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이창래 지음, 나중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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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겪어 보지 않는 나는 소설속에서 전쟁을 본다.

부모를 눈 앞에서 잃는 걸 보거나, 가족의 죽음을 경험하기도 하는 전쟁 속에서 그들은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 애쓴다. 피난민으로서 배고픔을 참고 견디는 법, 먹을 게 있으면, 있을 때 배를 채워두는 법, 무언가를 훔치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법을. 어떻게든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1950년대의 세 인물을 통해 그들은 전쟁의 참상과 그들의 내면 속 영혼을 갈구하는 책이다. 그들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1950년에서 1953년의 한 고아원과 1986년의 미국에서의 그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전쟁을 겪은 그들, 전쟁고아 준, 미군 병사 헥터,  선교사의 아내 실비가 그들이다. 전쟁은 사람들을 피폐하게 만든다. 또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는다.

 

 

어느 누구에게 선택을 하도록 해선 안 돼. (257페이지)

 

 

피난민 대열에 있는 준은 쌍둥이 동생들을 데리고 꽉 들어찬 기차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기차 지붕에 딱 붙어 남쪽으로, 부산으로 가는 중이다. 준 자신도 어렸지만 어린 쌍둥이 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른스럽게 행동하고 있다. 전쟁이 일어난 후 아빠와 오빠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같이 피난을 떠났던 엄마와 언니도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준은 동생들을 버리고 싶으면서도 버리지 못했다. 엄마가 살아있었으면 했을 행동들을 그대로 동생들에게 해주었으나 불의의 사고로 동생들마저 잃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밤이든 낮이든 생존을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항상 주변을 경계하는 버릇이 생겼다.  (31페이지) 

 

 

전쟁을 싫어한 아버지로부터 절대 전쟁에 나가지 말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듣고 자란 헥터.

별일없겠지 하는 마음으로 아버지와 함께 있었던 술집에서 나와 다른 곳으로 갔을때 일어난 사고로 아버지가 죽자 그에 대한 죄책감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군인으로 있던 헥터에게 처형하도록 인계받은 소년 병사때문에 그는 굉장히 견딜수 없어한다. 그뒤 전사자 처리 부대로 옮겼지만 그곳에서도 잘 견디지 못해 그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다.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세계를 누비며 선교활동을 해온 실비는 전쟁속, 만주에서 부모를 비참하게 잃었다. 그 충격으로 정신을 놓아버린 실비는 힘든 나날을 보내지만 시애틀에서 평생의 반려이자 선교사인 남편을 만나 한국으로 들어와 부모가 했던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실비가 고아원으로 오게 되면서 헥터와 준은 서로 어쩔수 없이 서로 엮이게 된다. 그들의 운명과 비극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1986년의 미국에서의 준.

준은 아버지를 찾겠다며 집을 나가 유럽으로 간 아들 니콜라스를 찾을 결심을 하고, 그에 앞서 헥터를 찾는다. 그리고 그는 아들을 찾아 이탈리아로 가려고 가게를 정리하고, 집의 모든 물건들을 정리한다. 아주 싼 값에 넘기고, 신세를 진 사람에게는 그냥 주기도 한다. 그리고 헥터를 찾아 아프 몸을 이끌고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떠날 수 없는 몸을 하고서.

 

  

그 모든 것은 그녀의 진심이었다. (452페이지)

 

 

준, 헥터, 준. 그들의 인생을 보자면 과거의 기억, 전쟁의 처참한 기억들을 빼놓을수 없었다.

상념에 잠기면 언제나 생각나는 그 아픈 순간들의 기억속으로 빠져들었다. 1986년의 미국에서 살고 있지만 한국전쟁이 일어났던 그 고아원에서의 아픔들이 저절로 기억이 나는 것이었다. 지울래야 지울수 없는 아픈 기억이었다. 부모를 일본군인들에게 처참하게 잃은 실비가 약물에 의존하는 것이나, 아버지를 죽게 만든 것이 자신이라는 것 때문에 술에 의지하는 헥터, 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과 성적인 것을 거부하기 힘들었던 것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가운데에 있었던 준. 이 세 사람의 그들이 품었던 그 모든 갈망과 모든 것을 잊고자 했던 살기 위한 몸부림을 볼 수 있었다.

 

 

 

 

전쟁은 아플수 밖에 없다.

전쟁의 상흔을 오래도록 가슴에 안고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 기억들을 지우고자 하지만 그것이 마음처럼 되지는 않는다. 엉켜버린 과거의 기억을 풀려는 준은 여행을 준비하고, 준과 함께 여행을 하게 된 헥터는 가시 박힌 아픈 손을 돌보듯 그렇게 준을 돌본다.

 

 

이 책 속에는 그들의 모든 아픔이 들어있다.

아플 수 밖에 없는 과거의 기억들과 현재에서도 행복하지 못했던 그들의 아픔이 가슴아프도록 다가왔다. 그들의 아들을 찾아 이탈리아를 헤매는 그들. 그들이 진정으로 가고 싶어 했던 곳, 솔페리노에 도착한 그들이 맞은 그 무덤들. 솔페리노는 준의 이상향이었는지 모른다. 

 

 

서울에서 태어나 세 살에 미국으로 이민가 미국에서 활동한 작가인 이창래의 작품이다.

한국계 미국 작가인 이창래의 작품은 한국전쟁 당시의 전쟁을 겪은 한국인으로서의 아픔과 미국에서 살고 있는 전쟁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미국인들의 시각에서 그린 작품이다. 아픔과 감동이 있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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