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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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 다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이다.

오로지 한 여자를 위해서 평생 마음이 변하지 않는 것. 한 여자를 죽을 때까지 마음에 품고 있는 남자를 볼때면 사랑받는 여자가 부러울 정도다. 여자들은 대부분 그런 남자를 꿈꾸지 않을까. 그런 남자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푹 빠지게 되지 않을까. 여자들에게는 로망같은 남자, 개츠비를 만났다.

 

 

개츠비는 그가 좋아했던 여자 데이지 가까이에 있기 위해 웨스트에그 마을로 이사했다

데이지의 집이 바라 보인다는 이유로, 데이지가 자기를 만나러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저택을 사, 날이면 날마다 파티를 열었다. 파티를 열면 가까운 마을에 사는 데이지가 자기 집을 방문하지 않을까 하는 강한 염원이 있었다. 데이지가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결혼한 남자와의 사이에 아이가 있다 해도 개츠비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데이지가 자기를 바라 보기를, 아직도 자기를 사랑한다는 마음을 얼른 알아채기를 바라는 것이다.

 

 

"당신 부인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데이지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날 사랑합니다. "    (164페이지)

 

 

개츠비가 사랑했던 데이지는 자신의 신분과는 다른 상류층 여성이었다.

개츠비는 언제 다른 나라로 나갈수 밖에 없는 군인이란 신분이었다. 영국에 있는, 데이지를 사랑하는 개츠비는 미국에 있는 그녀에게 가려고 애를 쓰지만 자신의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오지 않는 개츠비를 기다리지 못하고 데이지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돈 많은 부자 톰 뷰캐넌과 결혼하고 화려한 생활을 시작했다. 개츠비는 데이지를 위해 불법으로 돈을 벌어 그녀가 사는 마을에 커다란 저택을 샀다. 그녀에게 보이기 위해. 이제 나한테 오라고. 개츠비가 사랑해마지 않았던 데이지는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게 속물적인 여자였다. 개츠비를 다시 만나 저택에서 그의 아름다운 셔츠들을 보며 개츠비를 안는게 아닌 셔츠 더미들을 안고 눈물을 흘리는 여자였다.

 

 

데이지의 속물적인 성격은 개츠비가 죽고나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 책의 화자 닉 캐러웨이가 개츠비의 장례식에 오기를 기다렸지만 데이지는 자신의 안락한 생활을 버리지 못하고 톰 뷰캐넌과 장기간 여행을 떠나버린 여자였다. 남편 톰이 윌슨 부인을 정부로 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안락을 위해 모르는 척 하고 넘어간 여자였다. 그런 여자를 사랑한 개츠비는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그녀를 자신에게로 데려오고 싶어 했다.

 

 

개츠비는 오직 저 초록색 불빛만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멀어지기만 하는 가슴 설레는 미래를. 그것은 이제 우리 앞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무슨 문제인가.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리고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 그러면 마침내 어느 찬란한 아침 .......   (224~225페이지)

 

 

이 책을 번역한 김영하 작가는 작품해설에서 " 데이지는 사랑 그 자체와 사랑에 빠지고 개츠비는 자기 자신의 이미지와 사랑에 빠진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지만, 실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라고 했다. 사람들은 진짜 사랑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사랑한다고 한다. 사랑에 실패했을때도 자신이 사랑한 상대보다도 자신의 그런 이미지 때문에 아직도 사랑한다고 착각하고 있다고 말하는 글을 보았다. 이 책에서의 개츠비도 그랬던 것 같다. 다른 남자와 살고 있는, 데이지가 있는 집의 초록색 불빛을 바라보며 자신의 돈을 사랑하는 데이지와의 미래를 꿈꾸었던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아메리칸드림으로 인한 한 인물의 공허한 꿈을 표현한 비극적인 글을 나타냈다. 진실로 간절히 원했지만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 그들의 이상을 그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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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길을 거닐다, 5번국도 - 다리를 건너 둑을 따라 고분을 돌아
최우식 지음 / 멘토프레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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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를 거닐어 볼 생각은 못해봤다.

유적지가 있는 곳을 다녀볼 생각은 했었다. 자주 다녀보고, 지금도 역시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나에게 5번 국도는 생소한 곳이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장소가 많아 책을 읽을 때도 생소하게 느껴졌었다. 그나마 반가웠던 곳은, 내가 새로운 여행지로 꼽아놓고 있는 '안동 하회마을'이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가 보았던 송광사의 풍경이 있었다는 것.

 

 

사람들은 자신에게 익숙한 곳이 좋은가 보다.

이 책의 저자 최우식도 과거 중학교 때 다녀 온 추억의 5번 국도를 거닐어보고 싶어 한 곳이다.

