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 김대식의 로마 제국 특강
김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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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로마의 역사 특강이란 어떨까, 궁금증에서
이 책을 집어 든다.

제국의 기원, 멸망, 복원, 유산이라는 큰 주제 아래 로마의 시스템과 주목할 만한 사건들을 언급하고 있다. 다 읽어도 뇌과학자라서 특별히 새롭다라는 것은 느끼지 못했고, 다만 인문학자들이 접근하는 분석적 사고방식이나 서술보다는 대중 과학저술가로서좀더 쉽게 로마의 굵직한 사건과 에피소드를 전달하는 힘은 있다고 생각했다. 쉽게 말해 책장이 잘 넘어간다는 얘기다.

후반부에서는 미술, 건축, 과학 등 분야에서의 시대적 변화상황들을 유적과 작품들을 소개하며 제시하는데 융합적인 측면을 부각하려는 의도였겠지만 특별히 신선한 접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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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환상통 문학과지성 시인선 527
김혜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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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죽음의 자서전"과 "피어라 돼지"가 출간 뒤 낭독회가 있었다.

그때 시인은 머릿속의 잔상에 대해 얘기하면서, 우체국 창구에 있는 직원들이

바삐 우편물을 정리하고 어디론가 보내고 하던 장면이 생각난다고 하셨다.

신작 시집에 실린 '그믐에 내용증명' '우체국 여자' 같은 작품의 모항이 바로

그 잔상일 것이다. 어느 작품을 선택해도 시인 특유의 여성의 몸에 대한 사유와 이미지, 리듬을 느낄 수 있겠지만 개인적인 경험과 관련된 위 우체국 시편이 기억에 남는다.



집 근처 사거리 모퉁이에 있던 오래된 우체국이 없어졌다. 아마도 다른 우체국과

통폐합 되었거나 우편 집중국으로 업무가 이관되었을 것이다. 그 자리에

프렌차이즈 빵집이 생겼다. 우체국을 문지기처럼 지키던 빨간 우체통이 사라지고 은색 철제의자와 테이블, 파란색 간판에 흰색 글씨가 도드라졌다. 그곳에서 부치고

받았던 소포와 편지들, 그곳에 일터를 두고 수 년을 보낸 사람들의 기억들이 하루 아침에 푹 파여져 사라진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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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하는 법 패러독스 10
피에르 바야르 지음, 김병욱 옮김 / 여름언덕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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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는 허풍이 심한 친구가 반에 한 둘은 있었다.

검증하거나 확인할 수 없는 사실을 자신이 마치 겪거나 성취한 것처럼 말했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 동창 중에도 그런 아이가 있었다.

자신이 그 당시 최고로 인기를 누리던 걸그룹의 팬클럽 임원이며

자신이 기획사로 찾아갔을 때 회사 직원이 에스코트를 해주었다는 등의 주장이나

자기는 앉은 자리에서 삶은 계란 한 판을 다 먹었다는 주장

전국 모의고사에서 전국 3퍼센트 안에 들 수 있었는데 마킹 실수 때문에 점수가

잘 안나왔다는 말 같은 것들이다

나를 포함한 친구들은 그를 구라쟁이라고 비난했고 물론 믿지 않았다.

그가 사실이라고 말한 것들의 진실성에 대한 커다란 의문을 품은 것인데,

이 책을 읽고 보니 핵심은 진실성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이야기꾼으로서 개연성 없는 사실을 나열한 것에 대한 잘못이 훨씬 더 컸다.

그가 주장한 사실들과 인물들이 그의 이야기 안에서 실제 사실과 개연적 사실과

허구와 적절히 섞여서 우리가 이야기에 빠지게 할 수 있었다면 우리가 그토록

그를 비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좀더 철저하게 사전지식을 쌓고 인물에 대한

탐구를 하고 동선과 스토리를 짰다면 우리는 그의 스토리텔링을 칭송했을 텐데.


가보지 않은 곳과 대충 지나친 곳과 갔으나 잊어버린 곳에 대해 특정한 상황에서

대화를 하거나 말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마르코 폴로나 80일간의 세계일주의

윌리엄 포그처럼 상상력과 총체적 시각을 가지고 내면의 독립된, 나만의 우주

를 구축하는 일은 비단 소설가를 비롯한 작가의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빛도 스며들지 않는 꽉 막힌 성이 아니라 담장은 존재하되 언제나 열린 구조의

내면의 공간을 갖는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교훈을 주는 책이다. 그리고 이런

요지의 주장을 문학 텍스트와 결부시켜 논리적으로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창작자에게도 무척 유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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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판 사나이 이삭줍기 환상문학 1
아델베르트 샤미소 지음, 최문규 옮김 / 열림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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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옷을 입은 남자에게 그림자를 팔고 금화가 쏟아지는 자루를
넘겨받은 남자가(페터 슐레밀) 있었다.
빛이 없으면 그림자가 없듯 그림자가 없으면 빛도 없다.
그림자의 빛의 존재 증거임과 동시에 빛을 이루는 구성요소인데
그는 그림자를 팔고 빛을 잃었다. 그림자가 없는 그를 향한
연인과 그 가족, 하인을 비롯해 거리의 사람들의 시선은 냉소와
냉대를 넘은 인간 이하의 존재를 보는 듯 했다.


결국, 이 소설의 핵심은 '그림자'가 과연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다.
그것이 무엇이길래 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뀌게 하고,
자연에 귀의하게 만들었을까.
그림자는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표식(기표)인데, 사실 그림자는
세속에 있어서는 쓸모가 없다. 그 쓸모없음의 결여가 곧 본질의
결여가 되는 아이러니가 흥미롭다.


내게 인상 깊었던 장면은 그림자를 판 사나이가 회색 옷을 입은 남자가
그림자를 돌려주는 대신 사후 영혼을 팔라는 남자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하는 부분이었다. 그림자를 되찾으면 자신을 떠난 하인을 응징하고
사랑을 확인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헤어진 연인과 재회하고 결혼에 이를
수 있음에도 사나이는 영혼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후 영혼이
그림자보다 더 소중한 것인가. 일반적으로 정신적, 종교적 세계를 의미하는
'영혼'이 이 소설에서는 인간의 근원과 본질을 규정 짓는 그 무엇인가,라는
생각.



차라리 그림자를 판 사나이가 자신의 그림자가 없음을 물어오고, 파헤치려는
사람들과 측근들에게 처음부터 솔직하게 저간의 사정을 말했더라면 파국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답답함도 들었다.


그림자를 판다는 설정 자체가 이토록 해석을 풍부하게 할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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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fi 문학과지성 시인선 511
강성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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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예정된 일정이라 취소하지 못하고 곤지암을 갔었다.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윤이를 데리고 간 것은 분명 무리였다.

먹지도 않고 열이 오르내리는 윤을 데리고 광주 시청 쪽의

병원 응급실에서 수액을 주사 받았다. 잠시 나아지는가 싶더니

집으로 돌아온 뒤에 일주일 전 입원한 병원에 재입원.

내일이면 나흘을 쉬고 다시 퇴원한다. 이러다 어린이집 친구들

얼굴 벌써 다 잊겠다 싶다.

걱정의 기저에는 무엇이 흐르고 있나.

지하수, 전파, 두려움, 미움, 연민

우묵한 곳에 분명 무언가 쌓이고 또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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