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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팅 게임 - 백만장자의 상속자 16명이 펼치는 지적인 추리 게임!, 1979년 뉴베리 상 수상작
엘렌 라스킨 지음, 이광찬 옮김 / 황금부엉이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해 7월 4일,‘바니 노드럽’으로 서명된 편지가 여섯 통 배달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당신이 항상 꿈꾸어 오던 미시간 호반의 최신식 호화 아파트를 임대해 드립니다’는 편지를 받은 사람은 환상의 선셋 타워로 찾아온다. 부대시설과 전망 등을 모두 갖춘 최고급 아파트를 저렴한 임대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말에 사람들은 그곳에 입주하게 된다. 자신이 누군가에 의해 유인되었다는 것도 모른채.
선셋타워에서 부모님과 언니와 함께 살고 있는 13살의 소녀 터틀은 할로윈데이를 맞아 몇 몇 사람과 내기를 한다. 자신이 절벽 위의 낡은 집, 15년 동안이나 아무도 살지 않아서 유령의 집으로 불리는 웨스팅 저택에 들어가면 1분당 2달러를 받기로 한 것. 걷어차기 선수로 불리는 왈가닥 소녀 터틀은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추고 저택 안으로 들어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오고 만다. ‘유령 아니면 유령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을 거라 짐작했지만 설마 시체를 발견하게 될 줄이야...
다음날 신문은 문제의 시체이야기로 떠들썩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터틀이 발견한 시체의 신원이 13년 전 행방을 감춘 수수께끼 사업가 새뮤얼 W. 웨스팅이며 웨스팅제지주식회사를 설립한 그의 재산이 자그마치 200만 달러가 넘는다는 것과 생전에 종이 제왕으로 불렸지만 그의 말년은 불행과 비극으로 마감하게 된 것을 전했다. 그 기사를 본 터틀은 의문을 갖는다. 밝혀지지 않은 무언가가 있는 게 틀림없다고.
그후 선셋타워으로 또다시 편지가 배달된다. 모두 열여섯 통의 편지에는 당신이 ‘새뮤얼 W. 웨스팅의 유산 상속자 중 한사람으로 지명’되었으니 웨스팅 저택에서 있을 ‘유언장 낭독에 입회’해달라는 것이었다. 선셋타워의 입주민들과 그 주변인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유산 상속자’라는 말에 당황하면서도 속속 웨스팅 저택으로 모여들고 변호사에 의해 웨스팅의 유언장이 낭독된다.
그런데 그 유언장의 내용이 놀라웠다. 그 곳에 모인 사람들을 ‘나의 조카 열여섯 명’이라고 한데다 자신은 ‘자연사가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었는데 그 범인은 바로 ‘너희들 중 한 명’이니 살인자를 찾아내 자백을 받아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16명이 두 명씩 팀을 짜서 일명 ‘웨스팅 게임’을 해서 이긴 사람에게 자신의 유산을 상속하겠다고 제안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당황해 하면서도 웨스팅이 제안한 게임에 뛰어들게 되는데... 과연 열여섯 명의 유산상속자의 정체는 무엇이며 웨스팅을 살해한 범인은 누구일까? 또 누가 웨스팅의 유산을 상속받게 될까
웨스팅 회장이 지시한 게임의 방식과 힌트를 가지고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소설 <웨스팅 게임>은 이야기의 구성이나 형식면에서는 사실 평범하다. 저마다 다른 직업과 연령의 사람들이 의문의 사건에 얽히면서 사건을 더욱 오리무중으로 몰아가는 이야기는 추리소설에서 흔히 등장하는 형식이니까. 다만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찾아가는가. 이것이 포인트인데 책에서는 힌트에서 연상되는 단어로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일종의 ‘퍼즐’처럼 진행된다.
‘백만장자의 상속자 16명이 펼치는 지적인 추리게임’이라는 부제와 ‘뉴베리 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 망설임 없이 읽기 시작한 <웨스팅 게임>. 그런데 크게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우선 단어를 마치 암호나 퍼즐처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게 그다지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았는데 이건 아마도 ‘언어의 차이’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어에 능숙하다면 원서를 찾아볼텐데 아쉽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아쉬움을 꼽자면 바로 번역이다. 평소에도 책의 오탈자를 잘 찾아내는 편이긴 하지만 이번엔 그 정도가 심했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있는 집’ ‘뜨끈뜨끈한 빨간 피를 뚝뚝 흐르고 있었지’처럼 번역의 오류로 보이는 문장과 오탈자가 곳곳에 띄었고 문장부호 생략처럼 편집상의 실수로 짐작되는 부분도 많아서(중반부터는 메모하는 것도 포기할 정도였으니) 교정을 제대로 보긴 한걸까? 의문이 들었다. 이후 재개정판이 출간될 때는 이런 부분들이 수정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