그가 시간이 날때마다 5번 국도를 거닐었다. 아직 시골의 정취가 그대로 묻어 있는 길을 그는 버스를 타기도 하고 때론 위험을 무릅쓰고 거닐었다. 그가 찍어 놓은 사진들을 보노라면 예전에 살았던 시골 마을을 보는 것처럼 정감있었다.

 

 

그리고 그의 글은 왠지 아마추어가 썼다는 느낌을 받은 것처럼 친숙했다.

전문 작가가 아닌 사람이 쓰는 여행 일기 같았다고 할까. 내가 여행기를 쓴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의 글들은 자연 날 것의 느낌이었다.

 

 

여행은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

그래서 늘 여행을 꿈꾸고, 여행 가지 못함을 달래듯 여행에세이를 읽는 것을 즐긴다. 간접 여행을 하는 것처럼.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다시 정했다.

전부터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안동에서 며칠 묵고 싶다. 하회마을을 둘러보고, 병산서원을 둘러보고 싶다. 또한 이황의 자취가 있는 도산서원을 둘러보고 싶다. 몇 년 전엔가 소백산 정상에 올라 그 아름다움을 바라보면서 꼭 다시 와 소백산을 오르고, 단양 팔경을 둘러보겠다고 다짐했던 걸 이젠 다짐뿐만이 아니라 빠른 시일내에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걷는 게 너무 힘들면 차를 움직여 걷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텃밭을 가꾸는 신랑때문에 가까운 곳도 가질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마음은 벌써 5번 국도를 향하고 있는데, 책을 붙잡고만 있는 내 현실에 마음만 더 바빠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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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보는 나, 착각하는 너 - 나보다 타인이 더 신경 쓰이는 사람들 심리학 3부작
박진영 지음 / 시공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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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며 수많은 사람들과 감정적으로 부딪히며,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내가 하는 행동이 최선이라고 믿고 행동하지만, 나도 모르는 새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생기고, 또한 나 스스로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럴 때 참 힘들다.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려니 생각하기도 하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때도 있어, "그 사람은 왜 그럴까?"라는 혼잣말을 하기도 한다.

 

 

이런저런 나의 생각들을 명쾌하게 정리해 준 책을 만났다. 바로 사회심리학을 다룬 이 책이었다. 다른 심리학 책들도 여러번 읽었지만, 이 책 또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힘들어 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었다.

 

 

예전이나 현재에도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려운 일이다.

오래전에 나를 좋아하는 친구,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세 명이서 가다보면, 꼭 한 사람은 삐지게 된다. 어떤 한 주제를 갖고 이야기하다보면 한 사람은 소외되는 경우기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럴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해 버리면 되는데 소심한 사람은 표정을 나타내고 만다. 그리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과의 관계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몇명이서 모임을 하다보면 마음에 더 맞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만약 다섯 명이라면, 그중에서 세 명이 모이기도 하고, 둘이서 모이기도 하는데, 자신한테 만나자는 말 한 마디 건네지 않았다고 서운해하는 말을 내비치곤 한다. 물론 나도 서운한 마음이 없지 않지만, 좀더 마음이 맞는 사람이 만났나보다 이렇게 생각한다.

 

 

결국 행복한 인생은 일상의 순간순간을 행복하게 보내는 것에 달려 있다. 이러한 결과는 행복하게 사는 데에는 곁에 있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종종 운동도 하는 것만 한 게 없다는 걸 보여준다. (101페이지)

 

 

대체적으로 사회성이 좋은 사람이 사회생활도 잘한다고 한다.

영리한 머리를 가졌지만, 물론 학교에서 공부도 무척 잘한 사람이 사회 생활을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융통성이 없어 주위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반면에 일을 특별히 잘하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아, 여러 사람들에게, 특히 상사에게 인정을 받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또한 우리는 나 자신보다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너무 많이 쓴다.

여자의 경우, 예쁜 옷을 입고 외출하거나 직장에 출근했을때, 모두가 내 예쁜 모습을 바라보는 줄 알지만 정작 모르는 사람들은 무관심하다. 버스를 탔을때 급정거로 인해 맨 뒷 자리에서 운전기사가 있는 운전석까지 달려갔을 때도 나는 모든 사람들이 나만 쳐다볼 것 같아 창피해 하지만 그다지 많은 사람이 신경을 쓰지는 않는다. 또한 계단을 내려오다가 넘어졌을때도 아픈 것 보다 여러 사람이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아 창피해 죽을 것 같지만 그 또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타인의 시선은 몇 되지 않는다. 이처럼 사람들이 나만 바라본다는 착각을 하며 살고 있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걸 저자는 또 말해주고 있었다.

