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글자도서] 80일간의 세계 일주 2 - 쥘 베른 장편동화 창비 재미있다! 세계명작 큰글자도서
쥘 베른 지음, 김주열 옮김, 이상권 그림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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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포그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여행의 과정에는 관심이 없으며, 오직 80일간의 세계일주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존재. 고난과 역경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기계 같은 존재. 주변에 가족과

친척과 친구가 없는 단단한 섬. 그가 궤도를 벗어나는 순간이 있는데, 프랑스 보르도를 기착지로 하는

배의 선장을 가두고 리버풀로 행선지를 바꾸고 직접 배를 모는 장면, 자신이 은행강도범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픽스 형사를 때리는 장면 그리고 아우다 부인의 고백을 받고 수락하는 장면이다.



"시점이 종점이 되고, 종점이 시점이 된"(윤동주, 종시) 여행에서 포그에게 남은 것은 사랑과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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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이규리 아포리즘 2
이규리 지음 / 난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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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와 '뒷모습' 관한 챕터의 글이 기억에 남았다.

'뒤는 여백이다. 뒤는 말하지 못한 고백이다' 같은.



저자는 카프카를 꽤 좋아하는 것 같다.

'오래 끈 어떤 죽음 이후 가족들은 단란하게 소풍을 갔다.'



굳이 카프카가 아니더라도 저 문장은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려 모노 누울 때, 누군가 내게 말해주었다.

누구나, 더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써보라고.



웃었다. 바늘에 찔리고도 웃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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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그림의 역사
데이비드 호크니 외 지음, 로즈 블레이크 그림, 신성림 옮김 / 비룡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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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7일 일요일, 올 상반기 힘든 부서에서 수고했다고 아내로부터

한나절 휴가를 허락받았다. 1호선을 타고 시청역에서 내려 점심을 먹고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를 보고 돌아오는 짧은 여정을 좋아한다. 이 날도 덕수궁 옆 중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걸었다. 평소 같으면 붐빌 장소가 아닌데 사람들로 입구부터 미술관 앞이 북적인다. 정문을 중심으로 오른편에 임시 부스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 전의 매표소였다.


노 화가의 시대별로 정리된 섹션과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면서 화가의 생애를 일별했다. 특히 시대에 따라 도구가 계발되고 바뀌는 과정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변신을 거듭해 나가는 화가의 포용성과 적극성이 인상깊었다. 기념품 숍에서 엽서를 몇 장 구입했다. '클라크 부부와 퍼시'(1970년-1971년)과 화가의 부모님을 찍은 사진, 수영장에서 사람이 물에 뛰어드는 찰나를 감각적으로 포착한 'a big splash'였다.


화집은 따로 구매하지 않고 호크니 관련 도서를 검색했다. 최근 도서중에 부천시 희망도서로 "어린이를 위한 그림의 역사"를 신청했다. 큰 도판으로 전시에서 보았던 '클라크 부부와 퍼시'를 다시 볼 수 있었고화가가 생각하는 빛과 그림자, 공간, 거울에 관한 활용을 엿볼 수 있어서 제목과 달리 어른들이 읽어도 매우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위 전시를 본 사람이라면 더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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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있다 - 윤동주 산문의 숲에서
김응교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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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이마까지 바짝 다가와 툭 툭 수박씨를 내뱉을 때 번져가는 어둠에 물들지 않도록 이내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전갈의 등을 타고 세제곱의 발걸음으로 계단을 무너뜨리며 쫓아오는 우레에 급한 마음은 포도(鋪道)에 박힌 별의 모양으로 나아갈 길을 점치어 봅니다

 

남쪽에 고향이 있습니다 그 고향의 하늘에 두고 온 참외처럼 생긋이 웃는 애인이 있습니다 토마토를 도마도, 장어를 짱어라 말하는 애인입니다 복숭의 솜털 같은 애인의 눈망울을 바라볼 때면 연륜을 알 수 없는 녹나무 한 그루가 맑은 그늘을 공작의 날개처럼 펼치고 있습니다

 

나는 별들의 폭우를 피해 나무로 들어갑니다 동굴 같은 여름 속에는 폭염을 피해 흘러든 무궁무진한 별똥의 숲이 있습니다 극단의 마음을 끌어안고 사는 나무는 어쩌면 내가 잊고 살던, 내게서 떨어져 날아간, 언젠가 내가 나에게 버린, 내게 스며든 애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무는 보고 싶지 않은 내 얼굴을 가리는 그늘막이자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을 보지 않게 해 주는 가림막입니다

 

나는 숲에서 별스러운 관통을 꿈꿉니다 뒤로 한 걸음 혹은 앞으로 세 걸음의 봄을 생각합니다 빗금처럼 차창이 비틀거립니다 한 평 남짓 내 그늘에 낀 시간의 녹 위로 투명한 개미들이 지나갑니다 고요한 레일 위에 펼쳐진 소리의 그물에 몸을 던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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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 카를로 로벨리의 존재론적 물리학 여행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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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포터의 소설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읽고 있다.

표제작인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의 주인공은 물리학을 전공하는 여자인데,

두 남자 사이를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오간다.

현재의 남편은 수영선수 출신에 의대를 다니는 예비의사다.

젊고, 유능하고, 무엇보다 그녀를 깊이 사랑한다.

반면 다른 한 남자는 노년의 이혼한 물리학 교수다. 아마도 퇴임이 멀지 않았고

늙고 병들어 가는 신체를 가졌고, 정서적으로도 고독을 걸치고 사는 그런 사람.

주인공은 교수의 집을 방문해 얘기를 하게 되었고, 꽤나 자주 그의 집을 드나들며

그와 정서적으로 감응했다. 물론 현재의 남편, 그 당시의 젊은 애인과의 만남은

계속했다.



이 단편의 묘미는 여자가 두 남자 사이를 오가는 상황의 미묘함이다.

예비 의사의 애인으로 여자는 젊은 남자와의 관계를 정리할 생각이 없으며,

실제적으로도 의사의 성실한 아내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수영 연습, 먼 곳에서의 시합이나 사적인 모임 등으로 그의 시선이

닿지 않는 순간이면 어김 없이 그녀는 교수의 집을 찾는다.



그때의 그녀는, 그리고 지금의 그녀는 누구를 사랑했고 사랑하는가

닐스 보어, 디렉, 하이젠베르크 같은 양자역학의 대가들이 언급되고,

물리학 교수를 등장시킨 것은 저자의 계산된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사물이 관계를 낳는 것이 아니라 관계가 사물을 낳는다'

시공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고 사건이라는 알갱이들이 일어나는 확률적인 구름이

라는 것.



의사를 만난 그녀와 물리학 교수를 만난 그녀는 보이는 세계에서는 하나의 형체

이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는 독립된 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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