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 자연학자 이브 파칼레의 생명에 관한 철학 에세이
이브 파칼레 지음, 이세진 옮김 / 해나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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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몇 년전 다른 사이트에서 블로그를 하고 있을 때 이웃분의 한 분중에 천문학자가 있었다. 

나는 그 분의 블로그를 상당히 좋아하였는데 그 이유는 그 분이 블로그에 올려 놓으신 사진들 때문이었다. 각 행성의 사진들을 소개하며 자료 사진을 해석해 놓은 글들이 많았다. 행성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내 존재가 왜 그리도 작게 보이던지. 광활한 우주속에 내 존재는 티끌보다도 못하다는 느낌을 받고는 했었다. 어두운 하늘에 떠있는 수많은 반짝이는 별들,  달의 표면과 화성의 사진들은 나를 우주의 세계로 인도하고는 했었다. 내가 특히 좋아했던 행성은 토성이었다. 아름다운 고리를 가지고 있는 토성의 사진을 나는 시간 가는줄 모르고 바라보곤 했었다.

 

 

프랑스의 자연학자 이자 생태철학자인 이브 파칼레는 로마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티투스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대하여』를 오늘날의 책으로 다시 쓴 글로 루크레티우스에 바치는 헌사로 볼 수 있다.  책의 장이 시작될때마다 루크레티우스의 글이 적혀져 있고 또한 책속에서는 끊임없이 루크레티우스를 외치고 있다. 성경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태초에 하나님이 계셔서 이 땅의 우주를 만들고 모든 생명체 까지 만들었다고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브 파칼레는 철저한 무신론자이자 유물론자의 입장에서 우주의 기원을 바라보고 있다. 자신이 바라 본 것, 과학이 이미 입증한 것을 근거로 물질과 생명이 어떻게 탄생하고 진화하였는지 그러한 과정들을 우리에게 말한다. 이 책은 그의 모든 문학적이고 시적인 언어, 과학적 지식, 신화와 철학적 사상이 망라된 작품이었다. 과학적인 지식이 나오는 책은 읽기전부터 꺼려하고 어렵게 느껴져 지레 포기했던 다른 책들과는 달리 이 책에서는 더디되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우주의 기원과 생명에 관한 철학을 다룬 에세이를 내가 이렇게 즐겁게 읽을수도 있구나. 나는 다른 책들과는 달리 이 책을 읽을 때 색연필을 들고 줄을 그어가며, 플래그를 붙이며 읽게 되었다.

 

 

모래사장에 언덕을 만드는 아이처럼

우주는

은하 뭉텅이를 만드네        (51페이지 중에서)

 

 

 

 

이브 파칼레는 137억 년 전 빅뱅과 함께 우주가 생겼고 물질과 에너지등이 생겼다고 했다. 그후로 46억 년 전에 태양이라는 불이 생겼다. '외행성' 혹은 '기체 행성'이라고 불리운 네 개의 큰 행성인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과  '내행성' 혹은 '고체 행성', '지구형 행성'이라는 불리는 네 개의 작은 행성 수성, 금성, 지구, 화성에 대해 그리스 로마 신화 그외 다른 나라의 신화를 설명하며 각 행성들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있다. 44억 5천만년전 생명이 깃들수 있는 행성 지구가 등장했다.

 

 

우리는 지구를 '푸른 행성'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현재 지구의 대양에는 14경톤의 물이 있다고 한다. 이것은 지구 질량의 0.025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다. 아주 적은 양, 한 방울에 지나지 않는다며 있는 듯 없는 듯한 양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물부족 국가라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이 지구 전체가 물이 없다고 한다. 우리 후손들에게 지구를 잘 물려줄 수 있을까 싶다.

