에스피노사 지음, 변선희 옮김 / 박하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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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라는 것이 늘 기쁘기만한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사랑할때는 온 세상이 나를 향해 열리는 것처럼 즐거움의 연속이지만 상대방으로부터 이별 통보라도 받은 날에는 온 세상이 나를 향해 가로막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게 사랑이 아니던가. 그게 이별이 아니던가.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랑과 이별을 겪지만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는 늘 소극적이 되는 것 같다. 나에게서 떠난 사람에게 다시 나에게로 오라고 적극적으로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이별은 늘 가슴아픈 것. 이별은 늘 약자가 되는 것. 이별은 늘 과거의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것.

 

  사랑이야기라고 하면 누군가에게 사랑을 느끼기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시작하는 소설이 있고, 누군가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그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한 것을 이끌어가는 소설이 있다. 아름다운 표지의 『사랑이었던 모든 것』은 애인으로부터  '너로부터 떠나야 해'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모든 짐을 챙겨 떠나버린 시점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애인이 떠나버린 텅빈 집. 그 전에 떠나겠다는 말을 들었을때 울리는 한 통의 전화. 전화를 받지 않았어야 하지만 간절한 누군가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무시할 수 없었다. 애인이 떠나겠다는 시점에 다른 누군가와 함께 통화를 한다는 게 어이없지만 말이다.

 

  통화를 끝내고 왔더니 애인은 자신의 모든 짐을 챙겨 떠나버렸다. 애인이 쓰던 옷장은 텅 비었고 그녀의 흔적 하나 남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실종된 어린아이를 찾아 떠나야 했다. 그가 하는 일은 실종된 어린아이를 찾아주는 일이다. 이 일은 어렸을때 스스로 실종되었지만 누군가의 도움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된 이유때문이었다. 애인이 떠나버린후 다시 오래전 더이상 자라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을때의 시절로 돌아간다. 자신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두 사람에 대한 추억속으로 접어드는 것이다.

 

  편도선 제거 수술을 받으러 병원에 갔을때 만나게 된 마르틴과의 추억과 나폴리 카프리섬으로 도망쳐 들어갈때 배 안에서 만났던 조지와 추억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방황과 고통을 향해 조지의 샌드백을 두들겼던 일, 나를 향하는 삶의 방향인 등대를 찾아 마르틴과 조지의 기억을 떠올렸던 일들. 다시 과거와의 조우였다. 자신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었던 인물들을 다시 만나는 일. 실종된 아이를 찾아 다시 카프리 섬을 향해 가는 길은 과거와의 조우였던 것이다.

 

 

 

 

  애인이 떠난 이유를 아주 늦게서야 독자에게 알리는 일도 독자가 마르틴과 조지와의 일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왜소증에 걸린 다니, 더이상 자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다니. 자신만은 엄마의 바람대로 아주아주 클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결국엔 엄마나 아빠나 형처럼 더이상 키가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된 슬픔, 고통, 체념의 시간을 견디는 것이었고, 극복하는 과정을 알게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우리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존재하지 않기에 그들이 자동차에 치였는지, 그들의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는지, 그래서 슬픈지 아니면 버림받았는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들은 아직 우리 세계에 존재하지 않고, 그래서 그들의 슬픔과 행복은 우리 것이 아니고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우리가 그들을 만날 때까지. 그리고 우리가 그들에게 일어난 일을 알 때까지.....

 

이제 나는 우리가 잃어버리고 되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동일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그들이 무슨 걱정을 하는지 잊어버려야 한다. 그러나 나는 잊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은 생존하기 위해 잊어버리려 한다. 그렇다면 나는 생존하기를 원치 않는 것일까.  (189~190페이지)

 

  자신의 본모습과 마주했을 때에야 자신이 원하는 것, 강렬하게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글이었다. 글은 짧았다. 소설 아닌 소설처럼. 스토리 중심의 소설보다는 우리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영혼의 안내서처럼 느껴진 글이었다. 오래전에 읽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라는 책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은 무엇인지,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꿈을 좇아 떠난 여정에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했던 산티아고처럼 다니도 실종된 어린아이를 찾아 카프리로 향하는 여정에서 자신의 본모습과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잊고 있었던 자신들의 아이. 바람으로 만든 아이를 왜 생각하지 않았는지, 애인이 떠난 궁극적인 이유를 마주했던 것이다.

 

  삶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되지 않는다. 피하고 싶어 거부했어도 결국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것이 온통 사랑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일은 어딘가로 향할 때에야 가능한 일이다. 그가 실종된 아이를 찾아 떠나는 여정에서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발견했던 것이다. 이제 그는 자신을 되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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