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얼룩진 교과서 1
모모세 시노부 지음, 한성례 옮김, 사카모토 유지 극본 / 느낌이있는책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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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아이들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이 주인공이라든지, 청소년의 아픔이 있는 책을 자주 읽곤 한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아이들의 심리나 생활을 조금쯤은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또한 책들을 읽으며 요즘 아이들의 생각을 엿보기도 한다.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많이 궁금해 하기도 한다. 둘째 아이가 제일 무섭다는 중학교 2학년생이다. 사실 남자아이라 누군가를 사귄다고 할때도 많이 걱정되고 염려가 되었는데 여태까지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 무사히 일 년을 지내온 것 같다. 부모들의 마음이란 게 이처럼 별일 없이 지나갔으면,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것일 게다. 나 또한 아이에게 잔소리해가며 이런 저런 말을 많이 했지만 아이의 생각을 100%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불안했다. 그래서 이런 책을 읽으면 마음이 아프다. 책 속의 아이가 내 아이처럼 느껴져서이다. 혹은 내 아이가 아니어서 다행이란 면이 조금쯤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집단 따돌림을 당한 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에 대처하는 학교의 입장들을 다루었다.

 

 

학교라는 곳. 그 전엔 선생님 말씀을 듣지 않으면 큰 일 날것처럼 생각했었다.

과거의 우리와는 다르게 요즘 아이들은 부모의 과보호 때문인지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두려워하고 조심하는 세상이 되었다. 가장 예민하고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중학교에서의 선생님들은 그저 가시방석처럼 느껴질 것 같았다. 예전에 우리가 선생님을 생각했던 그 시대라면 이처럼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거의 없었으리라.

 

 

좋은 교사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중학교에 임시 담임으로 오게 된 가지 고헤이가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얌전한 아이들을 보며 그는 한시름을 놓지만, 자기 반의 아이자와 아스카는 가지에게 특별한 질문을 건넨다. "선생님, 질문이 있는데요.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9페이지)  아이자와의 그러한 질문이 당황스러워 얼른 대답하지 못하고, 며칠후 아이자와가 자기 반 유리창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생긴다. 병원에 입원을 했지만 끝내 살아나지 못한다. 아이자와에게서 집단 따돌림을 당한 징후가 보였지만 그것에 대해 동료 교사나 교감에게 말하지만 하나같이 '우리 학교에서는 집단 따돌림이 없다'는 말만 하고 서로 회피하려 든다. 그런 동료 교사들이 이해가 되지 않아 사실을 밝히려 하지만 교사들은 침묵한다.

 

 

자신에게 찾아온 아이자와에게 냉정하게 대했던 변호사 쓰마키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과거 사기 결혼을 했고 그 남편의 아이가 아이자와였던 것. 속아서 결혼했다는 것 때문에 남편이 사라지자 쓰마키는 아동시설에 아이자와를 맡겼었다. 그 아이가 찾아 왔으니 쓰마키로서는 그다지 반갑지 않아 내치고 말지만 그 아이가 죽자 학교 당국을 법에 심판하고자 한다. 자신이 너무 무심했음을 나중에야 알고 바로잡고 싶어한다.

 

 

집단 따돌림을 시키는 아이들도 아무 생각없이 시키지는 않는 다는 사실도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사랑하고 믿었던 누군가로부터 배신당한 것 처럼 느껴졌을때, 자신에게 다른 아픔이 있을때 그걸 자신만의 방법으로 풀지 않고 다른 아이들을 집단으로 따돌리며 풀려 하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 무언가 돌파구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교감인 아메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집단 따돌림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왜 감추려고만 했는지, 피해자 아이를 염려하는 교사들의 말에도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는 말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지만 나중에야 아메키가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게 알 수 있었다. 잘못이란 걸 알면서도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던 이유들.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들은 어떠한 모습으로든지 도움을 청한다고 한다.