 

 

생명은 선택을 해야만 할 때에는 가차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생명은 적자를 선택하고 나머지는 인정사정없이 처단했다. 생명은 가장 뛰어난 설계, 성공한 생물들을 남기고, 편들어주고, 호라성화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보잘것없는 낙서, 실패작, 범작, 환경 조건에서 더이상 들어맞지 않는 구태의연한 아이디어는 진화사의 쓰레기통에 처넣었다.   (526 페이지중에서)

 

 

이브 파칼레는 철학자의 호기심과 과학자의 논증으로 인간에게 제기된 3대 질문 중 두 가지에 답하고자 노력하였다고 했다.

 

 

인간은 어디에서 왔는가?

생명은 어디에서 왔는가?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를 썼고 앞으로 그는 "인간은 어디에서 왔는가?" 라는 화두로 두번 째 권 『인간의 장편소설』을 집필하고 출간할 계획이라고 한다. 『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는 우주의 기원과 생명의 탄생, 그의 철학적 장편 서사시라고 할 수 있었다.이렇게 큰 우주 속에서 티끌보다도 더 적은 존재인 인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 수도 있는 지구. 지구속의 인간인 우리는 우주에 비하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가. 이런 책을 읽게 되어서 좋다. 이브 파칼레가 했던 아래의 마지막 말을 나도 되새기고 싶다.

 

 

나는 생명은 아름답고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것이다. 다시 한번 루크레티우스를 인용하면서, "죽음에는 두려워할 것이 전혀 없고, 존재하지 않으면 불행해질 수도 없으며, 태어남과 영영 태어나지 않음 사이에는 아무 차이도 없음을 분명히 알자." (561페이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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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게 죽다 블랙 로맨스 클럽
멜린다 웰스 지음, 진희경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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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요리를 다룬 소설책을 보면 로맨스 물이 많다.

달콤한 요리와 함께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 소설 또한 제목에서처럼 달콤한 요리를 하는 주인공이 나온다. 케이블 TV에서 요리 강좌를 하게 된 델라 카마이클. 그녀는 이 요리 강좌가 성공을 해야 빚이 지지 않는 다는 것 때문에 열심히 하게 된다. 첫 요리 생방송 날. 초콜릿 무스 케이크를 만들어 누군가에게 시식을 권한다. 시식을 하게 된 사람은 미미 본드라는 여자로 델라의 방송 전임 진행자다. 요리마다 술을 넣어 짤리게 된 그녀는 초콜릿 무스 케이크 시식자로 나섰다. 델라를 노려보며 시식을 하던 그녀는 갑자기 죽어버린다. 이 모든 게 생방송으로 나가버렸다. 졸지에 생방송에서 살인자가 되어버린 델라. 집에서 만들어온 케이크와 직접 요리를 했을 뿐인데 누군가 미미를 죽이려고 한게 아닐까 싶다. 땅콩 알레르기가 있었던 미미를 알고 있는 사람이 델라의 무스 케이크에다 땅콩을 버무려 놓았던 것이다. 그녀를 누가 죽인걸까? 무슨 이유로 죽인걸까?

 

 

황금가지에서 나온 블랙로맨스클럽 시리즈 책은 이 책으로 두 번째인데 뭔가 독특하다.

살인사건을 다루었어도 여느 추리소설보다는 심각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발랄한 소녀같은 느낌이랄까. 요리와 로맨스와 미스테리가 합쳐진, 무겁게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즐거운 느낌이 드는 내용들이다. 기분좋은 미스터리 소설을 뜻하는 '코지 미스터리물'이라고 한다. 누군가가 죽임을 당해도 그리 심각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로맨스를 나누는 여자 주인공으로서 델라 카마이클은 젊은 나이가 아니다.

로맨스 소설 주인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47살의 나이다. 영어 교사를 하다 요리 강사를 하고 있는 델라는 그 나이에도 매력을 잃지 않았다. 미미가 죽고, 미미의 보조 요리사를 했던 룰루마져 갑자기 죽어버리고,자신이 용의자로 조사를 받게 되자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나름의 추리를 하고 있다. 경찰이었던 남편 때문에 누가 무엇때문에 자신마저도 살인 명단에 올려놓았을까 생각의 생각을 거듭하게 된다. 더불어 델라를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와의 로맨스도 거부할 수 없다. 자신의 일도 똑부러지게 하고 살인범을 잡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 마음에 든 사람과의 로맨스도 끝내주는 것이다. 귀여운 아줌마 스타일.

