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질문들
김경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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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세상을 바꾼다. 믿겨지시나요? 최근에 출간된 <세상을 바꾼 질문들>에서는 16세기 이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큰 변화를 가져온 인물들을 꼽아 그들이 어떤 질문을 품었는지, 자신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이야기 하는데요. 평소에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의문과 질문들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때로 세상을 바꾸기도 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책에는 총 열다섯 명의 인물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제일 먼저 소개되어 있는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는 해부학자로서 당연한 의문을 제기한 인물로 꼽힙니다. ‘왜 인체 해부학 연구는 실제 해부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걸까?’인데요. 지금 생각해봐도 인체해부학 연구를 실제 해부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다니 이해가 안 되지요? 그렇지만 당시엔 그것이 당연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2세기 그리스 출신의 의사 갈레노스가 남긴 방대한 양의 의학서적이 마치 성경처럼 의학 교과서로 여겨지고 있었는데요. 여기에 어렸을 때부터 해부에 관심이 많아 작은 동물들을 해부하면서 자란 베살리우스가 의문을 품습니다. 갈레노스 연구의 상당부분에 오류가 있는데다가 해부학 수업에서조차 교수가 직접 해부를 하지 않고 이발사가 시체를 해부하자 실망감을 느낍니다. 급기야 두 번째 해부학 수업에서 베살리우스는 이발사의 손에서 메스를 뺏어 직접 해부를 하게 되는데요. 이는 권위를 중요하게 여긴 당시의 의학계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옵니다.

 

인문고전도서 추천목록에서 항상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군주론>. 그 <군주론>을 읽으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번번이 도중에 포기하고 말았던 쓰라린 기억이 있던터라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어떤 인물인지 궁금했는데요. 피렌체 공화국의 서기관이자 외교관이었던 마키아벨리가 가진 의문은 ‘군주는 반드시 선하고 도덕적이어야만 하는가?’입니다. 이것 역시, “당연하지!”라고 말하고 싶지만 당시 이탈리아의 상황을 고려하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외세의 침략과 내부 분열로 인해 오랫동안 혼란이 이어지자 그는 이탈리아가 통일하여 나라가 부강해지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도자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획득한 권력을 잘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다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능력에 초점을 맞춘 거죠. 때문에 그의 <군주론>은 냉혹한 정치세계의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기도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인 지금도 <군주론>을 읽어야 된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트로이 전쟁은 정말 책 속의 이야기일 뿐일까?’ <일리아스>를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품게 되는 의문이 아닐까 하는데요. 하인리히 슐리만은 어린 시절 역사책에서 트로이 전쟁을 읽고 그것이 사실이라고 굳게 믿게 됩니다. 트로이의 거대한 성벽이 어딘가에서 오랫동안 묻혀 있을거라 여기고 언젠가는 그것을 자신이 꼭 발견하겠노라고 다짐하는데요. 1871년 10월, 트로이 유적발굴을 시작해서 20여 년 간 일곱 차례에 걸쳐 발굴작업을 진행합니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유적과 보물들로 인해 슐리만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지만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컸습니다. 오로지 트로이의 유적을 발견하는데만 몰두한 나머지 그 이외의 유적은 오히려 손상시켰다는 건데요. 비록 고고학적으로 과오를 남기기도 했지만 슐리만이 트로이를 발굴하려는 꿈을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한 점은 오늘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여겨집니다.

 

이 외에도 프랑스 혁명을 도모했던 막시밀리앙 드 로베스피에르, 여성의 권리를 세우는데 앞장섰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루트비히 반 베토벤, 찰스 다윈, 현대 무용의 창시자라 불리는 이사도라 던컨, 단순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패션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 코코 샤넬, 추리소설가 애거사 크리스티, 알제리 독립운동에 헌신한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철학자 프란츠 파농,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 에드워드 사이드, 크레이그 벤터 를 소개하면서 그들이 어떤 질문을 던지게 되었으며 그것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어 놓았는지 풀어놓았는데요. ‘인간이 화성에 살 수는 없을까?’란 질문을 던진 일론 머스크가 인상적이었어요. 그는 테슬라 모터스와 스페이스엑스 CEO이자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인 토니 스타크의 실제 모델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그의 화성 탐험에 대한 열정은 실로 눈부실 정도더군요. 미래의 설계자라 불리는 일론 머스크, 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0년이었죠. 서울 G20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마지막 질문을 개최국인 우리 한국의 기자들에게 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도 없나요?”라며 한국 기자들에게 몇 번이나 질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선뜻 손을 드는 한국 기자는 없었지요. 기자회견은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그때 한 기자가 일어납니다. ‘아, 이제야!’하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는 한국 기자가 아니었습니다. 중국기자 한 명이 “중국인이지만 아시아를 대표해서 질문하겠다”며 나선 건데요. ‘한국 기자에게 질문권을 줬다’는 오바마와 ‘한국 기자가 괜찮다면 되지 않느냐’는 중국 기자가 실랑이 벌이는 장면을 인터넷으로 보면서 부끄럽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참, 씁쓸하더군요. 다른 나라도 아니고 우리나라, 그것도 수도인 서울에서 열린 행사에서 우리의 언론을 대표하는 기자들이 왜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았던 걸까? 아니, 못했던 건가?

 

질문에 대해선 대학생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우리나라 대학에서 연구, 강의를 하거나 여러 기관의 요청으로 초청강연을 한 세계의 석학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바로 “질문하지 않는 한국 학생들에 놀랐다”는 겁니다. "한국의 기술 수준과 인구 규모를 생각하면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10명은 나왔어야 한다"고 말한 노벨 화학상 수상자 아론 치에하노베르 교수는 지나치게 호기심을 억누르고 도전을 꺼리는 우리의 문화가 창의성을 저해한다고 하는군요. 학생들에게 교육할 때도 정답을 빨리 찾는 것에 중점을 두지 말고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상상하고 질문을 던져서 스스로 답을 찾아낼 때까지 고민을 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는데요. 두 아이를 기르면서 지금까지 나는 어떻게 해왔던가,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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