다소 엉뚱해보여도, 도와 달라는 표현을 아주 절실하게 호소하고 있다는 것을 어른인 우리는 무심코 지나쳐버리고 마는데 아이들을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책에서도 그런 내용이 나오는데 집단 따돌림을 없애주는 특효약을 누군가가 발명해주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면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피해자가 없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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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세트 - 전3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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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소피 마르소 주연의 <안나 카레니나> 영화를 보았었다.

그때에도 난 영화의 원작인 『안나 카레니나』를 읽어볼 생각을 못했었던 것 같다. 그냥 막연하게 언젠가는 읽어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책은 도끼다』라는 책을 읽었다. 그 책을 읽고난 후 이 책을 꼭 읽어야지 하고 주문을 했더니 책 3권에 페이지가 장난아니게 두꺼운 책이어서 언젠간 읽으리라, 꼭 읽어주어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후 아는 분의 블로그에서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으로 조 라이트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든다는 기사를 접했다. 굉장히 반가워서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 꼭 원작을 만나리라 생각하고 있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다.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의 장면이 많이 생각났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어보니 영화의 장면장면들보다 책의 내용이 훨씬 다른 많은 내용들을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일단 내가 영화를 보았을때는 우연히 만난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진 안나 카레니나의 이야기로만 알고 있었는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안나 카레니나 만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을수록 이것은 안나 카레니나와 작가의 생각이 그대로 들어있는 레빈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의 레빈은 키티를 사랑한, 도시를 떠난 시골에서 생활하는 남자다.

사랑하는 키티를 만나기 위해 시골에서 모스크바로 찾아와 키티에게 청혼을 하지만 그때 브론스키에게 빠져있던 키티는 그의 청혼을 거절하고 브론스키를 향한 마음으로 가득하다. 그녀의 거절로 다시 시골로 돌아온 레빈은 깊은 절망으로 힘들어하지만 농업에 힘쓰려고 노력한다. 스테판 아르카지치의 불륜으로 페테르부르크로 알렉산드로브나의 마음을 달래러 온 안나는 우연히 브론스키 공작을 만나고 그의 구애에 마음을 흔들리고 만다. 부랴부랴 페테르부르크를 떠나 모스크바로 돌아온 안나는 그녀의 주변에 자꾸 나타나는 브론스키에게 점점 사로잡히게 된다. 남편과 아들을 버리고 브론스키와 함께 시골로 간 안나는 사교계에서 싸늘하게 외면을 당하고 브론스키에게 집착하는 안나와 그런 그녀에게 마음이 점점 식어가는 등 힘들어하는 면모를 보인다.

 

 

 

 

이 책에서는 안나 카레니나가 스무 살 넘게 차이 는 남편과 결혼생활을 했지만 우연히 비슷한 또래의 남자인 브론스키 공작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남편과 아들을 버리고서라도 자신의 행복을 바랐던 여자 안나의 모습들을 그렸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결말과는 다른 결말을 보여줬다. 이를 테면 안나의 죽음 같은 것. 남편과 아들을 버리고 브론스키와의 행복을 바랐던 안나는 브론스키가 아무리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해도 언젠가는 자신의 자유를 그리워할 사람으로 보고 힘들어 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그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해 했던 안나였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브론스키의 사랑이 식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꼈던 것이다. 또한 안나를 그 무엇보다도 사랑했지만 자신의 자유를 그리워했던 브론스키의 모습 또한 우리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톨스토이는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 레빈을 내세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었다.

