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리즈먼: 이단의 역사
그레이엄 핸콕.로버트 보발 지음, 오성환 옮김 / 까치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어나가기 위해선 우선 세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첫째, 탤리즈먼이 무엇인가..하는 것이다. 탤리즈먼은 '의미'를 가진 물체로 사람의 감정이나 행동, 신념 등에 영향력을 가진 물체나 영험이 있는 물체를 말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탤리즈먼'을 이해하기엔 부족하다. 그래서 작가는 한걸음 더 나아가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려는 청년을 예로 들었다.

촛불만찬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에 연인을 데려간 청년을 상상해보자. 사랑을 충분히 고백한 다음 적절한 순간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담은 작은 상자를 꺼내서 자신의 사랑의 징표로 연인에게 준다고 상상해보자. 여자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그 반지는 그때부터 단순한 반지가 아니다. 반지는 이제 탤리즈먼이다. - 218페이지.

둘째, '이단'에 대한 개념을 알아야 한다. 사전적 의미에 의하면 '이단은 어떤 종교집단의 내부에서 정통교리에 크게 벗어나는 주장에 대하여 정통자측에서 부르는 배타적 호칭'이라고 되어 있다. 이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야 그 다음에 전개되는 가톨릭에 의한 이단심문이나 종교재판, 알비 십자군에 의한 십자군전쟁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

셋째, 이원론이다. 이 책의 전반에 카타리파와 보고밀파가 주장하는 이원론 신앙이 주로 거론되고 있는데 이는 한마디로 선한 신과 악한 신에 대한 신앙이라고 볼 수 있다. 선한 신의 방사현상인 그리스도는 분명히 사악한 '육신'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그래서 그리스도는 태어나거나 십자가에 의한 처형을 받을 수 없었으며 십자가 위에 죽음으로써 우리를 죄에서 구원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즉 카타리파와 보고밀파는 그리스도가 인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선한 신으로부터 방출된 예수는 사악한 육신 속에 탄생할 수가 없다는 것. 마리아가 그의 어머니라는 주장을 철저히 거부하면서 육신이 아닌 환영으로서 물질차원에 현신했다는 것이다. 십자가와 성상 숭배를 배격할 뿐 아니라 구약성서를 완전히 거부하고 신약성서도 일부만 받아들였다. 결국 자신들이 유일하고 진정한 교회이자 최초 기독교 사회의 직계이며 로마 가톨릭과 동방정교회는 사기꾼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카타리파와 보고밀파의 기원이 어디에 있는지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 기독교 그노시스파에서 시작해 마니교, 4세기 중엽의 메살리아파, 바울파, 10세기 불가리아의 보고밀파를 거쳐 12,3세기 카타리파가 서유럽으로 퍼져나가는데 이중에 마니교와 바울파는 흔히 비밀종교로 알려져 있다.

카타리파와 보고밀파는 로마교회, 동방정교회와 경쟁하여 점진적으로 정복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유능한 학생을 파리로 보내 공부시켜 그들이 가진 오류와 약점을 보강하여 가톨릭 신앙을 전복하려는 것이었는데 이는 결국 가톨릭에 의해 철저하게 말살된다. 그들에게 의미있는 신전을 파괴하고 수많은 신도들을 화형에 처했으며 그들이 남긴 문헌과 기록을 없애버린다.

그러나 4세기말 이집트에 살았던 정체불명의 이단집단이 그노시스주의 문헌들을 대형토기 항아리에 넣어 땅속에 매장하는데 이것이 1945년 나그함마디 부근에서 한 농부에 의해 기적적으로 발견된다. 또 나그함마디 문서에 의해 그노시스파에 비밀결사와 흡사한 어떤 단체의 존재, '조직'에 대한 언급이 있고 그 조직의 사명 가운데 일부는 '영적인 장소들의 상징으로' 기념 건출물을 짓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이집트가 주목을 받기 시작하는데 이는 이집트가 세상의 바로 중심에 있는 것으로 설명된다. 즉 자오선이 통과하는 지점 바로 위에 있기에 이집트 전체가 '신전' 특히 '세상의 신전'이라고 언급되는 것이다. 이집트의 많은 '태양 신전들' 가운데 북쪽의 헬리오폴리스와 남쪽의 룩소르-카르나크가 주목받으면서 이런 이집트의 성스러운 도시들이 미래에 건축되거나 재건축되는 도시들을 위한 원형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그 예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의 수도가 포함되고 각 도시들의 중요한 기념 건축물들과 건물들, 때로는 도시 전체의 도로계획이 일련의 비밀계획에 따르고 있다는 것을 여러 장의 사진을 통해 증명해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작가는 자신들의 생각이 옳다면 현재까지 수백 년동안 발각되지 않고 자신의 존재와 목적을 보존해온 한 조직의 발자취를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프리메이슨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조직이 프랑스 혁명과 미국의 독립전쟁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과 조지 워싱턴 같은 주요인물을 움직였다고 한다. 거기다 9.11 테러도 바로 그 프리메이슨의 입김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한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읽어나가기에 많은 인내력이 필요했다. 내겐 너무나 낯선 기독교의 교리와 대립에 읽는 중간중간 앞의 내용을 점검하면서 읽어야했다.

하지만 그것은 바로 이 책이 독자들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우선 각주가 모두 뒤에 있는데다 거기서 참고가 될만한 내용은 전체의 5% 정도? 나머지 각주는 모두 참고문헌을 알려주는데 그것도 원어로 실려 있어서 별도움이 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참고사진이 모두 중간페이지에 있어서 읽는 중간중간 책을 뒤적거려야 했다는 점, 그것도 책의 본문에 사진과의 연결고리, 몇 번 사진을 참고하라는 대목이 없어서 일일이 찾아야한다는 점이 독서의 방해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단점은 6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이 1권으로 제작되었다는 점. 그것도 반양장본이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두꺼운 책을 앞, 뒤, 중간을 뒤적거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제본된 책장이 부분적으로 뜯어지고 낱장이 분리되고 말았다. 차라리 그레이엄 핸콕의 <신의 지문>처럼 2권으로 제작되었다면 더 좋았을거란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일반 대중이 아닌 일부 관심있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졌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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