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살롱
황지원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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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여인>이란 영화가 생각납니다. 줄리아 로버츠와 리처드 기어가 거리의 여인과 차갑고 매력적인 사업가로 등장했던 영화인데요. 일주일간 함께 지내기로 합의했던 그들은 미대륙을 횡단해서 오페라를 보러 가지요. 화려한 드레스와 보석으로 치장한 것도, 오페라를 감상하는 것도 처음인 줄리아 로버츠. 오페라 공연 내내 몰입해서 지켜보던 그녀는 클라이막스에 이르러 또르륵 눈물을 흘리는데요. 오페라가 끝나자 곁에서 그녀를 지켜보던 백발의 할머니의 질문에 이렇게 답하지요. ‘너무 좋았어요 거의 오줌을 쌀 뻔했어요’라고. 옷에 실례를 할 만큼 오페라가 감동적이었다는 의미도 되지만 한편으론 그녀가 외양은 우아하게 가꾸었으나 교양이나 지식이 부족하다는 걸 드러내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재미로 본 영화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만약 저 자리에 있더라도 하나도 다를 게 없겠구나. 내가 오페라에 대해 내가 아는 게 뭐가 있지? 유명한 아리아 몇 곡 안다고 해서 그걸 ‘안다’고 할 수 있나? 거의 없지 않나?

 

오페라의 매력에 빠져 십 여 년간 전 세계의 오페라 하우스를 순례하면서 오페라에 울고 웃었다는 저자 황지원. 그의 <오페라 살롱>이란 책이 출간되었을 때 ‘이것이 바로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오페라의 ‘오’자도 모르는 나지만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무지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저의 열망에 답이라도 해주듯 책은 오페라에 대한 기본부터 짚어줍니다. 오페라가 무엇인지. ‘뚱뚱한 여자들이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인간의 목소리라는 가장 고결한 목소리로. 우리 안생의 영원한 테마인 사랑을 노래하는 예술’이라고. 그러면서 오페라가 제일 처음 불리우게 된 것은 언제 어디서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졌는지, 오페라에는 어떤 규칙이 있는지, 왜 많은 이들이 오페라의 아리아를 사랑하고 열광하는지, 듀엣과 합창곡은 어떤 의미를 전달하며 어떤 곡들이 알려져 있는지 이야기합니다.

 

첫 장에서부터 오페라의 기초이자 기본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준 저자는 이제 독자들을 오페라의 고장으로 이끌고 갑니다. 먼저 오페라의 고향으로 불리는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들, 로마, 밀라노, 피렌체, 제노바, 볼로냐, 시칠리아를 느릿느릿한 걸음걸이로 둘러보는데요. 각각의 도시마다 그곳에 깃든 역사와 문화와 함께 그들의 이야기인 오페라를 전해줍니다. 이를테면 로마에서는 로마를 배경으로 한 오페라, 푸치니의 <토스카>를 구성이나 주인공들의 관계, 내용과 같은 것들을 알려주는데요. 영화 <귀여운 여인>에 소개됐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물 위에 떠 있는 수상도시 베네치아와 깊은 인연이 있다고 하는군요.

 

학창시절 음악 선생님께서 그러셨어요. 몇 달을 쫄쫄 굶더라도 용돈을 모아서 오페라를 보러 가라고. 음반으로 듣는 거랑은 천지차이니까 한 번이라도 직접 보라고. 그러기 전에는 오페라를 어렵다느니, 사치스럽다는 말을 해선 안된다고. 그땐 그러려니 하고 흘려들었던 말씀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올랐습니다. 세계의 오페라 하우스를 둘러보며 오페라에 푹 빠져 지냈다는 저자가 부러운 순간이기도 했구요. 예전엔 그저 ‘오페라를 보고 싶다’는 정도였는데 이젠 정말 오페라를 꼭 한 번 봐야겠어요. 그전에 물론 저자의 조언대로 미리미리 예습(?)겸 준비를 해야겠지요. 무대에 성악가가 혼자 나오면 졸고 있는 옆 사람을 깨워주는 것도 명심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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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
히구치 타쿠지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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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 참 얄궂다. 내 아내와 결혼해달라니? 이 남자, 제 정신 맞나? 자초지종은 모르겠지만 암튼 심보, 한 번 고약하네.