농촌에서 지주의 삶을 살며 농업에 대한 생각과 농민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고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또한 레빈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 자신의 생각들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레빈의 형 세르게이 이바니치의 생각을 빌어 그의 사회적인 철학을 강조했고, 안나의 오빠인 스테판 오블론스키는 아내인 다리야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하지만, 책에서 나오는 모든 인물들과 친하게 지내며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톨스토이는 이 모든 주인공 들을 내세워 러시아의 생활들을 알려주고 있었다. 귀족들의 삶, 그들의 생활, 철학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죽음이라는 하나의 신비가 여전히 불가해한 것으로 남은 채 그의 눈앞에서 완전히 실현되기도 전에, 그만큼이나 이해할 수 없는, 그를 사랑과 삶으로 손짓하는 또 하나의 신비가 일어났다.  (2권, 563페이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선한 것인가에 동의하고 있어. 나와 모든 사람은 확고하고 의심할 여지 없고 분명한 한 가지 지식만을 갖고 있어. 그리고 그 지식은 이성으로 설명도리 수 없어. 그 지식은 이성을 초월해 있고 어떤 이유도 갖고 있지 않고 어떤 결과도 가질 수 없어.

만일 선이 이유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선이 아니야. 만일 그것이 결과를, 즉 보상을 갖는다면, 그것 역시 선이 아니야. 선은 원인과 결과의 사슬을 초월해 있어.  (3권, 518 페이지)

 

 

곧 개봉할 영화 <안나 카레니나>의 안나 역을 맡은 키이라 나이틀리.

안나의 오빠 스테판 역으로 나온 매튜 맥퍼딘은 <오만과 편견>에서 다아시 역으로 나왔다

 

 

이제 나의 삶은, 나의 모든 삶은, 삶의 매 순간은 이전처럼 무의미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선의 명백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나에게는 그것의 삶의 매 순간 속에 불어넣을 힘이 있어! (3권, 560페이지)

 

 

이 책의 제목이 『안나 카레니나』지만 책 속의 진짜 주인공은 안나가 아니라는 점.

레빈의 마지막 나레이션이 커다란 울림을 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신을 부정하였지만 끝내 신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을 보면 알수 있다. 자신이 간절하게 원하는 게 있었을 때 부를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이는 하느님, 즉 신 밖에 없었다는 걸 깨닫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톨스토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말하고자 하는 말은 레빈의 마지막 나레이션이 아니었을까.

 

 

600페이지가 넘는 세 권의 책을 읽는동안 안나의 삶에, 사랑을 잃고 번민하는 레빈의 삶을 지켜보았다. 또한 그 사랑이 이루어졌을때 느끼는 행복감과 불안감 또한 비례한 듯 하다. 서로의 마음이 굳건해지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겠다. 예나 지금이나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 가정을 버린다는 것은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또한 불륜을 저지른 아내를 용서할 수 있는 아량도 좀처럼 찾기 힘든데, 이 책은 어쩌면 용서에 대한 이야기이다. 톨스토이의 모든 생각들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로 하여금 집약되어 있는 책으로 톨스토이의 생각들을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했다.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도 그렇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독자들한테 사랑받는 명작이란 걸 다시한번 느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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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파이어 유혹 1 크로스파이어 1
실비아 데이 지음, 정미나 옮김 / 19.0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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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엄마들의 포르노라고 불리우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가 있었다. 이번엔 『크로스파이어』시리즈 란다. 책 표지에 보면 전 세계 베스트셀러 1위인 책이라고도 했다. 또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강력한 라이벌 이라고도 말하고 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책들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다는 사실이 궁금해, 도대체 어떤 책이기에 하는 궁금함에 이 책을 읽는 것 같다. 이웃분으로부터 이어서 보면 좋을 거라는 말에 그냥 구입을 했더니 이 책 또한 1부, 2부, 3부작으로 총 6권의 책이 예정되어 있었다.

 

 

표지부터 보자면 20cm가까이 되어보이는 하이 힐이 표지다.

