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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경제학자라면 - 고장 난 세상에 필요한 15가지 질문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이제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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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거시경제학이 태동한 것은 1929년 미국에서 몰아닥친 대공황의 여파였다. 당시까지 주류를 이루었던 미시경제학은 동기, 임금, 생산성 등을 따지는 다양한 곡선과 함수를 개발해서 정교한 이론 체계를 확립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공황 이 발생하면서 미시경제학의 이론은 휴지조각처럼 산산이 부서졌다.

 

이와 달리 거시경제학은 하늘에 떠 있는 새의 시각으로 경제를 바라본다. 불경기라는 사실, 그리고 경제 전반에 걸쳐 평균 임금이 하락하고 있으며 실직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연구한다.

 

대공황 발생 초기에 케인스는 경제가 마그네토 문제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그네토 문제(magneto trouble)’란 예전에 자동차 엔진을 점화할 때 쓰던 자석 발전기를 말한다. 다시 말해 배터리만 갈아 끼우면 해결될 기계적인 문제인 것이다. 즉 케인스는 기술적 결함 때문에 전체 기계가 멈춰버렸지만, 올바른 도구와 이해만 있으면 대공황을 바로 잡고 고칠 수 있다는 것을 주장했다.

 

저자 팀 하포드는 마그네토 문제를 제때 해결했던 인물로 빌 필립스를 예로 든다. 빌은 경제 변동에 관한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주는 컴퓨터 모니악(MONIAC: Monetary National Income Analogue Computer)’을 개발했다. 모니악은 당시 오차 범위 2퍼센트 내의 정확한 값을 산출해 주는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그는 정교한 공학 기술을 사용하여 방정식을 푸는 데 미분학이 아닌 수리학을 이용하여 계산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하포드가 빌의 사례를 든 이유는 명확하다. 금융위기와 장기불황 등 고장 나버린 경제를 빌과 같은 창의적인 발상으로 고쳐보자는 것이다. 즉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모니악이 제대로 작동했던 기전처럼 경제 체제의 이면에 숨어 있는 결정적이고 실질적인 동력을 찾는 것이다. 이를 이해한 뒤에 그 동력이 좀 더 잘 작동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해법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퍼센트가 아닌 4퍼센트로 해야 하는지, 미국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2조 달러에 가까운 돈을 찍어냈지만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는지 등을 잘 알 수 있다.

 

말미에 저자가 소개한 팟 캐스트, NPR‘Planet Money (지구 돈)’  (http://www.npr.org/blogs/money)도 들을 만했다. 요람 바우먼과 그래디 클라인이 쓴 The Cartoon Introduction to Economics : Macroeconomics 도 소개되어 있다. 이 원서는 The Cartoon Introduction to Economics시리즈의 둘째 권이다. 한국에는 첫째 권, Microeconomics가 카툰 번역되었다(카툰 길라잡이 경제학 1, 까치). 티모시 테일러가 쓴 인스턴트 경제학도 메모해 두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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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자기계발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 장하준 저  | 부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인 장하준이 쓴 ‘일반인을 위한 경제학 입문서’. 경제란 무엇이고, 경제학을 왜 알아야 하는지에서 출발해 자본주의 경제가 어떤 과정을 통해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간략한 경제사를 훑어본 뒤 경제학의 주류인 신고전파는 물론 마르크스학파, 케인스학파, 개발주의, 행동주의 등 다양한 경제학파를 소개하고 장단점을 조목조목 설명해 준다.

또한 일, 소득, 행복 등 우리 삶과 밀접한 문제를 비롯해 정부와 기업의 역할, 국제 무역 등 넓은 영역까지 아우르며 경제 전반을 보는 눈을 키워 준다. 무엇보다 실제 통계 숫자를 통해 현실 경제를 생생하게 보여 주는 동시에 그 숫자가 설명하지 못하는(혹은 가리고 있는) 이면까지 날카롭게 짚어 준다. 자전거를 타듯, 스마트폰을 사용하듯, 쉽게 따라 익힐 수 있는 경제학 사용 설명서이다.


