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나도 어쩔 수가 없어! 2018년 9월에 읽은 책들
아, 가을이 되면 나는 어쩔 수가 없다.
방구석이든 카페든 도무지 느긋하게 붙어 있을 수가 없다.
유난히 짧은 이 계절을 만끽하기 위해, 마음이 조급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서점들은 독서의 계절이라 부르짖지만, 어찌 이 계절에 가만히 책만 읽을 수 있을까.
그래도, 9월에 읽은 책이 4권 밖에 되지 않다니.
꽤 여러 권의 책들을 읽었는데, 9월이 끝나도록 마무리하지 못한 책들이 몇 권 있고, 『나의문화유산답사기』처럼 발췌독을 한 책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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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가 잘 안나가는 책들을 연이어 읽고 있던 즈음에 분위기 전환 겸 펼쳐든 책이었다.
제목을 보면 대충 어떤 장르의 책인지 짐작할 수 있듯이, 460여 페이지가 그냥 후루룩 넘어갔던 책이다.
다음날 출근해야 된다는 부담감마저 이겨버릴 정도로 궁금증과 긴장감이 컸던 책.
책장에 리처드 도킨스의 저작들이 여러 권 꽂혀 있는데, 우리 독서모임인 <책중독자> 때문에 새롭게 사서 읽은 책.
진화론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의 이론들을 일목요연하게 반박하며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론을 공고히 다져주는 책.
이 책을 시작으로 리처드 도킨스의 나머지 저작들도 모두 읽어보려 했지만 실패.
진화론은 이미 지나간 세기의 이론이라 그런지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지식인이니까, 진화론쯤이야 기본이지.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뒷표지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처음부터 다시 읽게 될거라고.
이 책 또한 마찬가지다. 이 수기를 쓰고 있는 '나'의 이념의 세계, 혹은 의식의 흐름이 먼저 나오고 '나'가 왜 이런 수기를 쓰게 됐는지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가 뒤에 나와서, 다 읽고나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게된다. 그러면 '나'의 세계가 더 잘 보인다.
톨스토이의 대작들을 읽을 때는 톨스토이가 좋았는데, 이 작품을 읽고나니 도스토예프스키가 더 좋아졌다.
아무래도 (중산층도 못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귀족 출신이었던 톨스토이보다 가난한 인간의 고뇌가 느껴지는 도스토예프스키가 더 가까울지도.
추석 연휴 때 3권 모두 읽는 것이 목표였는데,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다.
사실 2권도 몇 장만 더 읽으면 되지만, 이왕 못 읽게 되었으니 10월에 다시 읽자며 던져뒀다.
1권은 이제 막 여행을 떠나는 사람의 설렘과 연암의 날카로운 시선, 재미있는 이야기(교과서에서 배웠던 <호질>)가 나와서 꽤 재미있는 편이다.
10월에는 꼭 완독을 목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