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리스토텔레스를 읽는다는 문학적 허세 『시학』

요즘 그리스 고전 읽기에 푹 빠져 있다.
최근에 소포클레스가 쓴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을 읽었는데, 2천년 전에 쓰여진 비극이라고 하기엔 너무 재미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극찬했다고 해서 한번 읽어보았다. 나도 아리스토텔레스를 읽는다는 문학적 허세도 부릴 겸, 비극을 대하는 아리스토텔레스와 나의 안목이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소포클레스를 극찬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떻게 2천년도 훨씬 전에 이런 생각을 하고, 이렇게 정리해서 설명할 수 있었을까. 학창시절 우리에게 아리스토텔레스를 죽도록 재미없게 소개시켜준 도덕 쌤만 아니었다면, 나는 좀 더 일찍 아리스토텔레스의 천재성과 매력에 빠질 수 있었을 것이다.

   희극은 우리만 못한 인간을 모방하려 하고, 비극은 우리보다 더 나은 인간을 모방하려 한다. 346쪽

   인간은 어릴 때부터 본능적으로 모방을 하며,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점도 인간이 가장 모방을 잘하며, 처음에는 모방을 통해 지식을 습득한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인간은 날 때부터 모방된 것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이런 사실은 경험이 입증한다. 아주 혐오스러운 동물이나 시신의 형상처럼 실물을 보면 불쾌감만 주는 대상도 더없이 정확히 그려놓았을 때 우리는 그것을 보고 즐거워한다. 3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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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11-08 0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허세, 좋은 마음가짐입니다...

책을 읽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니깐요.

뒷북소녀 2018-11-09 13:07   좋아요 0 | URL
ㅋㅋㅋ문학적 허세 부리느라 책값도 훨씬 더 많이 들어가고 있어요.
이런 책들은... 보통 많이... 비싸네요.ㅋㅋㅋ
 

책보다 가을과 더 친했던 10월. 2018년 10월에 읽은 책들

 

 

읽고 싶은 책은 많았는데, 몇 권 읽지 못했다.
『나의문화유산답사기』를 들고 산사순례를 다녔고
책보다는 사람들을 더 많이, 더 오래 만났다.

 

 

 

1. 최은영의 『쇼코의미소』

아직 완결되지 못한 이별 앞에 서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첫 이별은 담담했지만 이별이 거듭될수록 먹먹해졌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우리는 매일 이별하고 살고 있으니까. 그래서 더 와닿았던 이야기

 

2. 박지원의 『열하일기(2권)』

이번달에는 완독하려고 했는데, 결국 한 권 밖에 읽지 못했다.
그렇다면 11월에 남은 3권을 읽어야 할까.

 

 

3. 의외의사실의 『퇴근길엔 카프카를』

이 책은 좀 특별하다.
내가 좋아하는 세계문학을 소개하고 있고, 웹툰(?)이다.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몇 권 있는데, 덕분에 읽고 싶은 책들이 많아졌다.


4. 투르게네프의 『첫사랑』

러시아문학의 매력에 쏘옥 빠져있는 요즘이다.
이 책에는 세 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는데, 가장 유명한 <첫사랑>보다 <귀족의 보금자리>가 훨씬 더 좋았다.

 

 

 

5.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5년 전에 나온 <밤이 선생이다>를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었는데,

그 사이 선생의 취향도 확고해지고 사상은 깊어졌다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선생과의 첫만남이 좀 더 좋았다.

 

6. 소포클레스의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

10월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유익했던 책.
<오이디푸스 왕>을 비록해 소포클레스가 쓴 7편의 비극이 실려 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 그리스 고전들도 모두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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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11-07 0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는 그런 자유 !

답사다니던 시절의 추억이 그립습네다.

뒷북소녀 2018-11-07 12:40   좋아요 0 | URL
예전 생각 나네요. 그때 레삭매냐님... 문경에서도 뵈었었는데 말이죠.^^
그게 벌서 십여년전 일이네요.
열심히 다니면서... 레삭매냐님 리뷰를 통해 새로운 책들을 알아가고 있죠. 요즘.ㅋㅋㅋ

목나무 2018-11-07 1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좋은 짧은 가을날에는 책보다는 사람이지!
알차게 보낸 것 같아 나는 부럽기만 하구만....^^
이제 슬슬 추워지면 바깥보다는 안일테니 그때 많이 많이 읽자! ^^

뒷북소녀 2018-11-07 12:42   좋아요 0 | URL
저는 푸르거나 알록달록한 강산을 좋아해서... 이제 정말 집에서 책만 읽지 싶어요.
언니 목록 보면서 열심히 따라갈게요.
 

