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두고 읽는 니체 곁에 두고 읽는 시리즈 1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정은 옮김 / 홍익출판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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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학 신입생일 때였어요. 음악감상실에서 클래식을 듣다가 전주 부분에서 귀가 뻥 뚫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귀 기울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정도의 낮은 음에서 시작해서 서서히 높은 음으로 확장되는 사운드가 마치 짙은 어둠이 가득한 곳에서 서서히 빛이 비치다가 어느새 사방이 밝은 빛으로 가득 차오르는 느낌이랄까요? 사방이 온통 어둠으로 뒤덮인 곳에서 길을 찾지 못해 헤매다가 일출을 맞이하는 것처럼, 고대의 암흑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을 때 어디선가 짠~하고 영웅이 등장하는 것처럼 가슴이 벅차오르는, 웅장하고 스케일이 큰 그런 음악이었는데요. 처음 듣는 음악이지만 단박에 감동을 받은 그 곡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에서 제 1곡 서주부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처음 만났습니다. 차라투스트라를.

 

그리고 몇 년 후 또 하나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알게 되었습니다.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을 읽고 그 사상에 끌리고 감동을 받아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작곡하게 되었다는 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그렇게 웅장한 곡을 작곡하는데 영감을 주는 원동력이 되었을까 궁금한 마음에 바로 책을 구입했는데요. 처음 시작할 때의 호기가 무색할 정도로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답니다.

 

<곁에 두고 읽는 니체>를 보는 순간 대책 없는 열정만이 가득하던 20대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읽으려고 구입했지만 어느샌가 기억에서 멀어지고 책장마저 누렇게 변해버린 니체의 책 한 권이. 언젠가 읽어야지 하면서도 그 언제가 언제일지 알 수 없는 혼란과 모호함으로 기억되는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저자가 사이토 다카시가 아니었다면 <곁에 두고 읽는 니체>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믿고 보는 사이토 다카시의 책이고,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니체의 말’이라는 부제가, 작은 등불이 어둠을 밝히는 표지 사진이 저를 이 책 <곁에 두고 읽는 니체>의 곁에 다가서게 만들었습니다.

 

‘니체는 내 평생의 친구다.’

<곁에 두고 읽는 니체> 프롤로그의 첫 문장입니다. 이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것도 가벼운 관계가 아니라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찾게 되는 영혼의 벗’이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평소에 항상 곁에 두고 보며 삶의 지표로 삼고 있는 동반자 같은 책‘이라고 털어 놓는데요. 단 몇 개의 문장을 읽으면서 저자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니체는커녕 그의 책 한 권도 제대로 읽지 못했는데 저자는 철학자 니체를 영혼의 벗이며 동반자처럼 여기면서 살아가고 있다니. 난 언제쯤 그럴 수 있을까...회의가 들기도 했는데요. 저자의 주변에는 아마 저 같은 이들이 많은가 봅니다. 매일 정신없이 살아가다보면 언제든 높은 장벽을 만나게 되고 온갖 어려움에 마주하게 되는데요. 그럴 때마다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 허덕이지 말고 니체의 문장, 말을 되새기며 힘을 얻으라고 조언을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경구(警句)나 격언(格言), 금언이나 잠언(箴言) 등을 일컫는 말로써 인생의 깊은 체험과 깨달음을 통해 얻은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나타낸 짧은 글을 ‘아포리즘’이라고 하는데요. 니체는 이 ‘아포리즘’과 같은 글, 사상을 많이 남긴 철학자라고 하는군요. 때문에 니체의 말과 글을 자주 접하고 그 중에서 유독 가슴에 와 닿는 문구들을 되새겨두면 공부하다 어려울 때 찾아보는 일종의 ‘참고서’ 같은 역할을 기꺼이 해 줄 거라고 말이지요.

 

책은 크게 다섯 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요. 저자가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글을 니체의 사상과 더불어 서술해놓았습니다. ‘한 발의 화살이 되어라’ ‘이것이 삶이던가.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몸의 소리를 들어라’ ‘꿀벌처럼 나누는 삶’ ‘창조적인 삶은 어디서 오는가’라는 큰 주제 아래에 몇 개의 에세이 같은 글,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는데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가장 기본으로 삼고 있는 것은 니체 사상의 엑기스라고 할 수 있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고 여기에 니체의 다양한 책의 글을 곁들여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마냥 어렵고 난해하게만 여겼던 니체인데, 이렇게 만나니 내가 왜 어렵게만 여겼는지 의아할 정도입니다. 그만큼 니체의 사상을 쉽고 이해하기 수월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살다보면 기쁜 날도, 슬픈 날도 있는 것처럼 우리에겐 끊임없이 응원해주는 이가 필요한 것처럼 때론 그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옳지 않은 행동이라며 따끔하게 일깨워주는 이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도 더 늦기 전에 니체를 만나야겠습니다. 저자처럼 제게도 니체가 영혼의 벗이자 동반자가 될 수 있을까요?

 

 

누구나 자기 미래의 꿈에 계속 또 다른 꿈을 더해나가는 적극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현재의 작은 성취에 만족하거나 소소한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다음에 이어질지 모를 장벽을 걱정하며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멈춰서는 안된다. -26쪽.

 

우리는 친구를 얻는 행복을 칭송한다. 사람들은 사진보다 우수한, 혹은 동등한 친구와 가깝게 지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말에 동의했지만, 만약 그런 친구를 얻을 수 없다면 무소의 뿔처럼 혼자 살라고 말했다. - 54쪽.

 

뱀이 허물을 벗지 못하면 끝내 죽고 말듯이 인간도 낡은 사고의 허물에 갇히면 성장은커녕 안으로부터 썩기 시작해서 마침내 죽고 만다. 따라서 인간은 항상 새롭게 살아가기 위해 사고의 신진대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 97쪽.

 

한 번도 춤추지 않았던 날은 잃어버린 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하나의 큰 웃음도 불러오지 못하는 진리는 모두 가짜라고 불러도 좋다. - 118쪽.

 

나는 단지 피를 쏟아서 쓴 것만 사랑한다. - 191쪽.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의 방법론을 담은 책은 많지만, 내게 맞는 것을 찾기는 어렵다. 타인의 방식이 내게 맞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전혀 이상할 게 없다. 내가 던지는 ‘왜?’라는 물음의 내용을 나 스스로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데 있다. 왜 그 일을 하고 싶은가? 왜 그렇게 되려고 하는가? 왜 그 길로 가려고 하는가? 내면으로부터 이런 물음에 분명한 평가 기준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답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왜?’라는 의문부호에 스스로 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됨으로써, 이제 그 길을 가는 일만 남게 되는 것이다. - 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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