어떤 이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가에 대한 것도 나와 있는데 대부분의 여성과 남성은 잘생긴 사람에게 끌린다고 한다. 잘생긴 남자는 이쁜 여자와 사귈 확률이 많고, 가임기 여성, 특히 배란일에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사례를 들어가며 말하고 있었다. 그런 비슷한 것을 들은 것도 같았는데, 남성은 가임기 여성에게 더 끌리고, 여성 또한 가임기 일때 더 예쁘게 치장한다고 한다.

 

 

언제나 좋을 수만은 없다.

사람들과의 갈등이나 관계 때문에 힘들어 할 때의 해결법을 제시하고 있다.

마음속의 상처를 가지고 혼자 끙끙대지만 말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하거나 자신의 그 감정을 인정하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렇게 인정하고 해도 마음을 다잡아도 힘들면 생각을 버리라고도 말한다. 또한 피해의식에서 벗어나기를 권하고, 분노를 계속 가지고 있지 말고 용서하며, 갈등을 통해서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 성장하기를 권한다. 긍정적인 생각, 주변 사람에게 행하는 아주 작은 배려가 사람과의 관계를 잘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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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프레임 - 마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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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마녀사냥은 인터넷에서 이루어진다.

언젠가 가수 한 명이 인터넷에서 테러를 당한 적 있다. 학력문제로 그에게 진실을 요구한다는 카페까지 만들어놓고, 그가 증명서를 내놔도 믿지 못하고, 그를 괴롭혔다. 사실을 증명한다는 증명서도 믿지 못하고 사람을 핍박하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의 학력이 무엇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카페까지 만들어 그를 괴롭혔을까. 나는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 많은 사람들이 한 사람에게 그렇게까지 행동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또한 최근에 어느 가수가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그의 죽음을 슬퍼하지는 못할 망정 각종 악성 댓글로 그의 가족들을 더욱 슬프게 한 일들이 발생했다. 나를 알지 못한 다는 이유로 한 사람을 마녀로 몰아 마녀사냥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역시 슬픈 일이다.

 

 

마녀는 실제로 존재한다기보다 얼빠진 사람들의 마음속에 존재한다.  (122페이지)

 

 

과거, 중세시대에 마녀를 판별할때 증거를 찾아낼 필요가 없었다 한다. 마녀 사냥은 말 그대로 주관적인 게임이었다. 마녀가 되는 순간 공포를 자아내기도 했고, 또 그만큼 다른 사람들에게는 짜릿한 쾌감을 제공했다고 한다. 시민들은 마녀 재판을 보는 걸 즐겼고, 화형을 당하는 장면도 즐겼었다.

 

 

처음부터 마녀가 부정적인 이미지는 아니었다.

마법이나 마녀를 신성시 하던 때도 있었다. 마녀사냥은 백년전쟁이 끝난 다음 본격화 되었다고 한다. 프랑스를 구한 여전사인 잔 다르크도 마녀 재판을 받고 처형당했다고 하니, 그들은 마녀라고 우기기만 하면 되었다. 마법을 행했다는 증거도 필요없었다. 마법을 실행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은 사람중의 대부분이 여성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왜 여성을 마녀로 몰았는가. 여성이라는 존재를 유혹적이고 위험한 모습으로 그렸고, 무엇보다도 여성은 남성을 타락시킬수도 있고, 무력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한 존재였다는 게, 그들에게는 어쩌면 두려운 존재였을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마녀사냥에 대한 걸 더 생각해보자는 취지였을것이다.

저자는 현대판 마녀사냥에 대해 설명하기를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그때 천안함 사건이 생겼을때 갑자기 북한의 어뢰때문에 천안함 사건이 생겼다고 기사에 나와서 약간 어처구니가 없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기면 북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저자는 그런 것도 마녀 사냥의 일종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마녀는 그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이다.  (161페이지)

 

 

저자는 이 책을 쓴 까닭을 위의 말처럼 같이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글을 썼다고 말하고 있다. 마녀의 역사 뿐만 아니라 마녀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마녀 만들기의 정치성을 밝히는 것이 목적이었다고도 말했다.  '누구나 마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마녀는 다시 사유되어야만 한다' (166페이지) 우리가 마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타인들을 마녀로 몰아서는 안될 것 같다. 마녀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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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
이창래 지음, 나중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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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겪어 보지 않는 나는 소설속에서 전쟁을 본다.

부모를 눈 앞에서 잃는 걸 보거나, 가족의 죽음을 경험하기도 하는 전쟁 속에서 그들은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 애쓴다. 피난민으로서 배고픔을 참고 견디는 법, 먹을 게 있으면, 있을 때 배를 채워두는 법, 무언가를 훔치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법을. 어떻게든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1950년대의 세 인물을 통해 그들은 전쟁의 참상과 그들의 내면 속 영혼을 갈구하는 책이다. 그들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1950년에서 1953년의 한 고아원과 1986년의 미국에서의 그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전쟁을 겪은 그들, 전쟁고아 준, 미군 병사 헥터,  선교사의 아내 실비가 그들이다. 전쟁은 사람들을 피폐하게 만든다. 또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는다.