 

 

실제로 이 글을 쓴 작가도 직접 홈페이지를 운영할 정도로 요리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책의 뒷면에 보면 책속에 나온 요리의 레시피가 들어있다. 한국음식 요리만 겨우 하는 나에게 '델라의 킬러 무스' 를 비롯한 다른 요리들의 이름도 무척이나 생소하다. 더군다나 서양식 요리는 더 자신이 없어서 요리 이름들이 외계어처럼 마구 떠돌아 다녔다. 내가 우리집에서 내세울수 있는 요리 하나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들어가는 재료도 적게 들고 그나마 내가 시도할 수 있는 요리 레시피를 하나 선택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 잘하는 사람이 정말 부럽단 말이지. 자신의 요리 강의를 하면서 돈도 벌고 사랑도 하고 말이다. 부담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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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끝날 무렵의 라 트라비아타
이부키 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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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생에서 어느 때가 가장 좋은 때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청춘의 시절인 20대를 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가장 돌아가고 싶은 때가 20대 일수도 있을 것이고, 시간이 흘러 가장 아쉽고 그리워하는 시절이 20대 시절일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20대를 좀더 잘 보냈더라면 지금의 내 삶은 더 나은 삶이 되지 않았을까도 생각해본다. 하지만 지금의 삶이 싫은 건 아니다. 별탈 없이 살아오고 있는 게 좋다. 아이들 키우느라, 직장생활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던 30대 시절은 그러고 보면 너무 짧았다. 생각해보면 짧았던 시기는 30대 뿐만 아니고 20대도 마찬가지였던 듯 하다. 나의 서른아홉. 이제 곧 마흔이 된다는 생각에 굉장히 우울했었던 때였다. 할 수만 있다면 그냥 시간을 잊고 싶었던 때이기도 했다. 지금 사십이 넘고 보니 우울해 했던 서른아홉도 그리운 시절이 아닌가.

 

 

서른아홉 살의 남녀가 여름이 끝나는 무렵에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한 여자는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차를 태워준 사람의 머리칼을 깎아주는 사람, 키미코. 한 남자는 초 엘리트인 은행원이었지만 마음의 병을 앓고 있어 휴양차 어머니 집으로 내려온 사람, 테쓰지다. 앞으로 6주간의 여름 휴가를 보내게 될 미와시로 가는 차를 구하는 키미코는 테쓰지의 차를 얻어타게 된다. 그가 듣고 있었던 피아노곡에 관심을 보이게 된 그녀. 미와라는 카페에 내린 그녀는 키미코를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곶의 어머니 집에 있다가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고 해안가를 거닐던 중 바닷물에 이끌려 바다속으로 점점 이끌려가다가 무언가가 자신을 잡아채는 걸 느끼게 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미와시까지 차를 태워준 여자였다. 자신이 걱정되었던지 여자는 곶의 어머니집으로 자신을 데리고 와 보살펴 주려 한다. 어머니가 죽은 후 모든 집안의 물건들은 다 헝겊에 씌여져 있고 정원은 잡풀로 엉망이 되어 버렸다. 그걸 보게 된 키미코는 테쓰지를 아침까지 돌봐준 후 자신에게 음악을 가르켜 달라고 한다. 대신에 어머니 집안 일을 정리해주고 정원을 정리해주겠다고 한다. 그런 후 둘은 조금씩 마음을 터놓게 된다. 

 

 

마음의 감기를 앓고 있는 그는 잠을 자지 못한다.

