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 카를로 로벨리의 존재론적 물리학 여행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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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포터의 소설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읽고 있다.

표제작인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의 주인공은 물리학을 전공하는 여자인데,

두 남자 사이를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오간다.

현재의 남편은 수영선수 출신에 의대를 다니는 예비의사다.

젊고, 유능하고, 무엇보다 그녀를 깊이 사랑한다.

반면 다른 한 남자는 노년의 이혼한 물리학 교수다. 아마도 퇴임이 멀지 않았고

늙고 병들어 가는 신체를 가졌고, 정서적으로도 고독을 걸치고 사는 그런 사람.

주인공은 교수의 집을 방문해 얘기를 하게 되었고, 꽤나 자주 그의 집을 드나들며

그와 정서적으로 감응했다. 물론 현재의 남편, 그 당시의 젊은 애인과의 만남은

계속했다.



이 단편의 묘미는 여자가 두 남자 사이를 오가는 상황의 미묘함이다.

예비 의사의 애인으로 여자는 젊은 남자와의 관계를 정리할 생각이 없으며,

실제적으로도 의사의 성실한 아내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수영 연습, 먼 곳에서의 시합이나 사적인 모임 등으로 그의 시선이

닿지 않는 순간이면 어김 없이 그녀는 교수의 집을 찾는다.



그때의 그녀는, 그리고 지금의 그녀는 누구를 사랑했고 사랑하는가

닐스 보어, 디렉, 하이젠베르크 같은 양자역학의 대가들이 언급되고,

물리학 교수를 등장시킨 것은 저자의 계산된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사물이 관계를 낳는 것이 아니라 관계가 사물을 낳는다'

시공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고 사건이라는 알갱이들이 일어나는 확률적인 구름이

라는 것.



의사를 만난 그녀와 물리학 교수를 만난 그녀는 보이는 세계에서는 하나의 형체

이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는 독립된 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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