2. 《신호와 소음》
| 네이트 실버 저  | 더퀘스트
 

이 책은 2008년 금융 위기와 유명한 정치 전문가의 선거 결과 오판 등 예측 실패 사례들을 분석한다. 또한 정치, 경제, 스포츠, 기후, 전쟁, 테러, 전염병, 도박 등 여러 분야를 분석하며 (매일 엄청난 데이터가 생성되는) ‘빅 데이터’ 시대에 왜 그렇게 많은 예측들이 빗나가는지 묻는다. 저자는 정보가 많다고 예측이 쉬워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는 정확한 정보인 ‘신호’와 이를 방해하는 ‘소음’을 잘 분리해 잡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사전 확률을 도출한 뒤 새 정보가 나오면 가장 가능성 있는 것을 골라 적용해 사후 확률을 개선해 나가는 ‘베이즈 정리’ 등 자신만의 예측 비법을 소개하고 이를 실제 현장에서 활용하는 법도 자세히 설명한다. 실버는 자잘한 것을 무시한 채 커다란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사람보다는 여러 분야의 지식을 아우르며 다양한 시도를 하는 사람, 실수를 인정하고 복잡한 상황과 정보를 잘 견디며 이론보다는 관찰을 중시하는 사람이 더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한다.

 

 

3.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 조형근 저 | 반비

 

이 책은 애덤 스미스, 칼 마르크스, 막스 베버, 케인스, 슘페터, 폴라니, 베블런, 그리고 마르셀 모스까지, 경제학자들의 삶을 살펴보고, 이들이 시대와 호흡하며 진짜로 고민했던 문제들이 무엇인지 그 시대의 배경 속에서 살펴본다.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경제학자들의 아이디어를 빌려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금융위기, 임금할증률, 비정규직, 식민지 근대화론, 개신교 문제, 사회적 경제, 장기 불황, 복지국가, 창조경제, 협동조합 등등의 한국 사회와 연관된 주제들이 이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새롭게 해석된다. 저자인 조형근은 ‘경제사회학’을 전공한 사회학자로서 왜 경제가 곧 정치이자 사회인지, 왜 경제가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지를 줄곧 설득력 있게 강조한다.

 

 

4. 《탐욕 경제》 | 쑹훙빙 저 | 알에이치코리아(RHK)

 

전 세계에 ‘화폐전쟁 신드롬’을 일으킨 국제금융학자이자 글로벌재경연구원 원장 쑹훙빙의 ‘세계 금융 예측서’. 이 책은 금융권력의 탐욕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거대한 자산 거품을 초래했지만 그 누구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현실을 포착, 곧 다가올 슈퍼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고한다.

이 책의 1~6장에서는 미국을 위시한 세계경제의 현황을 미시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특히 4.12 황금 대학살, 3차 양적완화(QE3) 조치, 디트로이트 시 파산, 월스트리트의 부동산 투기 등 최근 1∼2년 사이에 발생한 굵직한 금융 사건들의 전말을 낱낱이 파헤친다.

7~9장에서는 시야를 2천 년 전까지 넓혀 로마와 북송(北宋)의 흥망성쇠 과정을 슬로모션으로 그려낸다. 여기에는 ‘탐욕이 흥하면 부의 집중이 생기고, 나아가 국민의 재력이 고갈되며, 결국 내란과 외환이 잇따른다’라는 불후의 진리가 또 한 번 재연되는 것을 막으려는 저자의 집필 의도가 깔려 있다.

 


5. 《경영의 책》
| 이안 마르쿠스 | 필리파 앤더슨 저 | 지식갤러리

 

최근 몇 년 사이 경기침체가 전 세계를 덮치고 불확실성의 시대가 열렸음이 입증됐다. 기업의 규모는 더 이상 성공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이제는 작은 것이 아름다울 수도 있다. 틈새시장에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는 신생 기업들의 성공 사례가 적지 않다. 문어발식 사업 다각화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전통의 강자도 상당수다.

인터넷은 모든 것을 바꾸어놓았다. 현대의 기업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온라인상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윤리의 전반적인 중요성도 고려해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옛말일 뿐 더는 용납되지 않는다.

결국 확실한 비전을 갖고, 올바른 일을 올바른 방식으로 수행하는 기업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이 책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증명된 불변의 법칙부터 최신 이론과 기법까지 경영학의 정수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기업이 나아갈 길과 경쟁우위, 프로젝트 성공의 비결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유용한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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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성적 과열
로버트 쉴러 지음, 이강국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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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로버트 쉴러는 현재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버블 형성과 붕괴, 서브프라임 사태 등 굵직한 경제현상을 정확히 예측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이 책 초판이 나온 2000년 직후 주가가 폭락해 닷컴 버블이 종말을 맞으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 책 개정판은 2005년에 나왔다. 당시 버블 경제 붕괴의 여파로 미국 주식 시장은 6조달러 이상을 잃었고, 전체 가구가 보유한 부동산 가치는 약 40퍼센트 폭락했다. 저자는 5년 뒤, 10년 뒤에도 경제는 계속 침체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쉴러 교수의 책이 거의 10년 전에 나온 것이다 보니 이런 의문이 든다. 지금 읽게 되면 혹시 시류에 때늦은 것은 아닐까?