자신도 한때 아들을 바닷가 소용돌이에 잃어버리고 남편도 멀리 타지에서 죽음을 맞이한 후로 테쓰지처럼 마음의 감기를 앓았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어느 누구보다도 이해한 키미코는 그의 마음을 조금씩 어루만져 주게 된다. 상처를 가진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그를 위로한다. 어느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을 그의 딱딱한 등을 어루만져주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키미코가 굳어 있는 등을 어루만져 주자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어버린 그는 오랜만에 단잠을 잤다. 그렇게 마음속에 감기를 앓는, 또는 앓았던 그들은 서로에게서 위로를 주고 위안을 받는다. 스스로 아줌마라고 칭했던 키미코의 마음에서 어느새 그를 남자로 바라보고 있다. 자신을 귀찮게 하는 아줌마로 생각했던 그도 어느새 키미코에게로 마음이 향한다.

 

 

 

 

그에게 음악들을 배우는 키미코.

키미코에게는 피아노를 잘 치는 아들이 있었다. 아들이 듣고 싶어했던, 많이 들었던 곡들을 그에게서 배운다. 글렌 굴드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는 도무지 무슨 음악을 나타내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아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일념으로 음악을 듣고 또 들었다. 그와 함께 들었던 '라 트라비아타'. 처음엔 무슨 뜻인지 알수 없었지만 음악을, 오페라 까지 들으며 '라 트라비아타'의 여자 주인공 춘희의 마음에 어느새 다가가 음악을 사랑하게 된다. 더불어 아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가장 마음이 약해져 있을때 곁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온 마음속을 채워주는 것 같다.

서른아홉, 이제 붉은 열매를 얼마 맺지 못할거라며 생각해왔던 키미코에게도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았다고, 아직도 붉은 여름이라고 말하고 싶다. 40대가 되어도 마음은 붉은 여름이라고 생각할수 있지 않을까. 음악을 매개로 수줍은 사랑을 나누는 이들.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서로를 위로하는 이들은 서른아홉이 되어서야 진정한 사랑을 하는 것 같다.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사람들. 이들은 여름이 끝날 무렵에 만났지만 다음 계절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했다.

 

 

작가 이부키 유키의 작품을 처음으로 만났는데 굉장히 느낌이 좋은 작가로 다가왔다.

왠지 마음을 막 간질간질하게 만드는 작가인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난 느낌은 무언가로 가득 채워진 그런 마음의 충만함을 느꼈다. 한마디로 사랑스러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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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레즈 서클 1
로버트 러들럼 지음, 김양희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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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본 시리즈'를 보았을때의 그 느낌을 기억한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과 스릴 때문에 영화가 시작되고 끝나는 시간까지 숨을 제대로 쉴수 없었던, 영화가 끝나고서야 날숨을 내쉬었다는 것. 그래서 본 시리즈인 '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을 다 보게 되었다. 영화의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배우 맷 데이먼을 좋아하기도 해 더욱 챙겨 보았다. 이번에 '본 레거시'가 새로 개봉하던데 제이슨 본 역할에 맷 데이먼이 아니어서 살짝 실망하는 중이다. 주연 배우를 보니 '미션 임파서블'에서 약간 어리버리하게 보였었던 배우 제러미 레너 가 그 역할을 맡은것 같다. 물론 연기파 배우 에드워드 노튼도 나와 꼭 봐야할 영화라고 손꼽고 있다. 007 시리즈가 잠시 주춤했을때 개봉한 본 시리즈는 세계의 영화팬들을 매료시켰었다. 이러한 본 시리즈를 쓴 작가, 일명 스파이스릴러의 공식을 만든 거장이라고 이름 붙여진 로버트 러들럼의 작품을 읽게 되었다. 제목만 보고서는 본 시리즈의 작가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읽어볼수록 역시 '본 시리즈'의 작가란 생각이 들었다.

