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이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요 내인생의책 책가방 문고 11
바바라 파크 지음, 김상희 옮김 / 내인생의책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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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든 순간부터 제이크가 풀어내는 얘기에 푹 빠져들었다. 그리고 책장을 덮으며 나는 사전을 뒤적였다.

치매랑 알츠하이머...대체 뭐가 다르지? 레이건이 앓았던 그건데...하지만 내가 가진 80년후반에 출간된 <새국어사전>엔 알츠하이머는 아예 있지도 않았고 치매엔 정말 간단하게도 '바보'라고 설명을 달았다. 이 사전은 이제 재활용 쓰레기날 내놓아야 할 것 같다.

결국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알츠하이머는 노인 치매의 원인 중 가장 흔한 형태인데 한국의 경우 농촌지역 60세 이상의 인구 약 21%가 치매양상을 보이며 이 중 63%가 알츠하이머형 치매...라고 되어 있었다. 그리고 초기에는 이름이나 날짜, 장소 같은 것들이 기억에서 사라지다가 심해지면 화장실에 가거나 요리하고 신을 신는 일 같은 일상생활도 잊게 된다...고.

그제서야 난 제이크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내 가족 중에 치매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난 치매나 알츠하이머는 텔레비젼 드라마나 영화, 책를 통해 접한 게 전부였다. 그것도 주로 어른의 시각에서...하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이크의 시각으로 쓰여졌다. 그래서 치매나 알츠하이머를 앓는 가족 속에서 아이의 생각이나 감정은 어떤지...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제이크의 할아버지는 그야말로 멋쟁이였다. 아니, 멋진 할아버지였다. 손자가 실수를 하면 "때때로 실패가 최고의 선생이 되기도 하지"하고 격려의 말을 건네는 다정한 할아버지였다. 그런 할아버지가 어느날인가부터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냉장고에 잠옷을 넣어두고 급기야 친구 앞에 속옷도 입지 않은채 나타나자 제이크는 할아버지를 외면하고 불평을 늘어놓게 된다.

<나는 바보같은 줄무늬 잠옷 차림에다 나날이 멍청해지는 병을 앓고 있는 할아버지를 쏘아보았다. 할아버지가 미웠다. - 181페이지>

하지만 할아버지가 행방불명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제이크의 가족에 변화가 일어난다. 다소 이기적이던 이모나 사촌형과 관계가 조금씩 부드러워진 것. 그리고 제이크가 졸업을 하면서 제이크는 자신이 할아버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게 된다.

<나는 뒷좌석에 앉았다. 할아버지가 내 옆에 앉았고 나는 할아버지 손을 꼭 잡았다....나는 할아버지를 보며 어둠 속에서 미소 지었다 - 197페이지>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만약 제이크였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의 장점은 바로 그것이다. 알츠하이머란 병에 대해 알게 되는 동시에 책을 읽는 사람이 '나라면 어떨까...'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정답은 없다. 오로지 사랑으로 감싸안아야 한다는 해답이 있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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