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세트 - 전3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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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소피 마르소 주연의 <안나 카레니나> 영화를 보았었다.

그때에도 난 영화의 원작인 『안나 카레니나』를 읽어볼 생각을 못했었던 것 같다. 그냥 막연하게 언젠가는 읽어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책은 도끼다』라는 책을 읽었다. 그 책을 읽고난 후 이 책을 꼭 읽어야지 하고 주문을 했더니 책 3권에 페이지가 장난아니게 두꺼운 책이어서 언젠간 읽으리라, 꼭 읽어주어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후 아는 분의 블로그에서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으로 조 라이트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든다는 기사를 접했다. 굉장히 반가워서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 꼭 원작을 만나리라 생각하고 있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다.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의 장면이 많이 생각났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어보니 영화의 장면장면들보다 책의 내용이 훨씬 다른 많은 내용들을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일단 내가 영화를 보았을때는 우연히 만난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진 안나 카레니나의 이야기로만 알고 있었는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안나 카레니나 만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을수록 이것은 안나 카레니나와 작가의 생각이 그대로 들어있는 레빈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의 레빈은 키티를 사랑한, 도시를 떠난 시골에서 생활하는 남자다.

사랑하는 키티를 만나기 위해 시골에서 모스크바로 찾아와 키티에게 청혼을 하지만 그때 브론스키에게 빠져있던 키티는 그의 청혼을 거절하고 브론스키를 향한 마음으로 가득하다. 그녀의 거절로 다시 시골로 돌아온 레빈은 깊은 절망으로 힘들어하지만 농업에 힘쓰려고 노력한다. 스테판 아르카지치의 불륜으로 페테르부르크로 알렉산드로브나의 마음을 달래러 온 안나는 우연히 브론스키 공작을 만나고 그의 구애에 마음을 흔들리고 만다. 부랴부랴 페테르부르크를 떠나 모스크바로 돌아온 안나는 그녀의 주변에 자꾸 나타나는 브론스키에게 점점 사로잡히게 된다. 남편과 아들을 버리고 브론스키와 함께 시골로 간 안나는 사교계에서 싸늘하게 외면을 당하고 브론스키에게 집착하는 안나와 그런 그녀에게 마음이 점점 식어가는 등 힘들어하는 면모를 보인다.

 

 

 

 

이 책에서는 안나 카레니나가 스무 살 넘게 차이 는 남편과 결혼생활을 했지만 우연히 비슷한 또래의 남자인 브론스키 공작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남편과 아들을 버리고서라도 자신의 행복을 바랐던 여자 안나의 모습들을 그렸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결말과는 다른 결말을 보여줬다. 이를 테면 안나의 죽음 같은 것. 남편과 아들을 버리고 브론스키와의 행복을 바랐던 안나는 브론스키가 아무리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해도 언젠가는 자신의 자유를 그리워할 사람으로 보고 힘들어 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그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해 했던 안나였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브론스키의 사랑이 식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꼈던 것이다. 또한 안나를 그 무엇보다도 사랑했지만 자신의 자유를 그리워했던 브론스키의 모습 또한 우리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톨스토이는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 레빈을 내세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었다.

농촌에서 지주의 삶을 살며 농업에 대한 생각과 농민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고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또한 레빈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 자신의 생각들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레빈의 형 세르게이 이바니치의 생각을 빌어 그의 사회적인 철학을 강조했고, 안나의 오빠인 스테판 오블론스키는 아내인 다리야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하지만, 책에서 나오는 모든 인물들과 친하게 지내며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톨스토이는 이 모든 주인공 들을 내세워 러시아의 생활들을 알려주고 있었다. 귀족들의 삶, 그들의 생활, 철학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죽음이라는 하나의 신비가 여전히 불가해한 것으로 남은 채 그의 눈앞에서 완전히 실현되기도 전에, 그만큼이나 이해할 수 없는, 그를 사랑과 삶으로 손짓하는 또 하나의 신비가 일어났다.  (2권, 563페이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선한 것인가에 동의하고 있어. 나와 모든 사람은 확고하고 의심할 여지 없고 분명한 한 가지 지식만을 갖고 있어. 그리고 그 지식은 이성으로 설명도리 수 없어. 그 지식은 이성을 초월해 있고 어떤 이유도 갖고 있지 않고 어떤 결과도 가질 수 없어.

만일 선이 이유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선이 아니야. 만일 그것이 결과를, 즉 보상을 갖는다면, 그것 역시 선이 아니야. 선은 원인과 결과의 사슬을 초월해 있어.  (3권, 518 페이지)

 

 

곧 개봉할 영화 <안나 카레니나>의 안나 역을 맡은 키이라 나이틀리.

안나의 오빠 스테판 역으로 나온 매튜 맥퍼딘은 <오만과 편견>에서 다아시 역으로 나왔다

 

 

이제 나의 삶은, 나의 모든 삶은, 삶의 매 순간은 이전처럼 무의미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선의 명백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나에게는 그것의 삶의 매 순간 속에 불어넣을 힘이 있어! (3권, 560페이지)

 

 

이 책의 제목이 『안나 카레니나』지만 책 속의 진짜 주인공은 안나가 아니라는 점.

레빈의 마지막 나레이션이 커다란 울림을 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신을 부정하였지만 끝내 신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을 보면 알수 있다. 자신이 간절하게 원하는 게 있었을 때 부를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이는 하느님, 즉 신 밖에 없었다는 걸 깨닫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톨스토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말하고자 하는 말은 레빈의 마지막 나레이션이 아니었을까.

 

 

600페이지가 넘는 세 권의 책을 읽는동안 안나의 삶에, 사랑을 잃고 번민하는 레빈의 삶을 지켜보았다. 또한 그 사랑이 이루어졌을때 느끼는 행복감과 불안감 또한 비례한 듯 하다. 서로의 마음이 굳건해지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겠다. 예나 지금이나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 가정을 버린다는 것은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또한 불륜을 저지른 아내를 용서할 수 있는 아량도 좀처럼 찾기 힘든데, 이 책은 어쩌면 용서에 대한 이야기이다. 톨스토이의 모든 생각들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로 하여금 집약되어 있는 책으로 톨스토이의 생각들을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했다.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도 그렇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독자들한테 사랑받는 명작이란 걸 다시한번 느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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