 

 

아찔한 굽, 아찔한 사랑을 말해주는 것 같다. 아무래도 그레이 시리즈와 비교할 수 밖에 없는데, 그레이 시리즈를 읽을때의 그 충격과 짜릿함을 먼저 경험해서 인지 이 책을 읽을때는 그다지 새로움을 느끼지 못했다. 처음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다르게 느껴질수도 있었겠지만.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 답게 남자 주인공인 기데온 크로스 역시 억대 부자다. 서른 살도 안된 스물여덟 살의 청년이지만 그가 가는 호텔, 건물, 음반사, 피트니스 센터가 다 기데온의 것이다. 더군다나 큰 키에 완벽한 몸매를 가지고 있고, 외모 또한 한번 보면 사랑에 빠지지 않고는 못배길만한 인물이다. 여자 주인공이 어찌 사랑에 빠지지 않을수 있으리. 하트를 뿅뿅 날릴, 한마디로 어디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완벽한 남자인 것이다.

 

 

 

 

이런 섹시함까지 겸비한 남자를 한 눈에 반하고 마는 에바 트라멜이 있다. 그레이 시리즈 에서처럼 어릴 때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그레이 시리즈에서의 아나스타샤처럼 마냥 순진하지만은 않는 스물네 살의 여성이다. 에바 또한 대학을 졸업하고 나라의 반대편 뉴욕에까지 이사 와 광고회사의 보조로 채용되었다. 크로스파이어 건물의 20층에 있는 회사다. 첫날 거리를 알아보고자 온 곳에서 그레이와 아나가 만났던 것처럼, 기데온을 보고 놀라서 넘어지고, 그런 에바를 일으켜주고 에바의 외모와 눈을 지그시 바라보는 기데온과의 첫 만남이 있다. 역시나 에바의 이름을 기억하는 남자다.

 

 

 

 

 

기데온과의 다시 만남후 기데온이 같이 자자고 권하지만 이건 왠지 더 로맨틱하지가 않다. 차라리 그레이가 아나한테 도미넌트와 서브미시브 관계를 하자는 편이 더 자극적이었다. 이러다 갈수록 더 자극적인 내용만 찾게 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순간 해본다. 이에 대응하는 에바 또한 걸죽한 말로 대응을 하는데 이런 면은 좀 부담스러웠다. 이런 에바 보다는 얼굴이 자주 빨개지는 아나스타샤가 더 사랑스러웠다고 해야겠다. 또한 에바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아무리 게이라지만 왜 남자랑 사느냐고. 더군다나 아무렇지도 않게 좋아하는 남자를 놔두고 다른 모델 여성이랑 잠자는 남자라니, 친구라지만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에바 말인데, 사람이 끈기가 없어 보였다.

 

 

사랑에 막 빠지게 되면 남자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건 알고 있는데 왜 시시때때로 더이상 못 만난다느니 하면서 도망치느냐고, 남자 불안하게. 에바에게 행했던 몰염치한 인간이 있던 반면에 기데온에게도 무언가 트라우마가 있었던듯 싶다. 1부 2권에서는 아직 내용이 나오지 않았지만 에바가 불안해 할 정도의 커다란 사건이 있었던게 분명해 보인다. 그러한 불안 요소들이 있지만 이 둘은 만나기만 하면 눈에 불이 튄다. 당연히 그에 따른 행동도 하는 것이고. 또한 에바를 질투하게 만드는 여성도 존재하고, 기데온 또한 에바 곁에 있는 모든 남자들을 질투의 대상으로 본다.

 

 

 

 

아직 1부 두 권만 읽었기 때문에 다음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지만 핫한 로맨스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핫해도 너무 핫하다. 하긴 이런 책을 구입한 나도 있지만 세계 여성들이 은근히 이런 책들에서 위안을 찾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내 남자에게서는 볼 수 없는 다른 것들을 찾고 싶었는지도. 책에서만이라도 완벽한 남자를 만나는 것을 원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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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장이의 딸 - 상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박현주 옮김 / 아고라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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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 캐롤 오츠의 작품 『좀비』로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 악인을 다룬 글임에도 굉장히 냉정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 그 차가운 감성에 조이스 캐롤 오츠라는 작가의 이름을 머릿속에 새겼다. 그리고 만난 『사토장이의 딸』. 난 처음에 사토장이란 말을 잘 몰라, 느낌상으로만 흙을 만지는 사람인가 했다. 단어를 검색해보니 무덤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나와 있었다. 그때부터 무덤이 떠올라 왠지 으시시한 느낌이 들었다. 더군다나 돌무덤처럼 생긴 곳에서 살아가기란 굉장히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작가는 실제 사토장이의 딸이었던 할머니의 삶을 모티프로 삼아 이 글을 썼다고 밝히고 있었다.

