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9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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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일본,

'사양'이라는 제목은 석양(저무는 태양의 빛) 인 동시에 

몰락한 귀족인 가즈코의 집안을 상징한다.


영국과 달리, 일본은 근대화 이후 일왕은 있지만 귀족이라는 신분은 사라졌다.

외부적으로 전쟁을 겪고, 내부적으로 집안이 몰락한 귀족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가즈코(딸), 어머니, 오빠 나오지, 나오지가 추앙하고 따라다니는 소설가 우에하라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마태복음)는 말씀은 이들에게 주어진 명제 같다.

사회가 변했으니 이전에 벤 습관은 버리고

전후 일본 사회에 살아가기 위해 영리하게, 한편으로는 품위를 잃지 않고 살아가라는 명령.


어머니는 점점 쇠약해지고 나오지는 방탕한상황을 멈추지 않는 가운데

가즈코는 '사랑과 혁명'이라는 표식을 품에 안고 살아간다, 아니 살아가야만 한다.


우에하라에 대한 연정을 표하는 편지, '당신의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열망은 단순히 한 개인에 대한 사랑이 아니다. 가즈코는 사생아를 낳고 당당하게 자신이 생각하는 '도덕의 혁명'을 완성하기로 마음먹는다. 


돈이 많으면 고귀한 신분이 살 수 있게 된 우리나라에 살면서,

몰락한 귀족의 심정을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다.

다만, 엉뚱하게 이런 생각이 든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유신과 독재에 맞서 거리에서 싸우는 친구들을 뒤로 하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출세를 바랐던 아버지들의 마음과


2000년대 이후. 친구들이 독서실과 도서관에서 눈을 비비며 책을 들여다 볼 때 공항에서 다음 목적지의 숙소와 식당을 검색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겹쳐 보였다.


귀족들의 마음이 그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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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로렌의 시간 문학과지성 시인선 518
기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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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마에 포착되어 장기 기억으로 대뇌피질에 저장될 것만 같은 작품은

읽고 나면 씌어진 상황/정황을 나름대로 짐작해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물의 오파츠'에서는 한 컵의 물을 앞에 두고 작은 종이 봉투안에 든 알약을 삼키기 직전의 상황,

'내간'에서는 얹힌 속을 달래기 위해 아내가 등을 쓸어주면 바늘로 열 손가락을 따는 장면,

'생일'은 감자탕 집에서 감자탕을 시켜 먹다가 가족의 의미가 이미지로 그려졌다.



물론 이것들은 시인의 사유를 펼치기 위한 '객관적 상관물'의 역할을 하는 '상황 설정'이겠다. 하나의 사물이나 문장이 아닌 하나의 '상황'이 상관물의 역할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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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연 이우일의 단어 인문학 1 - 만화로 보는 조승연 이우일의 단어 인문학 1
조승연 지음, 이우일 그림 / 김영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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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에 아주 오랜만에 월간 굿모닝팝스를 샀다.

굿모닝팝스를 처음 알게 된 시기가 1995년도 내가 중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은데

그땐 지금은 얼굴도 가물가물한 오성식 아저씨가 진행자였다. 

학창시절 이후에는 이지영, 이근철 진행자의 방송은 가끔 들었었다.

중학교 시절, 내 책상에는 '공부 기술'이라는 책도 꽂혀 있었는데

그 책 저자인 조승연 씨가 굿모닝팝스 진행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지난 연말에 알게 되어

다시 한번 들어볼까, 생각했다. 물론 아침 6시의 본방 사수는 어림없고

요샌 팟빵이나 팟캐스트가 있으니까 편하게 짜투리 시간에 들을 수 있다.


굿모닝 팝스의 코너 중에 'WORD BLOCK PLAY'가 있다.

영어 단어를 이루는 어근을 주제로 파생 단어와 그 유래와 활용을 소개하는 시간인데,

굳이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어근의 잠존 형상("형태소가 그려내는 특정한 형상")이 기억나서

꽤 유용하게 모르는 단어의미 유추나 단어 기억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Rect'같은 어근에서 right이라는 단어가 나왔고, '수직인, 직각인, 올바른, 사각형' 같은

단어들을 연상할 수 있다.


