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아티스트
스티브 해밀턴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모방송프로그램에서 외국 출연자들에게 ‘투명 망토가 있다면 뭘 하겠느냐’고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그때 “여탕에 가고 싶다.”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어떤 사람은 “은행에 가서 돈을 마음대로 갖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에게 ‘투명 망토가 있다면 뭘 하겠느냐’고 물었어도 아마 비슷한 대답이 나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화 속 상상의 이야기로 만나는 ‘하늘을 나는 카펫’이나 ‘투명 망토’처럼 만약 자신에게 다른 이와 다른, 매우 희귀한 특별한 물건이 있다면, 혹은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떤 능력, 어떤 물건이냐에 따라 취하게 될 행동이 다르겠지만 그것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건 확실하다.

 

‘아직 날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가 있다. 그는 1990년 여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의 주인공인 여덟 살 소년이 바로 자신이라면서 이렇게 말한다. 그때의 사건으로 사람들은 자신을 ‘기적의 소년’이라 불렀으며 위로와 용기를 북돋워주는 편지와 카드를 보내주었다고.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응원의 메시지를 받았지만 그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주황색 죄수복을 9년 동안 입고 있는 상황이니까. 그는 문득 생각한다. 난 도대체 그동안 뭘 했던 걸까? 자신이 말문을 닫고 살아야했던 이유를 되짚어봐야겠다고. 

 

자, 정신 바짝 차리길.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이야기, 한때 '기적의 소년'이었던 내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할 테니까. '밀포드의 벙어리' '희대의 총아' '어린 유령' '새파랗게 어린 아이' '금고털이' '자물쇠 예술가'. 이것들은 전부 다 나를 따라다녔던 이름이다.

하지만 그냥 마이클이라고 불러줬으면 좋겠다. - 13~14쪽.

 

마이클은 9년 전 끔찍한 사건에서 다행히 살아남았지만 그 충격으로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게 되어버린다. 가족을 잃은 마이클은 삼촌과 함께 지내면서 정신과 치료와 상담을 받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 밤, 삼촌의 주류점에 들어선 남자를 보자마자 마이클은 심상치 않은 일, 남자가 강도로 돌변하리라고 예감한 것이다. '의사소통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도 마이클은 제대로 적응하기는커녕 더욱 괴로워한다. 그가 관심을 갖는 것은 오직 낡은 자물쇠였다. 녹슬고 낡은 자물쇠를 관찰하고 그걸 여는 방법을 터득해가면서 마이클은 희열을 느끼기 시작한다.

 

가끔씩 이런 생각이 든다. 주류점 뒷방 문의 낡은 자물쇠가 아니었다면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 드디어 자물쇠 여는 법을 완전히 익혔을 때…… 그 느낌이 어떤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 68쪽.

 

어린 시절의 엄청난 충격으로 말을 잃은 마이클. 그는 어떤 자물쇠라도 단번에 여는 재능이 있지만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마이클이 어밀리아라는 소녀를 마음속에 담고 그녀의 아버지가 사업이 난관에 부딪치면서 상황은 마이클이 생각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간다. 범죄조직이 마이클의 능력을 알게 되면서 결국 금고털이 생활을 하게 되는데...

 

<더 록>이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미국의 알카트라즈섬을 찾은 관광객을 인질로 삼아 살상가스를 발사하겠다는 무리를 제압하기 위해 생화학무기 전문가와 알카트라즈 감옥에서 유일하게 탈출한 이력이 있는 죄수가 팀을 이뤄 가까스로 위기를 넘기는 영화였는데 난 처음엔 이 영화가 락음악에 관한 건줄 알았다. 그런데 <The Rock>이라는 제목을 보고서야 처음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됐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아티스트’라는 단어 때문이었는지 처음엔 이 책 <록 아티스트>가 락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일거라 생각했는데 <The Lock Artist>라는 원제와 ‘세상 모든 자물쇠를 여는 손’이라는 부제를 보고서 아차, 했다. 하지만 재미는 때로 의도하지 않은 것에서 얻어지는 법. 이번이 그랬다. 스티븐 해밀턴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만도 큰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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