 

 

제2차세계전쟁이 한창인 때 독일에서 나치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와 사토장이로 살던 아버지, 미국으로 건너오는 배의 항구에서 태어난 레베카, 오빠들이 살아가지만 동네 아이들로 하여금 '유대인'이라며 멸시와 핍박을 받으며 가족이 무너지고, 그 속에서도 살기 위해 애썼던 한 여성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었다. 독일에서 피아노를 쳤던 엄마 안나, 수학교사였던 아버지 제이콥 슈워트는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왔지만 그가 가질수 있었던 직업은 사토장이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 그들이 살 집인 돌오두막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빠들의 가출, 부모의 죽음후 레베카는 러터 선생님의 집에 얹혀 살다가 남편 티그너와 살지만 그는 폭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휘두르는 남자였다. 남편의 이름을 딴 아들 나일리에게도 폭력을 휘두르자 오로지 살기 위해, 남편으로부터 도망친다. 이름도 헤이즐 존스로 바꿨다. 언젠가 공장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고 있을때 레베카를 따라 왔었던 남자가 헤이젤 존스 아니냐고 물었을때의 그 이름. 그녀에게는 새로운 삶이 펼쳐졌다. 피아노 연주를 하는 아들 나일리도 재커리어스 존스가 되어 새 삶이 시작되었다.

 

 

책 내용의 주축은 레베카와 제이콥 슈워트의 심리를 다룬 1부와 헤이즐이 된 레베카와 그녀의 연인이며 아들 잭의 후원자이자 재능을 알아 본 갤러허, 잭의 심리가 나온다. 아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살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도피행각을 벌여 살아남았지만 그 속에서 그녀가 느껴야 했던 삶의 정체성이 책의 마지막에 가서야 회복을 하게 됨을 볼 수 있었다.

 

 

 

 

그 시절엔 그랬을 수도 있었겠다 생각했지만, 이토록 힘든 사람, 사람에게 받는 핍박과 아픔이 컸을지는 몰랐다. 그들에게도 유대인이라며 무시하고 멸시했었다는 게, 심지어 가족인 갤러허에게조차 그 사실을 감출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아픔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사촌일지도 모르는 프레이다에게 쓴 편지글에서야 나는 레베카이자 헤이즐에게 깊이 동일시되었다. 그제서야 그녀가 감추고 살아야 했던 아픔들이 마치 내 아픔처럼 그렇게 느껴졌던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알림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했던 그 부분을 읽으면서 계속 눈물이 흘렀었다.

작가가 할머니의 세계를 보며 가슴아파했을 그 마음들이 그대로 전해져 왔고, 생각해보면 예전의 우리 부모 세대들도 그 힘든 과정들을 다 겪어 왔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어떻게든 레베카는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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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분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3
윌리엄 포크너 지음, 공진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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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시 쓸 수 없는 걸작이다'라고 윌리엄 포크너가 말했고, 알베르 까퀴는 '미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라고 말했으며, 윌리엄 포크너가 1929년에 쓴 이 작품을 가르켜 현대문학의 지형을 뒤바꾼 최고의 걸작이라고 말했다. 최근에 고전문학을 꾸준히 읽어보자고 생각하며 책을 몇 권씩 구입했고, 이 작품의 예약판매가 떴을때 『곰』과 함께 바로 구입했다. 위대한 걸작을 남긴 윌리엄 포크너를 읽고 싶어서였다.

 

 

굉장한 기대를 안고 책을 펼쳤다.

