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의 방정식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음의 방정식>, 실로 오랜만에 만난 미미여사의 소설이다. 책, 특히 추리소설 좀 읽는다고 자부하는 이들에게 미미여사는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일종의 관문 같은 작품들이 많다. <외딴집>을 비롯한 에도 시리즈도 매력적이지만 이보다 <모방범>이나 <이유>, <화차>와 같은 작품은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의 그늘진 욕망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어서 ‘그저 그런 추리소설’로 치부할 수 없을 정도다.

 

매번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가이기에 그녀의 작품은 출간되면 항상 눈여겨보는데 최근 레이더에 책 한 권이 포착되었다. 바로 <음의 방정식>.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에 분량은 130쪽 정도. 외견상으로는 부담감이 전혀 없을 것 같지만... 저자가 일본 추리소설의 여왕으로 불리는 미야베 미유키인데다 제목이 ‘방정식’이라? ‘x, 변수를 포함하는 등식에서, 변수의 값에 따라 참 또는 거짓이 되는 방정식'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허망하게 무릎을 꿇었던가! 한마디로 속단은 금물이다. 자, 그럼 저자가 숨겨놓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 무엇이 변수로 작용할지 궁금해진다.

 

8월의 이른 아침, 사립탐정 스기무라 사부코는 전화 한 통을 받는다. 한 남자가 중학생인 아들의 학교에서 일어난 일로 사건조사를 의뢰한 것이다. 사건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러하다. 20011년 3월 일본에서 사상 최대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도쿄의 사립 세이카 학원에서는 중3학생들을 대상으로 1박 2일간 체험캠프를 실시하고 있다.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서 ‘재해시 피난소’라는 설정의 체험캠프는 한 반씩 돌아가며 진행되는데 3학년 D반이 참가한 날,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 자정 무렵 남학생들이 모여 있는 교실에 한 교사가 순찰을 와서 건넨 말로 인해 아이들 사이에 혼란이 일어나고 급기야 한 아이가 학교를 무단이탈해버리고 만다. 거기다 해당 교사가 그런 사실을 부인하고 당시 현장에 있던 “아이들이 꾸민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닌가. 사태가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확대되자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한 아이가 수면유도제를 과다복용하는 지경에 이르고 마는데...

 

교사와 학생의 서로 상반되는 주장, 누구의 말이 진실이고 거짓말을 하는 이는 누구인가. 이를 밝혀내기 위해 사립탐정 스기무라 사부로와 변호인 후지노 료코는 함께 공동으로 사건을 수사해나간다. 그런 과정에서 하나씩 드러나는 단서들... ‘변수의 값에 따라 참 또는 거짓이 되는 식’인 ‘방정식’을 왜 저자가 제목으로 삼았는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단편이라고 생각될만큼 짧은 소설을 단숨에 읽고 나서 알게 된 사실, 작품 속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두 인물, 후지노 료코와 스기무라 사부로 두 사람은 저자의 다른 작품에서 각각 주인공이었다고 한다. <솔로몬의 위증>에서 20년이 흘러 변호사가 되어 등장한 후지노 료코와 <이름없는 독><십자가와 반지의 초상>에서 사립탐정으로 활약한 스기무라 사부로. 이들의 활약상을 좀 더 찾아보고 싶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