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를 거닐어 볼 생각은 못해봤다.
유적지가 있는 곳을 다녀볼 생각은 했었다. 자주 다녀보고, 지금도 역시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나에게 5번 국도는 생소한 곳이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장소가 많아 책을 읽을 때도 생소하게 느껴졌었다. 그나마 반가웠던 곳은, 내가 새로운 여행지로 꼽아놓고 있는 '안동 하회마을'이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가 보았던 송광사의 풍경이 있었다는 것.
사람들은 자신에게 익숙한 곳이 좋은가 보다.
이 책의 저자 최우식도 과거 중학교 때 다녀 온 추억의 5번 국도를 거닐어보고 싶어 한 곳이다.
그가 시간이 날때마다 5번 국도를 거닐었다. 아직 시골의 정취가 그대로 묻어 있는 길을 그는 버스를 타기도 하고 때론 위험을 무릅쓰고 거닐었다. 그가 찍어 놓은 사진들을 보노라면 예전에 살았던 시골 마을을 보는 것처럼 정감있었다.
그리고 그의 글은 왠지 아마추어가 썼다는 느낌을 받은 것처럼 친숙했다.
전문 작가가 아닌 사람이 쓰는 여행 일기 같았다고 할까. 내가 여행기를 쓴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의 글들은 자연 날 것의 느낌이었다.
여행은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
그래서 늘 여행을 꿈꾸고, 여행 가지 못함을 달래듯 여행에세이를 읽는 것을 즐긴다. 간접 여행을 하는 것처럼.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다시 정했다.
전부터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안동에서 며칠 묵고 싶다. 하회마을을 둘러보고, 병산서원을 둘러보고 싶다. 또한 이황의 자취가 있는 도산서원을 둘러보고 싶다. 몇 년 전엔가 소백산 정상에 올라 그 아름다움을 바라보면서 꼭 다시 와 소백산을 오르고, 단양 팔경을 둘러보겠다고 다짐했던 걸 이젠 다짐뿐만이 아니라 빠른 시일내에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걷는 게 너무 힘들면 차를 움직여 걷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텃밭을 가꾸는 신랑때문에 가까운 곳도 가질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마음은 벌써 5번 국도를 향하고 있는데, 책을 붙잡고만 있는 내 현실에 마음만 더 바빠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