 

내가 읽은 소감으로 말하건대 그렇지 않다. 저자는 책에서 어느 시기의 경제 동향과 금융 흐름에 특정된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반적인 경제 위기와 관련된 여러 변수에 관해 포괄적으로 다루기 있어 그간의 부침을 되짚어보는 데 유용하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시장의 버블을 일으킨 구조적 요인들을 분석한다. 2부는 투기적 버블의 구조를 더욱 강화하는 문화적 요인들을 고찰하며, 3부는 시장 행태의 이면에 존재하는 심리적 요인들을 살펴본다. 4부는 시장의 버블을 정당화하는 학자들과 대중적인 저자들의 시도에 대해 분석하며 마지막으로 5부는 투기적 버블이 개인 투자자와 기관, 그리고 정부에 대해 가지는 함의에 관해 살펴본다.

 

저자에 따르면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99612월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앨런 그린스펀에 의해서였다. 그가 평범한 연설에서 사용한 두 단어에 대해 시장이 보인 반응은 비이성적 과민(irrational hypersensitivity)’이었다 해도 좋겠다. 이후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용어는 투자 시장에서 합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폭락과 폭등을 아우르는 정식 용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2000년 들어 주식 시장이 고공행진하자 비이성적 과열이 다시 대두한다. 즉 지금 주가가 실질 경제를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비이성적 과열이라 부를 만한 어떤 영향의 결과인지에 대해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쉴러 교수는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시장 변동의 진정한 결정 요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시장의 변동이 경제와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성찰해 보기로 결심한다.

 

그는 주식 시장과 주택 시장을 포함한 모든 투기적 시장에 적용되는 버블의 이론을 탐색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선 버블 경제를 유발하는 촉발 요인이 있다. 가령 인터넷 붐, 온라인 거래의 성장, 공화당 의회 그리고 자본이득세의 감세 등은 역사적인 폭등이 시작될 때 발생한 사건들이었다. 또한 확정기여형 펜션플랜의 성장이나 뮤추얼펀드의 성장, 인플레이션의 하락 그리고 거래량의 증가 등도 분명 관련되어 있다.

 

촉발 요인들이 시장의 상승과 하락을 이끌기 위해서는 이 요인들의 효과를 퍼져나가도록 조장하는 증폭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그중에 하나는 투기적 버블이다.

그렇다면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저자에 따르면 문화적 요인과 심리적 요인이 있다.

 

문화적 요인도 가세하게 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이 뉴스 매체다. 저자는 언론은 대중의 관심과 사고의 범주를 만들어내고 우리가 목격하는 주식시장과 투기적 사건들이 발생하는 환경을 창출한다고 지적한다. 일종의 자기충족적 예측(self-fulfilling prediction)이다. 즉 뉴스 매체가 영향력을 끼치고자 하는 방향으로 기사를 흘리는 것이다. 이런 행태는 비단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에서도 두드러진다.

 

저자는 문화적 요인에 의해 진실과 왜곡이 교묘히 조장될 때 어떻게 일관되고 독립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된다고 주장한다. 결국 인간의 능력과 본성에 관한 우리의 관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즉 마음먹기에 따라 홀릴 수도 있고, 이성적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기운이 빠지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심리적 요인은 어떻게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저자에 의하면 사소하고 거의 보이지 않는 앵커들이 결국 시장의 수준을 결정하고, 투자자들의 과신이 이 앵커들의 영향력을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무리짓기 행위와 사고의 전파 등 정보캐스케이드 현상은 비합리적인 집단의 행동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한다.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두 차례의 경제·금융 위기는 글로벌 위기와 무관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쉴러 교수의 진단과 해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비록 대니얼 카너먼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직관과 이성의 충돌을 화해시킨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저자가 12장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해법들은 어쩌면 원칙적인 수준에 그칠지도 모르겠다. 가령 통화정책은 부드럽게 버블을 억제해야 한다’, ‘여론 주도층은 시장을 안정시키는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 ‘기관들은 발전적인 거래를 장려해야 한다등은 원론적인 도덕률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보편성이 특수성보다 더 잘 설명할 수도 있는 법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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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문학살롱 - 그들은 어떻게 고전에서 경제를 읽어내는가 한빛비즈 경제학자 시리즈 3
박병률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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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란 무엇일까? 이 용어는 하비 라이벤슈타인이 만든 경제학적 개념이다. 밴드왜건이란 서커스나 퍼레이드 행렬의 마차로 맨 앞에는 밴드들이 타고 있다. 밴드왜건이 풍악을 울리며 앞서 나가면 구경꾼들이 이를 따라간다. 구경꾼들이 따라가는 것을 본 사람들이 또 따라간다. 그래서 밴드왜건 효과는 일명 동조효과’, ‘편승효과라고도 부른다.