가을이 되면 나도 어쩔 수가 없어! 2018년 9월에 읽은 책들


 

아, 가을이 되면 나는 어쩔 수가 없다.
방구석이든 카페든 도무지 느긋하게 붙어 있을 수가 없다.
유난히 짧은 이 계절을 만끽하기 위해, 마음이 조급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서점들은 독서의 계절이라 부르짖지만, 어찌 이 계절에 가만히 책만 읽을 수 있을까.

그래도, 9월에 읽은 책이 4권 밖에 되지 않다니.
꽤 여러 권의 책들을 읽었는데, 9월이 끝나도록 마무리하지 못한 책들이 몇 권 있고, 『나의문화유산답사기』처럼 발췌독을 한 책도 있었다.

   

  

 

 


진도가 잘 안나가는 책들을 연이어 읽고 있던 즈음에 분위기 전환 겸 펼쳐든 책이었다.
제목을 보면 대충 어떤 장르의 책인지 짐작할 수 있듯이, 460여 페이지가 그냥 후루룩 넘어갔던 책이다.
다음날 출근해야 된다는 부담감마저 이겨버릴 정도로 궁금증과 긴장감이 컸던 책.

 


책장에 리처드 도킨스의 저작들이 여러 권 꽂혀 있는데, 우리 독서모임인 <책중독자> 때문에 새롭게 사서 읽은 책.
진화론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의 이론들을 일목요연하게 반박하며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론을 공고히 다져주는 책.
이 책을 시작으로 리처드 도킨스의 나머지 저작들도 모두 읽어보려 했지만 실패.
진화론은 이미 지나간 세기의 이론이라 그런지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지식인이니까, 진화론쯤이야 기본이지.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뒷표지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처음부터 다시 읽게 될거라고.
이 책 또한 마찬가지다. 이 수기를 쓰고 있는 '나'의 이념의 세계, 혹은 의식의 흐름이 먼저 나오고 '나'가 왜 이런 수기를 쓰게 됐는지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가 뒤에 나와서, 다 읽고나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게된다. 그러면 '나'의 세계가 더 잘 보인다.
톨스토이의 대작들을 읽을 때는 톨스토이가 좋았는데, 이 작품을 읽고나니 도스토예프스키가 더 좋아졌다.
아무래도 (중산층도 못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귀족 출신이었던 톨스토이보다 가난한 인간의 고뇌가 느껴지는 도스토예프스키가 더 가까울지도.

 

 


추석 연휴 때 3권 모두 읽는 것이 목표였는데,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다.

사실 2권도 몇 장만 더 읽으면 되지만, 이왕 못 읽게 되었으니 10월에 다시 읽자며 던져뒀다.

1권은 이제 막 여행을 떠나는 사람의 설렘과 연암의 날카로운 시선, 재미있는 이야기(교과서에서 배웠던 <호질>)가 나와서 꽤 재미있는 편이다.
10월에는 꼭 완독을 목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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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10-01 2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날 좋을 때 뭔 놈의 책입니까 기래 -

책은 나중에 닐거도 되지요.

그리고 굳이 억지로 권수 맞추려고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가는 대로 오는
대로 닐는 게 최고지요.

살다 보니 타이밍이란 게 있더라구요.
뭐 그래도 10월에도 빠이팅팅팅!!!

뒷북소녀 2018-10-02 09:1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넵! 시월에도 사실... 열심히 돌아다닐 계획 밖에 없지만,
읽고 싶은 책들도 너무 많아서요. 둘 다 열심히 해보려구요.
레삭매냐님도 홧팅입니다.^^

목나무 2018-10-01 2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록 종수는 적지만 알차고 좋은 책들만 읽었구먼 ^^
가을은 짧으니 잠시 독서 미루고 이곳저곳 많이 다니길~~ 🤗

뒷북소녀 2018-10-02 09:20   좋아요 1 | URL
고마워요. 설해목님~^^
시월에는 기필코... <열하일기>를 완독하겠다는 의지.
시월에는 또 어떤 책들을 추천해 주실지... 기대하겠습니다.
 

영화 《명당》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불타는 가야사와 남연군 묘


 


   영화 《명당》은 아들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고찰 가야사를 불 태우고 그 자리에 아버지 남연군 묘를 이장한 흥선대원군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유홍준 교수가 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 '불타는 가야사와 꽃피는 개심사'에도 등장합니다.


   고종 5년(1866년), 두 번씩이나 통상 요구를 했지만 거절 당한 오페르트는 흥선대원군을 자극하기 위해 충남 가야산에 있는 남연군 묘를 파헤칩니다. 이 묘가 어떤 묘인데, 감히 파헤쳤을까요?