윌리엄 포크너가 마음속에 떠오른 어떤 이미지 때문에 이 작품을 썼다고 했는데 나도 그가 말하는 이미지를 기대 했다. 하지만 내가 느끼게 된 『소리와 분노』의 이미지는 '어지럽다'다. 언어를 사용하기 이전에 병을 앓아 글을 모르는 3살 이하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벤지의 1인칭 시점, 하버드대학을 갔지만 여동생 캐디를, 가족이 떠올라 번민하는 지성 퀜틴의 1인칭 시점, 퀜틴의 동생이자 이 책의 주요 인물인 캐디의 동생이기도 한 제이슨의 1인칭 시점, 그리고 이 집의 유모이자 집안일을 하는 딜지의 시선으로 보는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전개되고 있다.

 

 

먼저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서른세 살의 벤지 섹션을 보자.

그는 글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냄새로 파악한다. 또한 소리로, 눈에 보이는 이미지 그대로 글로 표현하기 때문에 벤지가 말하는 글을 따라가다보면 약간의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면 '불이 왔다'라는 식으로 말을 한다. 누군가가 자기에게 멀어져 가면 멀어져간게 아니라 '작아졌다'라고 표현한다. 그가 말하는 보이는 세계, 들리는 세계, 말하는 세계이다. 작가는 마치 벤지의 머리속에 있는 양 그렇게 서술하고 있었다. 벤지의 현재와 과거 사이를 오가고, 벤지의 곁엔 늘 캐디가 그리움처럼 자리하고 있다. 벤지의 울부짖음과 소리와 냄새로 구분되어진 언어의 서술이었다.

 

 

하버드 대학을 다니는 퀜틴 섹션은 더 어지러웠다.

퀜틴은 캐디의 오빠이지만 뒤로 가면 캐디의 딸도 퀜틴이 등장하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로 왔다갔다 하는 와중에 때로는 캐디의 딸인 퀜틴으로 보이기도 했고, 캐디의 오빠이자 벤지의 큰형인 퀜틴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가 고민하고 그리워하는 이 역시 자신의 누이인 캐디이다. 캐디의 결혼을 하려고 하는 찰나 캐디를 말리는 그와 캐디를 근친상간적으로 사랑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제이슨의 섹션은 콤슨 가의 가장으로서 모습이 보인다.

아버지와 형이 죽은후 실질적인 집안의 가장으로 엄마를 보살피고, 캐디의 딸인 퀜틴을 보살펴야 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제이슨은 동네를 휘저으며 돌아다니는 퀜틴을 믿을 수 없어하고 캐디가 퀜틴을 보고 싶어 할때도 돈을 내라고 할 정도로 돈을 좋아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마지막 이 집의 유모이자 실질적인 주부이며 엄마 역할을 하는 실질적인 딜지의 섹션에서는 점점 어그러져가는 콤슨 가를 만날 수 있다.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벤지를 돌보는 십대의 러스터, 캐디의 딸인 퀜틴의 가출, 콤슨 가의 경제적 몰락을 다룬 섹션이었다.

솔직히 이 작품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복잡하게 쓰여 있어서 어렵고 난해하게 느껴졌던 작품이다. 사실 리뷰를 쓰면서 조금 정리된 느낌을 받기도 했다. 뒷 부분의 번역 작가의 해설에서 앙드레 지드는 '의도적으로 복잡하게 쓰인 작품은 일독이 아니라 재독하라'고 말했다 한다. 포크너는 어려워서 세 번을 읽어도 모르겠다는 독자들의 호소에 '그러면 네 번 읽을 것'을 권했다고도 했다. 나는 이 책을 한 번 읽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때 이상하게 다시 앞장으로 가고 싶은 기분을 느꼈다. 포크너의 말처럼, 세 번 읽어도 어려운 작품이라면 네 번이라도 읽어야 할 것을. 언젠가는. 되도록이면 빠른 시일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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