 

저자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빌어 이 개념을 설명한다. 싱클레어는 부모가 만들어 놓은 질서의 체계와 이를 깨고자 하는 자신과의 갈등에서 번민한다. 그 저항의 표시가 술에 기댄 방황이다마침내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통해 자신의 자아를 찾아 나선다.

 

흔히 모두가 라고 하고 말할 때 혼자 아니요라고 말하기 어렵다. 진리가 아닌 것이 분명함에도 집단 다수가 그 길로 들어서면 모두 따라가기 마련이다. 외톨이가 되기 싫지만 그보다는 편승하면 쉽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데미안을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사회가 한쪽방향으로 치달을 때, 혹은 회사가 한쪽 방향으로 나아갈 때 당신은 입을 닫고 대세를 따를 것인가, 자신의 소신을 내세워 쓴소리를 할 것인가?” 사실 헤세가 데미안》을 쓴 때는 제1차 대전 와중이었다. 그는 당시 전쟁이라는 집단 광기에 빠진 조국의 청춘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고자 했다.

 

지은이 박병률은 공학을 전공한 10년차 경제부 기자다. 문학과 영화, 뮤지컬을 특히 좋아해서 이를 통해 경제 원리를 설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가령 주간경향영화 속 경제이코노미스트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를 연재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런 작업이 결실을 맺어 나오게 되었다.

 

책은 다음과 같이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 그들은 왜 어리석은 선택을 했을까

2: 주인공들은 경제적 역할을 맡았다

3: 이야기에 경제적 복선이 깔려 있다

4: 거대한 경제흐름이 소설을 뒤흔든다

 

각 파트에는 아홉 편씩 실려 있어 총 서른여섯 편의 국내·외 작품이 소개된다. 글을 읽다 보면 기자실에 있는 틈틈이 그리고 주말에 온새미 집필에 몰두했을 저자의 열정이 느껴진다. 아주 가끔은 억지스런 논지가 아닌가 싶은 것도 있었지만, 대개는 경제학자라면 이렇게도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문학 시대에 먹고 사는 문제도 소홀히 할 수 없겠으니 경제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맛도 일품이리라. 옛 고전들은 이렇게 매번 부지런한 누군가의 손품으로 새롭게 해석되는가 싶다. 게다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어떤 삶이 바람직한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인간다운 것인지 끊임없이 되새김질하듯 화두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푸코 식의 말을 살짝 비틀어 보자면 고전의 고고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저자의 또다른 발굴이 기다려진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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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까 - 나와 당신은 과연 성장의 과실을 공정하게 분배받고 있는가
데이비드 C. 코튼 지음, 김경숙 옮김 / 사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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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데이비드 코튼(David C. Korten)은 라틴아메리카와 동남아 경제와 경영 연구를 통해 진정한 개발은 결코 외국의 원조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깊은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개발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공동체의 실제 자원들, 즉 토지, 물, 노동력, 기술 그리고 인간이 가진 발명의 재주와 동기 등에 대해 통제력을 갖고 이것을 얼마나 그들 자신의 요구에 맞게 효과적으로 사용하느냐 하는 지역 사람들의 능력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의문 한 가지를 품는다. 성장과 돈을 개발의 중심에 두는 <성장 중심적인 방식>이 아닌 사람이 진정한 중심이 될 때, 즉 사람이 목적인 동시에 주된 수단이 되는 <인간 중심적인 방식>을 취한다면 개발이 어떤 모습을 취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코튼은 뜻을 같이 하는 동료들과 힘을 합해 <인간중심개발포럼> (People-Centered Development Forum, PCD포럼>을 창립했다. 그는 포럼을 통해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과 모여 토론도 벌이고, 세계적 불평등의 원인과 극복 방안 등에 관한 저술 활동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포럼을 통해 추구하는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지속 가능한 사회 이론을 개발하는 것이고, 둘째는 그 이론은 인간 사회가 삶의 자연적 과정으로부터 그토록 멀어진 원인을 설명하는 쪽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우리가 만든 사회 제도가 점점 더 시장의 금전적 가치에 맞춰 조정됨으로써 일상 속에서 인간의 소외는 더욱 강화되어 왔다. 포럼은 이를 극복하는 대안 운동의 일환이다.