 

 

어느 누구에게 선택을 하도록 해선 안 돼. (257페이지)

 

 

피난민 대열에 있는 준은 쌍둥이 동생들을 데리고 꽉 들어찬 기차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기차 지붕에 딱 붙어 남쪽으로, 부산으로 가는 중이다. 준 자신도 어렸지만 어린 쌍둥이 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른스럽게 행동하고 있다. 전쟁이 일어난 후 아빠와 오빠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같이 피난을 떠났던 엄마와 언니도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준은 동생들을 버리고 싶으면서도 버리지 못했다. 엄마가 살아있었으면 했을 행동들을 그대로 동생들에게 해주었으나 불의의 사고로 동생들마저 잃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밤이든 낮이든 생존을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항상 주변을 경계하는 버릇이 생겼다.  (31페이지) 

 

 

전쟁을 싫어한 아버지로부터 절대 전쟁에 나가지 말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듣고 자란 헥터.

별일없겠지 하는 마음으로 아버지와 함께 있었던 술집에서 나와 다른 곳으로 갔을때 일어난 사고로 아버지가 죽자 그에 대한 죄책감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군인으로 있던 헥터에게 처형하도록 인계받은 소년 병사때문에 그는 굉장히 견딜수 없어한다. 그뒤 전사자 처리 부대로 옮겼지만 그곳에서도 잘 견디지 못해 그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다.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세계를 누비며 선교활동을 해온 실비는 전쟁속, 만주에서 부모를 비참하게 잃었다. 그 충격으로 정신을 놓아버린 실비는 힘든 나날을 보내지만 시애틀에서 평생의 반려이자 선교사인 남편을 만나 한국으로 들어와 부모가 했던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실비가 고아원으로 오게 되면서 헥터와 준은 서로 어쩔수 없이 서로 엮이게 된다. 그들의 운명과 비극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1986년의 미국에서의 준.

준은 아버지를 찾겠다며 집을 나가 유럽으로 간 아들 니콜라스를 찾을 결심을 하고, 그에 앞서 헥터를 찾는다. 그리고 그는 아들을 찾아 이탈리아로 가려고 가게를 정리하고, 집의 모든 물건들을 정리한다. 아주 싼 값에 넘기고, 신세를 진 사람에게는 그냥 주기도 한다. 그리고 헥터를 찾아 아프 몸을 이끌고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떠날 수 없는 몸을 하고서.

 

  

그 모든 것은 그녀의 진심이었다. (452페이지)

 

 

준, 헥터, 준. 그들의 인생을 보자면 과거의 기억, 전쟁의 처참한 기억들을 빼놓을수 없었다.

상념에 잠기면 언제나 생각나는 그 아픈 순간들의 기억속으로 빠져들었다. 1986년의 미국에서 살고 있지만 한국전쟁이 일어났던 그 고아원에서의 아픔들이 저절로 기억이 나는 것이었다. 지울래야 지울수 없는 아픈 기억이었다. 부모를 일본군인들에게 처참하게 잃은 실비가 약물에 의존하는 것이나, 아버지를 죽게 만든 것이 자신이라는 것 때문에 술에 의지하는 헥터, 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과 성적인 것을 거부하기 힘들었던 것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가운데에 있었던 준. 이 세 사람의 그들이 품었던 그 모든 갈망과 모든 것을 잊고자 했던 살기 위한 몸부림을 볼 수 있었다.

 

 

 

 

전쟁은 아플수 밖에 없다.

전쟁의 상흔을 오래도록 가슴에 안고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 기억들을 지우고자 하지만 그것이 마음처럼 되지는 않는다. 엉켜버린 과거의 기억을 풀려는 준은 여행을 준비하고, 준과 함께 여행을 하게 된 헥터는 가시 박힌 아픈 손을 돌보듯 그렇게 준을 돌본다.

 

 

이 책 속에는 그들의 모든 아픔이 들어있다.

아플 수 밖에 없는 과거의 기억들과 현재에서도 행복하지 못했던 그들의 아픔이 가슴아프도록 다가왔다. 그들의 아들을 찾아 이탈리아를 헤매는 그들. 그들이 진정으로 가고 싶어 했던 곳, 솔페리노에 도착한 그들이 맞은 그 무덤들. 솔페리노는 준의 이상향이었는지 모른다. 

 

 

서울에서 태어나 세 살에 미국으로 이민가 미국에서 활동한 작가인 이창래의 작품이다.

한국계 미국 작가인 이창래의 작품은 한국전쟁 당시의 전쟁을 겪은 한국인으로서의 아픔과 미국에서 살고 있는 전쟁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미국인들의 시각에서 그린 작품이다. 아픔과 감동이 있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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