 

 

<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멀쩡하게 잘 있는 자신의 아내를 다른 남자와 결혼시키려 하다니... 아니, 밝은 한낮의 거리를 눈을 감은 채 한가로이 거니는 책표지를 보니 이 사람, 아내를 족쇄라고 여기나? 예전에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읽으면서 남자들의 심리가 참 얄궂다는 생각을 했는데 <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 이것도 만만찮다. 첫인상만 따지고 보자면 이 책은 분명 꽝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뭔가 있지 않을까란 궁금증이 비집고 올라왔다. 그래. 분명, 뭔가가 있을 것이야. 그렇지 않다면야... 이 남자, 정상이 아니지...

 

 

소설의 주인공은 일본 예능방송을 주름잡는 베테랑 방송작가 미무라 슈지. 방송 관계자들이 모두 감탄할 수 있는 프로그램, 단 한 명의 시청자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만드는 일에만 전력을 다했다. 그것도 무려 22년간이나.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느닷없는 경고 사인이 켜진다. 그가 췌장암 말기, 그것도 6개월 시한부 생명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가 20년간 기획과 대본을 집필해온 프로그램마저 다음 봄철 개편을 기약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는데 그때까지 남은 기한이 공교롭게도 6개월.

 

 

순식간에 일과 가정, 양쪽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만 그는 괜히 베테랑이 아니었다. 기존의 프로그램에서 절묘하게 변화를 준 포맷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절벽으로 내몰린 상황에서 급반전을 꾀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숙제가 남았으니. 아내 아야코와 아들 요이치로에게 자신의 병에 관해 어떻게 털어놓을 것인가 하는 거였다.

 

 

테이블 위에 아이디어 수첩을 펼치고, 만년필로 먼저 ‘앞으로 남은 6개월을 어떻게 살 것인가 기획’이라고 적어 보았다.

대개는 남은 시간을 가족과 지내며 간병 속에서 죽어 간다. 내가 생각하는 건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사라지고 난 후에 아내와 아들이 웃을 수 있는 기획이다. 그게 어떤 기획인지는 아직 전혀 알 수가 없다. 상당히 힘든 숙제다. -32~33쪽.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슈지. 도무지 해결책이 나올 것 같지 않자 그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에서, 새로운 방송 프로그램 기획안을 세우듯 하나하나 점검하고 계획을 세워나간다. 자신이 없어도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아내를 결혼시켜야겠다고. 급기야 결혼상담소를 통해 아내 몰래 아내의 결혼 활동에 돌입하게 되는데...

 

 

“한 가지 물어봐도 돼요? 왜 아내의 결혼상대를 찾으려는 거죠?”

“그건.”

“그건?”

“좋은 가족이기 때문에, 내가 없어져도 끝내고 싶지 않아요. 좋은 프로그램은 사회자가 바뀌어도 계속되잖아요.” - 190쪽.

 

 

자석에 이끌리듯 만남을 거듭하던 남녀가 사랑에 빠져서 결혼하고 그렇게 함께 한 세월이 있기에 어느 한 쪽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그것도 마지막 순간이 예정된 이의 마음이 어떠할지는 솔직히 상상하는 것조차 힘겹다. 그래서 한정된 시간까지 가족과 함께 할 시간, 추억 쌓기를 하기보다 남은 가족의 행복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슈지의 모습이, 그 간절함 때문에 몇 배나 더 안타깝게 다가왔다.

 

 

기적은 없었다. 마지막이 예정된 삶이었기에 슈지는 그 길을 걸어갔다. 미무라 슈지 기획 ‘아내의 결혼활동’이 갑작스런 돌발상황에 의해 처음의 계획대로 진행되지는 않았지만...슈지와 아야코. 그리고 그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의 도움으로 멋진, 만족할만한 마무리를 짓는다.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남편과 아내, 가족의 이야기이기에 이것만으로도 소설은 감동적이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보는 듯 톡톡 튀는 유머도 눈길을 끈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결말이 어떠하리라는 거, 이야기가 어떻게 어떤 수순으로 흘러가리라는 걸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 저자가 어디쯤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고 있을 거란 것도. 하지만 그러면 뭐하겠는가? 어느 틈엔가 함정 깊숙이 빠져서 훌쩍훌쩍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통속적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 밉지 않다. 이 책 덕분에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모처럼 감성에 솔직해질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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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팅 게임 - 백만장자의 상속자 16명이 펼치는 지적인 추리 게임!, 1979년 뉴베리 상 수상작
엘렌 라스킨 지음, 이광찬 옮김 / 황금부엉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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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7월 4일,‘바니 노드럽’으로 서명된 편지가 여섯 통 배달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당신이 항상 꿈꾸어 오던 미시간 호반의 최신식 호화 아파트를 임대해 드립니다’는 편지를 받은 사람은 환상의 선셋 타워로 찾아온다. 부대시설과 전망 등을 모두 갖춘 최고급 아파트를 저렴한 임대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말에 사람들은 그곳에 입주하게 된다. 자신이 누군가에 의해 유인되었다는 것도 모른채.