   이하응에게는 여러 한량이 모여들었는데 어느날 정만인이라는 지관이 찾아와 말하기를 충청도 덕산땅에 "만대에 걸쳐 영화를 누리는 자리(萬代榮華之地)"가 있고 또 가야산 동쪽 덕산에 "2대에 걸쳐 황제가 나올 자리(二代天子之地)"가 있으니 둘 중 한 곳에 선친의 묘를 쓰라는 것이었다. 흥선군은 만대의 영화보다 2대에 그칠지언정 천자를 낳는다는 자리를 택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1권)』, 143쪽

   안동 김씨의 눈을 피해 한량처럼 지내던 이하응에게 지관 정만인이 이렇게 제안을 합니다. 당연히 이하응의 선택은 그것이 2대에 그치더라도 황제의 아비가 되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영화에서는 이 명당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장동 김씨 일가와 흥선 사이에 피 터지는 싸움이 벌어지지만, 실제로는 정지관이 제발로 찾아가 알려준 것입니다. 지나간 역사에 가정이란 있을 수 없지만, 만약 이하응이 2대천자지지가 아닌 만대영화지지를 선택했더라면 조선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명당의 조건에 해당하는 요소들이 거의 모범답안처럼 펼쳐져 조산(祖山)ㆍ주산(主山)ㆍ안산(案山), 좌청룡ㆍ우백호가 이처럼 뚜렷하게 드러나는 곳을 보기 쉽지 않다. 얼핏 보기에 좌청룡 쪽 산세가 너무 험악하다는 인상을 주는데, 그 때문에 계곡 아래쪽에는 석조보살상을 세워 그 기세를 누그러뜨렸다고 한다. 오직 흠이 있다면 주산에서 명당으로 흐르는 지맥이 생각보다 짧다. 그래서 정만인은 만대(萬代)가 아닌 2대(二代)의 천자가 나온다고 예언했나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1권)』, 147쪽

   이하응은 가야사를 불 태우고, 가야사 금탑이 있던 자리를 남연군 묘자리로 잡습니다. 후에 진짜로 아들이 왕에 즉위하자 고마운 마음 탓인지, 미안한 마음 탓인지 남연군 묘 맞은편 산 기슭에 절을 짓고 '보덕사'라는 이름을 내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절 또한 한국전쟁 때 불타버려 지금은 새롭게 지은 절만 남아 있습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안동 김씨가 아닌 장동 김씨가 계속 언급되는데 당시 안동 김씨들이 장동(지금의 청운동)에 살아서 그렇게 불렀다고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영화감독 보다는 유홍준 교수님이 좀 더 친절합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한번에 쭉 읽는 책이 아니라 이렇게 생각날 때마다 꺼내어 펼쳐보는게 좀 더 흥미롭고 유익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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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9-27 2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느 팟캐에서 들어 보니 <명당>이 <관상>
을 따라 하려다가 망작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남연군묘는 정말 천하 명당이라는 생각합니다.
풍수에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곳에 오르면 알
수가 있답니다.

개심사는 소박하니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예전에 유홍준 교수님이 진행하시는 당일치
기 부여답사에 따라 나선 적이 있었는데 정말
좋았던 기억입니다.


뒷북소녀 2018-09-28 09:27   좋아요 0 | URL
이 덧글 보고 찾아보니 <명당>이랑 <관상> 비교에서 쓴 글이 있더라구요.
보니까, 정말 <관상>과 똑같은 법칙으로 만들었던데,
이번 추석 대작 세 편 모두 봤지만, 저는 <명당>이 가장 별로였어요.
왜 박스오피스 예매순위가 2위인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예전에 다녀온 곳들이 많은데, 책을 읽고 갔더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아서, 기회되는대로 다시 다녀올려구요.^^
 

 

 

<책중독자>는 책을 좋아하는 분이시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책모임 입니다.
모임은 딱딱한 토론보다는 자유롭게 대화하듯이 진행됩니다.


장소 : 반월당 중앙파출소 부근 갤러리카페
정확한 장소는 모임 당일 개별 문자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회비 : 1차(각자 음료값) + 2차/∞ (자유참석)
음료값은 4~5천원 선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신청방법 : 비밀덧글로 [성함/연락처/참석날짜]만 남겨주시면 신청 끝!
덧글만 남겨주시면 신청이 완료되지만,
인원체크가 필요하니 변동사항 생기시는 분들은
반드시 다시 덧글 남겨주세요.
모임 전날이나 당일날 남겨주신 연락처로
자세한 장소와 안내 문자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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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9-19 15: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뭐랄까 간첩들 접선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나저나 한 달에 두 번, 대단하십니다.

뒷북소녀 2018-09-19 15:3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모임 장소는...
<쇼코의 미소> 378쪽에 셋째줄 두번째 단어입니다.

카알벨루치 2018-11-03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시네요! 여기 대구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