만화로 보는 조승연 이우일의 단어 인문학1, 도 기본적으로는 그 어근에 관해 다룬다.

다만 형식이 만화로 표현된 스토리로 풀어가기 때문에 문자로 된 책보다 훨씬 독자에게 부담이 없다.

특히 챕터마다 그 장의 핵심을 한 페이지로 요약해주고 있어서 다 본 뒤에 다시 책장을 넘겨가면서

그 한 페이지 씩만 보아도 그 내용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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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두뇌 - 마흔부터 시작하는 기적의 두뇌 습관
하세가와 요시야 지음, 조해선 옮김 / 북라이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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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세가와 요시야, 백년두뇌, 북라이프, 2018



2018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A형 독감에 걸려서 고생했다. 체온이 39도가 넘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목이 아프고 쉬었다. 병원에서 타온 타미플루를 먹고 사흘을 앓았다. 잠이 쏟아졌고, 하루에 12시간 정도를 잤다.


크리스마스가 연휴가 지나고 연말에 회사에 출근했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점심시간에 일본어 회화 스터디를 했었는데, 12월 28일 금요일이 그해 마지막 수업이었다. 화요일이 크리스마스였기 때문에 일주일 만에 공부를 한 이유가 컸겠지만, 쉽게 떠올리고 말할 수 있었던 단어나 문장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마치 인터넷 화면 창이 넘어가지 않고 멈춰선 것처럼 뇌가 굳어버린 느낌을 받았다.


뇌경색이나 뇌출혈을 앓으면 뇌는 그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다. 끔찍한 사고를 겪었거나 일생의 충격적인 자극을 받은 인간이 더 이상 그 이전의 존재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은퇴 후나 노년 생활에서 건강한 뇌로 읽고 쓰고 생활하며 살아가는 것은 큰 축복이다. 그래서 저자는 마흔부터 착실히 뇌를 단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보를 임시저장하고 정보 처리를 담당하는 ‘작업 기억’과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핵’, 대뇌피질에 장기 기억할 정보를 전달하는 해마가 젊을 때와 마찬가지로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팁을 제시한다. 또한 몸에 좋은 것은 뇌에도 좋다,는 어떻게 보면 순환의 오류 같은 말을 하면서 신체의 건강함, 외부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식도 소개한다.


결국 건강한 뇌로 잘 사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인데, 이미 알거나 실천하고 있는 내용도 많았지만 그것을 다시한번 상기시켜주고 동기부여를 해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추천할 만한 책이다.




- 백년두뇌를 위한 세 가지 법칙

1. 두뇌정돈법(뇌)

2. 건강(신체)

3. 주위에 기댈 만한 환경(외부환경)




- ‘편도핵’을 자극하는 습관: 음악 듣기, 좋아하는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영화 보기 44쪽

- 일기쓰기: 하루에 다섯 줄 정도 쓰는 것으로 편도핵 자극 충분!!

- 아웃풋 능력을 기르려면 입력하는 정보의 양을 줄이고 출력하는 횟수를 늘리는 것이 좋다. 56쪽


- 기억을 하나의 스토리로 만드는 아웃풋 과정을 거치면 그것이 기억의 갈고리가 되어 연관 기억을 끄집어낸다.


- 작업기억의 해방

: 바로 처리하기, 메모하기, 기록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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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벽, 나는 리어왕이었지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4
김경후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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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대학 동창이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다. 

같은 교정에서 오랫동안 같은 시험을 준비했었고

같은 실패를 공유했고,

우린 "거리의 리어왕이었지"

이번엔 내가 먼저 지나온, 같은 문을 두드린다.


그 문은 내가 열어줄 수 없는 문,

반드시 네가 열어야 하는 문,

안에서 잠그는 문이 아니라

네가 있는 밖에서 잠그는 문,


너는 리어왕이 아니다.

오해와 착각 없이 

부디 문턱을 넘어 나에게 문을 열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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