 

선셋타워에서 부모님과 언니와 함께 살고 있는 13살의 소녀 터틀은 할로윈데이를 맞아 몇 몇 사람과 내기를 한다. 자신이 절벽 위의 낡은 집, 15년 동안이나 아무도 살지 않아서 유령의 집으로 불리는 웨스팅 저택에 들어가면 1분당 2달러를 받기로 한 것. 걷어차기 선수로 불리는 왈가닥 소녀 터틀은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추고 저택 안으로 들어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오고 만다. ‘유령 아니면 유령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을 거라 짐작했지만 설마 시체를 발견하게 될 줄이야...

 

다음날 신문은 문제의 시체이야기로 떠들썩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터틀이 발견한 시체의 신원이 13년 전 행방을 감춘 수수께끼 사업가 새뮤얼 W. 웨스팅이며 웨스팅제지주식회사를 설립한 그의 재산이 자그마치 200만 달러가 넘는다는 것과 생전에 종이 제왕으로 불렸지만 그의 말년은 불행과 비극으로 마감하게 된 것을 전했다. 그 기사를 본 터틀은 의문을 갖는다. 밝혀지지 않은 무언가가 있는 게 틀림없다고.

 

그후 선셋타워으로 또다시 편지가 배달된다. 모두 열여섯 통의 편지에는 당신이 ‘새뮤얼 W. 웨스팅의 유산 상속자 중 한사람으로 지명’되었으니 웨스팅 저택에서 있을 ‘유언장 낭독에 입회’해달라는 것이었다. 선셋타워의 입주민들과 그 주변인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유산 상속자’라는 말에 당황하면서도 속속 웨스팅 저택으로 모여들고 변호사에 의해 웨스팅의 유언장이 낭독된다.

 

그런데 그 유언장의 내용이 놀라웠다. 그 곳에 모인 사람들을 ‘나의 조카 열여섯 명’이라고 한데다 자신은 ‘자연사가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었는데 그 범인은 바로 ‘너희들 중 한 명’이니 살인자를 찾아내 자백을 받아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16명이 두 명씩 팀을 짜서 일명 ‘웨스팅 게임’을 해서 이긴 사람에게 자신의 유산을 상속하겠다고 제안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당황해 하면서도 웨스팅이 제안한 게임에 뛰어들게 되는데... 과연 열여섯 명의 유산상속자의 정체는 무엇이며 웨스팅을 살해한 범인은 누구일까? 또 누가 웨스팅의 유산을 상속받게 될까

 

웨스팅 회장이 지시한 게임의 방식과 힌트를 가지고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소설 <웨스팅 게임>은 이야기의 구성이나 형식면에서는 사실 평범하다. 저마다 다른 직업과 연령의 사람들이 의문의 사건에 얽히면서 사건을 더욱 오리무중으로 몰아가는 이야기는 추리소설에서 흔히 등장하는 형식이니까. 다만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찾아가는가. 이것이 포인트인데 책에서는 힌트에서 연상되는 단어로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일종의 ‘퍼즐’처럼 진행된다.

 

‘백만장자의 상속자 16명이 펼치는 지적인 추리게임’이라는 부제와 ‘뉴베리 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 망설임 없이 읽기 시작한 <웨스팅 게임>. 그런데 크게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우선 단어를 마치 암호나 퍼즐처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게 그다지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았는데 이건 아마도 ‘언어의 차이’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어에 능숙하다면 원서를 찾아볼텐데 아쉽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아쉬움을 꼽자면 바로 번역이다. 평소에도 책의 오탈자를 잘 찾아내는 편이긴 하지만 이번엔 그 정도가 심했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있는 집’ ‘뜨끈뜨끈한 빨간 피를 뚝뚝 흐르고 있었지’처럼 번역의 오류로 보이는 문장과 오탈자가 곳곳에 띄었고 문장부호 생략처럼 편집상의 실수로 짐작되는 부분도 많아서(중반부터는 메모하는 것도 포기할 정도였으니) 교정을 제대로 보긴 한걸까? 의문이 들었다. 이후 재개정판이 출간될 때는 이런 부분들이 수정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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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숲 22 - 신장판
이시키 마코토 지음, 양여명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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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와 슈우헤이의 우정은 더욱 깊어집니다. 카이의 파이널 연주, 손꼽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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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리 4 : 리플리를 따라간 소년 리플리 4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 / 그책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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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악!!"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해변으로 밀려온 시체와 여인의 날카로운 비명소리. 한때 전세계 여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꽃미남 배우 알랑 들롱의 <태양은 가득히>를 지금까지 아마 열 번은 넘게 봤을 겁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궁금하더군요. 진짜 이게 결말인가? 리플리는 잡혔을까? 아니면 친구인 디키로 깜쪽같이 변신할 때처럼 교묘히 빠져나갔을까? 의문이 들었는데 지인이 그러더군요. 영화의 원작소설이 있다고.

