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었던 모든 것
알베르트 에스피노사 지음, 변선희 옮김 / 박하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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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라는 것이 늘 기쁘기만한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사랑할때는 온 세상이 나를 향해 열리는 것처럼 즐거움의 연속이지만 상대방으로부터 이별 통보라도 받은 날에는 온 세상이 나를 향해 가로막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게 사랑이 아니던가. 그게 이별이 아니던가.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랑과 이별을 겪지만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는 늘 소극적이 되는 것 같다. 나에게서 떠난 사람에게 다시 나에게로 오라고 적극적으로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이별은 늘 가슴아픈 것. 이별은 늘 약자가 되는 것. 이별은 늘 과거의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것.

 

  사랑이야기라고 하면 누군가에게 사랑을 느끼기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시작하는 소설이 있고, 누군가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그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한 것을 이끌어가는 소설이 있다. 아름다운 표지의 『사랑이었던 모든 것』은 애인으로부터  '너로부터 떠나야 해'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모든 짐을 챙겨 떠나버린 시점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애인이 떠나버린 텅빈 집. 그 전에 떠나겠다는 말을 들었을때 울리는 한 통의 전화. 전화를 받지 않았어야 하지만 간절한 누군가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무시할 수 없었다. 애인이 떠나겠다는 시점에 다른 누군가와 함께 통화를 한다는 게 어이없지만 말이다.

 

  통화를 끝내고 왔더니 애인은 자신의 모든 짐을 챙겨 떠나버렸다. 애인이 쓰던 옷장은 텅 비었고 그녀의 흔적 하나 남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실종된 어린아이를 찾아 떠나야 했다. 그가 하는 일은 실종된 어린아이를 찾아주는 일이다. 이 일은 어렸을때 스스로 실종되었지만 누군가의 도움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된 이유때문이었다. 애인이 떠나버린후 다시 오래전 더이상 자라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을때의 시절로 돌아간다. 자신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두 사람에 대한 추억속으로 접어드는 것이다.

 

  편도선 제거 수술을 받으러 병원에 갔을때 만나게 된 마르틴과의 추억과 나폴리 카프리섬으로 도망쳐 들어갈때 배 안에서 만났던 조지와 추억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방황과 고통을 향해 조지의 샌드백을 두들겼던 일, 나를 향하는 삶의 방향인 등대를 찾아 마르틴과 조지의 기억을 떠올렸던 일들. 다시 과거와의 조우였다. 자신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었던 인물들을 다시 만나는 일. 실종된 아이를 찾아 다시 카프리 섬을 향해 가는 길은 과거와의 조우였던 것이다.

 

 

 

 

  애인이 떠난 이유를 아주 늦게서야 독자에게 알리는 일도 독자가 마르틴과 조지와의 일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왜소증에 걸린 다니, 더이상 자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다니. 자신만은 엄마의 바람대로 아주아주 클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결국엔 엄마나 아빠나 형처럼 더이상 키가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된 슬픔, 고통, 체념의 시간을 견디는 것이었고, 극복하는 과정을 알게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우리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존재하지 않기에 그들이 자동차에 치였는지, 그들의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는지, 그래서 슬픈지 아니면 버림받았는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들은 아직 우리 세계에 존재하지 않고, 그래서 그들의 슬픔과 행복은 우리 것이 아니고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우리가 그들을 만날 때까지. 그리고 우리가 그들에게 일어난 일을 알 때까지.....

 

이제 나는 우리가 잃어버리고 되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동일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그들이 무슨 걱정을 하는지 잊어버려야 한다. 그러나 나는 잊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은 생존하기 위해 잊어버리려 한다. 그렇다면 나는 생존하기를 원치 않는 것일까.  (189~190페이지)

 

  자신의 본모습과 마주했을 때에야 자신이 원하는 것, 강렬하게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글이었다. 글은 짧았다. 소설 아닌 소설처럼. 스토리 중심의 소설보다는 우리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영혼의 안내서처럼 느껴진 글이었다. 오래전에 읽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라는 책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은 무엇인지,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꿈을 좇아 떠난 여정에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했던 산티아고처럼 다니도 실종된 어린아이를 찾아 카프리로 향하는 여정에서 자신의 본모습과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잊고 있었던 자신들의 아이. 바람으로 만든 아이를 왜 생각하지 않았는지, 애인이 떠난 궁극적인 이유를 마주했던 것이다.

 

  삶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되지 않는다. 피하고 싶어 거부했어도 결국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것이 온통 사랑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일은 어딘가로 향할 때에야 가능한 일이다. 그가 실종된 아이를 찾아 떠나는 여정에서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발견했던 것이다. 이제 그는 자신을 되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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