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지음, 송병선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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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추리소설을 읽었다. 그것도 13세기 초 송나라를 배경으로 한 역사추리소설이다. 그런데 저자 안토니오 가리도의 이력이 눈길을 끈다. 스페인 최고의 역사 소설가이면서 발렌시아 공과대학 교수라니. 독특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오랜 과거 속 중국의 이야기를 현대의 스페인 대학교수로 하여금 소설을 쓰게 했던 주인공은 대체 어떤 인물일까.

 

살인자에 의해 샹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시작된 책은 이어 주인공인 송자의 일상과 그의 주변이야기를 들려준다. 집안에 유전병이 있어 여동생이 두 명이 어릴 때 세상을 떠났고 그의 영웅이었던 형 루는 나이 들면서 자신의 힘만 믿고 거만해졌다. 아버지는 루를 제외한 가족들과 수도 린안으로 이사하는데 여기서 송자는 운명적인 사람과 만나게 된다. 가장 현명한 판관으로 손꼽히는 펭을 만나 일을 도와주게 되는데 어린 나이지만 명석하고 성실한 송자를 눈여겨 본 펭은 그에게 점차 범죄 수사와 관련된 일을 가르치기에 이른다.

 

하지만 송자의 행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송자의 가족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송자의 고난은 시작된다. 형 루가 아버지를 구박하는가 하면 동생인 송자를 쓸모없는 기생충처럼 취급하는 거였다. 비가 쏟아지는 날 송자는 루의 지시로 논에서 일하던 도중에 머리가 잘린 시체를 발견한다.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마을에 방문한 펭 판관은 시체와 함께 발견된 증거물품을 바탕으로 살인자를 추리해내는데 그가 지목한 사람은 바로 송자의 형 루였다. 즉시 체포된 루는 재판에서 살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루는 잔혹한 살인자인가 아니면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것인가. 혼란스러운 송자에게 현인은 은밀한 제안을 하고 이에 송자는 전재산을 처분하지만 오히려 자신이 함정에 빠져 도망자 신세가 되어 버리는데...

 

<시체 읽는 남자>는 역사적 사실과 픽션이 결합한 소설이다. 송나라 때 실존인물인 송자는 인류 역사상 최초이자 가장 중요한 법의학 서적인 <세원집록>을 쓴 인물인데 소설은 바로 그 송자의 파란만장한 젊은 시절을 담고 있다. 다만 소설에는 그가 <세원집록>을 집필하는 과정은 서술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미신과 주술이 일상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던 당시에 끊임없는 노력과 법의학적 지식으로 사건의 진실에 보다 가까이 다가서려는 송자의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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