 

그래서 만났습니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리플리 시리즈, 그 중의 1편인 <재능있는 리플리>가 바로 영화 <태양은 가득히>와 <리플리>의 원작소설인데요. 아들을 찾아서 데려와달라는 친구 아버지의 부탁을 받은 리플리가 이탈리아에서 디키와 함께 지내다가 결국 그를 살해하고 자신이 디키가 되어 살아가는 아슬아슬한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니 느낌이 무척 새롭더군요. 물론 영화 속 장면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올라 느낌이 배가된 점도 있겠지만 화면에서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인물의 심리나 감정의 흐름은 영화 그 이상이었거든요. 누구보다 다정하고 매력적이면서도 차갑고 냉혹한 살인마의 모습으로 돌변하는 인물 리플리. 그를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리플리 시리즈가 모두 다섯편이 된다니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읽을 생각에 모처럼 흥분이 되더군요.

 

그런데 제가 너무 느긋했나 봅니다. 1권을 읽고 잠깐 쉬는 사이에 어느새 4권이 출간되는 바람에 저의 작전에 차질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어쩐다지? 갈등이 생기더군요. 원래 계획대로라면 순서대로 읽어야겠지만 4편에서 십대의 소년이 등장한다니 이번엔 과감하게 반칙, 아니 새치기를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책은 시작부터 리플리의 전면전을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보금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종국에는 삶의 터전을 무너뜨릴지도 모르는 무리를 처단하기 위해 리플리는 전전긍긍합니다. 하지만 거대한 조직의 무리를 혼자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지요. 리플리는 어쩔 수 없이 백기를 들고 실패를 선언합니다. 왕개미 무리에게.

 

어이없는 패배의 아픔을 안고 카페에 찾은 리플리에게 누군가가 접근합니다. 그는 빌리 롤린스. 자신을 미국인이며 열아홉 살이라고 소개한 소년은 리플리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데요. 매사에 예의바르게 행동하는 빌리는 보면서 리플리는 생각합니다. 평범한 십대 소년이 아니라고. 어떤 목적이나 이유가 있어서 자신에게 접근한 것이 틀림없을 거라고. 그런 와중에 그는 한 잡지에서 미국의 식품업계 거물인 존 피어슨이 절벽에서 떨어져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그의 아들 프랭크 피어슨이 사라져서 행방이 묘연하다는 기사를 보게 됩니다. 리플리는 순간 며칠전에 만난 금발의 소년 빌리가 혹시 프랭크 피어슨이 아닐까? 의문을 갖게 되는데요. 아니나다를까 리플리의 짐작은 적중했습니다. 거기다 소년이 잠시 머무는 집을 의문의 사람들이 감시하는 것으로보아 소년이 몸값을 노린 이들에게 납치될 위험에 노출되었다는 것도 말입니다. 이에 리플리는 소년에게 자신의 집으로 몸을 숨기라고 제안합니다.

 

이후 책은 소년이 아버지의 죽음에 어떻게 관계가 있는지, 소년을 감시하는 인물이 누구이며 어떤 목적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1편에서 치명적일만큼 매력적인 카리스마를 내뿜던 리플리와 다소 달라진 모습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는데요.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면 부유하지만 결코 행복하지도 자유롭지도 못한 프랭크를 보면서 리플 리가 불우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고 연민의 정을 느낀 건 어쩌면 당연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편, 3편을 빼먹고 과감하게 4편으로 뛰어들면서 문제없으리라 여겼는데요. 역시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어야 제 맛인 것 같습니다. 본문 곳곳에 이전의 이야기를 언급하는 대목이 나오는데다가 리플리가 아내인 엘로이즈를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도 궁금하더군요. 리플리 시리즈의 마지막 5편이 출간되기 전에 뛰어넘은 2편과 3편을 얼른 펼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모습의 리플리를 만나게 될까요? 2편과 3편, 그리고 마지막 5편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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