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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분노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3
윌리엄 포크너 지음, 공진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평점 :
'내가 다시 쓸 수 없는 걸작이다'라고 윌리엄 포크너가 말했고, 알베르 까퀴는 '미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라고 말했으며, 윌리엄 포크너가 1929년에 쓴 이 작품을 가르켜 현대문학의 지형을 뒤바꾼 최고의 걸작이라고 말했다. 최근에 고전문학을 꾸준히 읽어보자고 생각하며 책을 몇 권씩 구입했고, 이 작품의 예약판매가 떴을때 『곰』과 함께 바로 구입했다. 위대한 걸작을 남긴 윌리엄 포크너를 읽고 싶어서였다.
굉장한 기대를 안고 책을 펼쳤다.
윌리엄 포크너가 마음속에 떠오른 어떤 이미지 때문에 이 작품을 썼다고 했는데 나도 그가 말하는 이미지를 기대 했다. 하지만 내가 느끼게 된 『소리와 분노』의 이미지는 '어지럽다'다. 언어를 사용하기 이전에 병을 앓아 글을 모르는 3살 이하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벤지의 1인칭 시점, 하버드대학을 갔지만 여동생 캐디를, 가족이 떠올라 번민하는 지성 퀜틴의 1인칭 시점, 퀜틴의 동생이자 이 책의 주요 인물인 캐디의 동생이기도 한 제이슨의 1인칭 시점, 그리고 이 집의 유모이자 집안일을 하는 딜지의 시선으로 보는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전개되고 있다.
먼저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서른세 살의 벤지 섹션을 보자.
그는 글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냄새로 파악한다. 또한 소리로, 눈에 보이는 이미지 그대로 글로 표현하기 때문에 벤지가 말하는 글을 따라가다보면 약간의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면 '불이 왔다'라는 식으로 말을 한다. 누군가가 자기에게 멀어져 가면 멀어져간게 아니라 '작아졌다'라고 표현한다. 그가 말하는 보이는 세계, 들리는 세계, 말하는 세계이다. 작가는 마치 벤지의 머리속에 있는 양 그렇게 서술하고 있었다. 벤지의 현재와 과거 사이를 오가고, 벤지의 곁엔 늘 캐디가 그리움처럼 자리하고 있다. 벤지의 울부짖음과 소리와 냄새로 구분되어진 언어의 서술이었다.
하버드 대학을 다니는 퀜틴 섹션은 더 어지러웠다.
퀜틴은 캐디의 오빠이지만 뒤로 가면 캐디의 딸도 퀜틴이 등장하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로 왔다갔다 하는 와중에 때로는 캐디의 딸인 퀜틴으로 보이기도 했고, 캐디의 오빠이자 벤지의 큰형인 퀜틴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가 고민하고 그리워하는 이 역시 자신의 누이인 캐디이다. 캐디의 결혼을 하려고 하는 찰나 캐디를 말리는 그와 캐디를 근친상간적으로 사랑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제이슨의 섹션은 콤슨 가의 가장으로서 모습이 보인다.
아버지와 형이 죽은후 실질적인 집안의 가장으로 엄마를 보살피고, 캐디의 딸인 퀜틴을 보살펴야 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제이슨은 동네를 휘저으며 돌아다니는 퀜틴을 믿을 수 없어하고 캐디가 퀜틴을 보고 싶어 할때도 돈을 내라고 할 정도로 돈을 좋아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마지막 이 집의 유모이자 실질적인 주부이며 엄마 역할을 하는 실질적인 딜지의 섹션에서는 점점 어그러져가는 콤슨 가를 만날 수 있다.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벤지를 돌보는 십대의 러스터, 캐디의 딸인 퀜틴의 가출, 콤슨 가의 경제적 몰락을 다룬 섹션이었다.
솔직히 이 작품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복잡하게 쓰여 있어서 어렵고 난해하게 느껴졌던 작품이다. 사실 리뷰를 쓰면서 조금 정리된 느낌을 받기도 했다. 뒷 부분의 번역 작가의 해설에서 앙드레 지드는 '의도적으로 복잡하게 쓰인 작품은 일독이 아니라 재독하라'고 말했다 한다. 포크너는 어려워서 세 번을 읽어도 모르겠다는 독자들의 호소에 '그러면 네 번 읽을 것'을 권했다고도 했다. 나는 이 책을 한 번 읽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때 이상하게 다시 앞장으로 가고 싶은 기분을 느꼈다. 포크너의 말처럼, 세 번 읽어도 어려운 작품이라면 네 번이라도 읽어야 할 것을. 언젠가는. 되도록이면 빠른 시일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