 

 

로버트 러들럼의 『마타레즈 서클』은 1979년에 씌여진 작품으로 냉전시대의 소련의 KGB 요원과 미국 CIA 요원의 활약을 담았다. 책 표지에서부터 쫓고 쫓기는 자의 이미지가 풍긴다. 작가 러들럼은 세계 유일 정부를 창조하고 세계적인 규모의 경제 권력 창출하려 했던 삼각 위원회(Trilateral Commission)의 소문에서 마타레즈 위원회의 영감을 얻고, 이 책의 중요 인물인 양치기 소년 또한 스페인의 어느 사업가를 본떠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코르시카 섬의 열병, 마타레즈.

미국의 합참의장과 소련의 일류 핵물리학자가 암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양국의 정상들은 KGB 요원인 서펀트라 불리는 바실리 탈레니예코프와 일명 베오울프 애거트로 불리는 브랜던 스코필드를 용의자로 지목한다. 이 두 사람은 악연으로 묶여 있다. 탈레니예코프가 사랑했던 여자를 누군가가 강간하고 죽이자 탈레니예코프는 스코필드의 아내를 죽여버린다. 너무나 사랑했던 아내를 탈레니예코프에게 잃자 스코필드는 탈레니예코프의 남동생을 죽여버린 전적이 있었다. 서로의 존재를 너무도 깊이 알고 있는 이들은 만나기만 하면 서로를 죽일것 같은 사이였다. 탈레니예코프는 그의 스승으로부터 마타레즈 위원회에 대한 비밀을 듣게 된다. 마타레즈 위원회의 비밀을 파헤치려면 평생의 숙적인 스코필드와 손잡을 수밖에 없다. 그들의 정체를 파악하고자 코르시카 섬으로 들어가게 된 그들은 어떤 사람으로부터 마타레즈에 대한 비밀을 듣게 된다. 마타레즈 위원회가 탄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은 그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이름을 머릿속으로 외우고, 그들을 찾아 다시 코르시카 섬을 빠져 나오게 된다. 물론 안토니아 라는 아름다운 젊은 여자를 앞세우고 말이다.

 

 

스파이 스릴러 영화나 소설에서 그들의 로맨스는 조그만 선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냉혹한 스파이, 사람을 죽이는데 있어서 두번 생각하지도 않을 그런 차가운 피를 가진 듯한 스파이들도 아름다운 여성을 만났을때 저절로 눈이 가고 가슴이 뛰는 걸 느낀다. 여기 나오는 스파이들도 마찬가지. 책속의 스코필드와 탈레니예코프는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 가히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정교하고도 계획적으로 일을 처리한다. 도청되지 않는 전화기를 사용하고 죽음이 가까이 온 듯해도 어떻게든 살아남는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 자신들을 도와줄 정보원들이 있다. 도움을 요청한 정보원들이 그들 마타레즈에게 죽임을 당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가슴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일. 평생의 숙적에서 서로의 목숨을 걱정할 정도로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세계를 정복하려는 마타레즈 위원회의 정체를 파헤치는 스파이 소설은 스파이 스릴러 영화처럼 흥미진진하고 숨가쁘게 진행이 되었다. 이 작품은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인 탐 크루즈와 덴젤 워싱턴 주연으로 내년에 영화로 개봉된다 한다. 영화는 또 책과는 또 다른 재미를 주기 때문에 더욱 기대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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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온 편지
김용규 지음 / 그책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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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초입, 지리산 달궁 계곡이 있는 야영장을 다녀왔다.

잔디가 있고 나무가 우거진 곳에 텐트를 치고 있었던 밤, 텐트 안에서 불편한 잠이 들고 새벽이 가까워졌을때 들리는 새들의 노래소리. 서너 가지 다른 새들의 지저귐에 아, 내가 숲 속에 왔구나. 숲속에 오니 새들의 지저귐이 더 선명하구나. 숲은 이렇게 우리에게 청명한 아침을 선사하면서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을 품고 있구나. 새들의 지저귀는 노래소리로 인해 상쾌한 아침을 맞았다. 숲의 고마움, 숲 속에 있으니 이런 기쁨이 있었고, 숲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꼈던 아침이었다.

