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샐러드 레시피 - 매일매일 테이크아웃 샐러드
린 히로코 지음, 김보화 옮김 / 푸른숲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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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여태까지 중에 제일 더운 거 같애.”

“어? 자기 어제도 똑같이 말했는데. 오늘이 제일 덥다고. 알아?”

“그런가? 아우, 어쨌든 덥다 더워.”

휴일, 점심 먹은 그릇을 씻으면서 남편과 주고받은 말이다. 사실 요즘은 매일매일 똑같은 기사를 만나게 된다. ‘폭염’ ‘곳곳 폭염 기승’ ‘오늘밤도 열대야’ ‘폭염 속 일사, 화재사고 속출’. 하루 최고기온이 사람의 체온에 육박하는 날이 이어지면서 가족들은 점점 입맛을 잃었다. 지금 시기가 방학이란 점이 악조건으로 작용했다. 아이들은 늦게, 때론 점심이 가까운 시각에 일어나면서 하루 세 끼를 먹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럴 때일수록 체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건강을 생각해서 더 제대로 먹어야 한다고 말해도 그저 잔소리로만 여길 뿐. 한마디로 특단의 조치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 됐다. 뭔가 참신한 거 없을까?

<병 샐러드 레시피> 표지에서 투명한 유리병에 작게 썬 야채가 켜켜이 들어있는 모습을 보고 컵밥을 떠올렸다. 평소에 아이스커피를 테이크아웃한 투명한 컵에 밥이랑 반찬 몇 개로 층을 쌓거나 과일 두세 가지를 넣어 아이들이 학원가기 전에 간단하게 먹을 수 있도록 챙겨주곤 했는데 그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샐러드 위주라는 것과 내가 만든 것보다 영양이나 모양에서 더 뛰어나고 더 아기자기하고 예쁘다는 점. 이거라면 아이들이 가뿐하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이 좋아하는, 잘 먹는 걸 넣어서 만들면 색다른 기분도 느끼고 재밌게 먹을 수 있을거야. 틀림없이.

책은 병 샐러드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알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밀폐식 뚜껑이 있는, 입구가 넓은 유리병에 손질한 채소와 재료를 층층 쌓아 담는’ 것이 병 샐러드인데 1인분은 대략 240ml 정도. 본문에 소개된 레시피는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1인분을 기준으로 되어 있지만 분량을 2배 정도로 넉넉하게 하면 2~3명도 충분히 먹을 수 있다. 단, 병을 선택할 때 높이가 낮은 병은 드레싱이 위로 올라와서 채소가 물러질 수 있으니 적합하지 않다는 것만 기억하면 될 듯하다.

병 샐러드는 네 번의 과정을 거치면 된다. 병에 드레싱(1인분에 1큰술)을 넣는다. ㅡ> 토마토나 양파처럼 즙이 나오는 재료 혹은 콩이나 아보카도처럼 드레싱이 잘 스며들지 않는 재료를 넣는다. ㅡ> 옥수수나 파프리카처럼 날 것 그대로 드레싱으로도 쓸 수 있는 재료를 넣는다. ㅡ> 양상추 같은 잎채소처럼 아삭아삭한 식감을 살리고 싶거나 드레싱에 절이면 안 되는 재료를 넣는다. 병의 높이보다 수북하게 쌓일 정도로 재료를 담은 다음 손으로 꾹 눌러 공기를 빼가면서 뚜껑을 닫아서 병째로 냉장고에 넣어두면 장기 보관할 수 있다니 자투리 야채가 있을 때 만들어두면 급할 때 요긴하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럼 병 샐러드는 어떻게 먹을까? 병째로 들고 포크로 떠서? 아니다. 먹기 직전에 병을 잘 흔들어서 드레싱이 재료에 고루고루 스며들게 한 다음 조금 우묵한 볼이나 접시에 그대로 거꾸로 쏟아놓으면 끝!

간단하면서도 보기 좋고 맛도 좋은 병 샐러드를 만드는데 필요한 드레싱으로 마요네즈 드레싱, 식초와 오일을 넣어 만든 프렌치 비네그레트, 간장 드레싱, 한식 드레싱 이 네 가지를 소개해놓았다. 웬만한 가정에 구비되어 있는 양념이나 채소를 기본으로 한두 가지 재료가 첨가된 샐러드가 대부분이어서 금방 해먹을 수 있는 것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마요네즈 드레싱을 기본으로 한 옥수수 샐러드나 게살과 옥수수 마카로니를 넣어 만든 샐러드는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고 짭조름한 간장 드레싱은 일식에 잘 어울리는 편이지만 코울슬로 샐러드나 팽이버섯과 유부 샐러드는 간단하게 별미로 먹기에 제격인 것 같다. 고추장을 넣어 매콤한 맛의 한식 드레싱으로는 콩나물이나 어린잎채소, 배추, 오이, 미역 등 평소에 반찬으로 자주 먹는 것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 ‘매콤달콤한 구운 가지 샐러드’는 지금 당장이라도 해먹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매콤한 맛을 즐기는 우리 부부에게는 술안주로도 딱이다.

뉴욕과 일본을 사로잡은 72가지의 병 샐러드 레시피가 수록되어 있다. 이 중에서 한식 드레싱은 가짓수가 가장 적은데 아무래도 저자가 일본인이다 보니 그런 게 아닐까. 하지만 중요한 것은 레시피가 아니다. 재료가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레시피에 얽매이지 말고 마음껏 응용해서 나만의 병 샐러드 레시피를 하나씩 쌓아가는 거. 그게 바로 요리하는 재미가 아닐까. 이번 여름, 내게 신나는 도전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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