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이 블로그를 한다면 블랙 로맨스 클럽
멜리사 젠슨 지음, 진희경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내가 아는 영국 남자(아니 영국 배우라고 해야겠지)가 몇 명이나 되던가. 제인 오스틴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비커밍 제인」에서의 제임스 맥어보이, 셜록 시리즈와  「어톤먼트」에서 얼굴을 비췄던 베네딕트 컴버배치, 그리고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킹스맨」에서의 콜린 퍼스. 이외에도 여러 배우가 있겠지만 지금 기억나는 배우는 이 정도. 이들이 나온 영화는 되도록이면 챙겨보려하는 건 배우들도 좋지만 소설 속 내용을 더 좋아하는 지도 모른다. 또 내가 좋아하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 씨는 또 얼마나 멋졌던가. 현실에서 다아시 씨 같은 사람이 있다면 가진 걸 다 버리고 도망갔을 수도 있었을텐데. 다아시 씨와 사랑을 했던 엘리자베스 베넷을 부러워도 했었다. 엘리자베스 베넷을 부러워했던 건 모든 소녀들의 로망이었던가. 작가 멜리사 젠슨은 제인 오스틴에게 바치는 오마주 『제인 오스틴이 블로그를 한다면』을 썼다.

 

  소설 속 주인공 캐서린은 현재의 대영 박물관에서 일하게 된 엄마를 따라 런던으로 오게 되어 친구들만 볼수 있는 블로그에 자신의 일상을 글로 쓰고 있다. 친구들은 필라델피아에 있고 일주일에 5일은 비가 내리는 영국의 날씨에 적응중이다. 엄마로부터 19세기 귀족 소녀인 자신과 이름이 같은 캐서린의 일기를 읽게 되었다. 처음엔 지루하다고 생각해 자주 읽지 않았지만 엄마를 만나러 간 박물관에서 캐서린은 귀족 소녀였던 캐서린의 후손 윌리엄 퍼시벌을 만나게 된다. 그는 꿈속에 그리던 남자였다.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 씨 같은 남자. 캐서린은 윌의 마음이 궁금하고 일기장 속 같은 이름의 귀족 소녀 캐서린 또한 멋진 시인 토마스 베이커 씨를 좋아하게 된다. 아버지는 그런 캐서린이 못마땅하고 귀족에게 결혼시키려고 한다.  

 

  19세기 귀족 소녀 캐서린의 사랑은 우리가 소설속에서 영화속에서 봐왔던 사랑을 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시를 지어 바치는 토마스에게 반하는 캐서린. 자신을 어린애 취급하는 오빠 찰스의 친구인 니콜라스를 피해다니는 캐서린. 윌리엄에게 몰랐던 여자친구가 있는 것 같아 상처를 받는 캐서린이 블로그에 쓴 이야기와 19세기 캐서린의 일기가 교차로 진행된다. 

 

 

 

  귀족 소녀 캐서린의 마음을 뒤흔들어놓고 무심하게 대하며 결국엔 다른 이와 결혼해 상처를 주는 캐릭터가 등장하게 되는데 제인 오스틴의 소설속 나쁜 남자들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오만과 편견』 에서 위컴이 그랬고, 『이성과 감성』에서 메리앤에게 윌러비가 그랬다. 자신에게 다가온 사람이 사랑인 줄 알았으나 사랑 외에 다른 것을 보았다면 실망할 수 밖에 없는 법.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진실한 사랑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19세기 캐서린의 일기와 더불어 현재의 캣의 일상이 교차 진행되기 때문에 윌에 대한 캣의 사랑이 더디 진행될 수 밖에 없었다. 과거의 소녀와 현재의 소녀는 배경과 사람만 다를 뿐 연인과 친구에 대한 감정들은 고스란히 닮았다. 현재를 사는 우리도 그렇잖은가. 과거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현재와 정말 닮았음을 느끼는 것과 같다. 십대 소녀다운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십대만이 가지는 풋풋함을 느낄 수 있었다. 미국 출신의 소녀가 영국 남자에 대한 로망을 이야기하는 면에서는 그저 미소만 지었다. 우리가 영국 배우들에 대한 로망을 품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

 

  아. 갑자기 영국 남자가 나오는 로맨스 물 영화를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십대 소녀 캐서린이 꿈꿨던 영국 남자에 대한 환상을 다시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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