 

 

우리는 자연속에서 살아가지만 자연의 고마움을 많이 느끼며 살지 못해왔다.

최근에야 자연에서 우리에게 오는 즐거움을 조금씩 알고 있다. 농사를 지을때 비료와 농약은 기본인 것처럼 하는 사람들을 볼때도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그런 것들도 필요하다라고 생각했었다. 우리가 먹는 자연에서 오는 채소나 과일들을 먹게 될때 자연 그대로의 것을 더 원하게 된것 같다. 몇 년만에 다시 시작한 몇 평 안되는 주말 농장에 고추를 심고 방울 토마토와 다섯 가지 쌈채소를 심었다. 비료나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퇴비만 썼어도 생각보다 많은 열매를 맺었다. 봄부터 여름내내 쌈채소를 뜯어다 먹고 매운 고추를 안심하고 먹을수 있었다. 가꾸는 사람은 남편이지만 곁에서 그걸 바라보는 즐거움이 컸다. 도시의 직장을 버리지는 못하고 주말에라도 자연과 함께 우리가 먹을 채소들을 직접 가꾸어 먹고 싶은 생각이 든다.

 

 

어렸을때 시골에서 살때 농사를 지으면 여름내내 채소밭에 잡풀을 매느라 바빴었다.

혹시라도 잡풀 때문에 채소가 덜 클까봐 해 준것 같은데 저자 김용규는 잡풀도 자연의 일부려니 하고 숲과 땅이 스스로 살게 만든다며 잡풀들을 그대로 놔두고 키운다 한다. 나무를 심어 놓고, 나무의 가지를 칡넝쿨이 감아 올라가도 잘라주지 않고 스스로 햇볕을 향해 올라가는 나무들을 보며 자연의 조화로움을 이루게 하고 있다.

 

 

한때 잘나가는 벤처기업의 CEO를 하다가 모든 것을 버리고 숲으로 오기까지 결정하기가 힘들었을 것 같다. 지금엔 충북 괴산의 여우숲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면서 자연과 숲을 벗삼아 하는 일을 하고 있는 저자의 글들은 가슴에 와닿는 글이 많았다. 우리가 지치고 힘들때 위로의 글을 만난것처럼 숲을 가꾸며 사는 그에게 숲은 그를 위로하는 친구요 삶의 터전이 되었다. 우리 또한 그가 숲에서 보내주는 편지를 읽으며 새들의 지저귐이 있는 숲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모든 것을 품어주는 안락한 숲의 느낌이 전해져 온다.

 

 

자연에는 겨울이라는 시간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여서 울 ㅣ삶에도 종종 겨울이라는 시간이 찾아 들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겨울이 찾아논 것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겨울을 맞았는데도 자신의 삶에 꽃이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고통이 거기에 있어요. 겨울을 맞아서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고, 겨울이 온 것을 알지 못한 채 지나온 봄나처럼 여전히 꽃피기를 바라는 데 우리의 불행이 있습니다. 나무를 보세요. 겨울이 오기전에 나무들은 가장 붉거나 노랗거나 정다운 빛으로 잎을 물들입니다.  (227~228페이지 중에서)

 

 

우리가 자연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남지 않아서 일까.

갈수록 자연에 대한 소중함이 느껴진다. 자연을 벗삼아, 자연 그대로의 것을 가꾸며 살아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집도 마찬가지. 춥기만 한 집이라고 멀리했던 우리 한옥이 좋아지고, 자그만 땅이라도 가꾸어 가며 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자연을 누리며 살고 싶은 것이다. 점점 자연에 대한 애착이 생기고 있는 건 좋은 징조라고 생각해 본다. 시끄럽게만 느껴졌던 한 여름의 매미소리와 가을을 알리는 귀뚜라미 소리도 정겹게 느껴지는 건 내가 나이가 들었단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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