 

나아가 코튼은 돈이 지배하는 세계에 대한 환상을 떨쳐 내고 인생의 정신적인 의미를 회복해야 하며, 우리의 경제 체제가 공동체 내에서 제자리를 잡고 뿌리내려서 그것이 인간과 인간의 삶에 완전하게 결합하도록 해야 한다고 천명한다.

 

이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행복의 경제학》에서 설파한 IMF, 세계 은행 그리고 WTO 등을 중심으로 주도되는 글로벌 차원의 신자유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 공동체를 복원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맥락을 같이 한다.

 

▲데이비드 코튼(David C. Korten)

 

코튼은 서문에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힌다. 그는 시장 경제와 사유 재산 제도의 중요성을 변함없이 신봉한다고 전제하면서, 큰 정보와 대기업을 좋아하지 않으며, 부를 소유하는 것이 정치적으로도 특권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믿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또한 진보주의자들이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에게 갖는 연민, 평등에 대한 서약, 환경에 대한 염려에 동감하며, 정부가 꼭 해야 하는 역할이 있고, 사유 재산권에도 한계가 있다고 믿는다고 언급한다. 내 생각에는 합리적 자유주의자로 보면 어떨까 싶다.

 

이러한 저자의 입장은 어떻게 보면 지적 겸손에서 나온 것이다. 그가 400여 쪽에 걸쳐 펼치는 방대한 지론은 사실 그리 녹록치 않다. 저자에 따르면 가진 자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제 시스템은 강자들을 더욱 성장시켰고, 약자들은 빈곤을 심화시켰다. 자본과 금융에 의한 시스템의 지배는 소수 엘리트들에게 부와 권력을 집중시킴으로써 인간 중심에서 점점 멀어져 가게 만들었다. 일례로 멕시코의 마킬라도라가 그러했다.

 

나는 저자의 지론을 일독하면서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가령 근대 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일찍이 인류를 위협하던 전염병과 질병을 퇴치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20세기 초반 의 전쟁은 사상자가 군인 중심이었다면, 20세기 말에 그 희생자는 대부분 민간인이었다.

 

이렇듯 여전히 인류의 생존은 위협받고 있다. 주요 원인이 질병에서 살육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 살육의 근본 원인을 들여다보면 자본의 이익과 자원 확보를 둘러싼 탐욕이 똬리를 틀고 있다.

 

최근 3세대 승계를 앞둔 삼성가의 경영 세습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실 그 일가가 쌓아올린 막대한 부는 거의 독점적 시장 지배와 노동자의 희생 그리고 정부의 특혜적 지원 등으로 인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부의 사회적 환원이나 이익의 공유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저자는 바로 이런 자본의 탐욕과 지배가 약자들을 빈곤으로 내몰았으며, 인간 소외를 더 심화시켜 왔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저자의 해법은 무엇일까? 우리가 기존 경제 성장의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돈에 대한 사랑이 아닌, 삶에 대한 사랑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적 다원주의를 회복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경제적 수단 등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 역시 스테판 에셀이 외쳤던 “분노하라!” 류의 정치적 활동과 시민 운동에 맞닿아 있다. 다만 수위는 조금 낮다.

 

말미에 이르러 저자는 우리에게 양자택일하라며 압박(?)한다.

 

우리 인류는 삶의 온전함에 이바지하는 새로운 차원의 이해와 역할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을 것인지, 아니면 우리 자신이 지구에서 소멸되는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두 가지 선택을 앞에 놓고 있다. - 441쪽

 

코튼이 우리에게 던지는 포도밭의 장미 같은 일련의 경고들은 새로운 불꽃을 위한 부싯돌이 될 수 있다. 사실 또 다른 세월호는 우리의 무관심 속에서 잉태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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