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인성사전 - 김용택 선생님이 들려주는
김용택 지음, 김세현 그림 / 이마주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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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교육진흥법이란 걸 아세요? 유치원은 물론이고 초,중,고에 이르기까지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계획하고 실시하도록 하는 법안인데요. 지난달인 7월 2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반세기쯤 살다보니 별의별 희한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인성교육을 일정시간 정해놓는 것도 그렇고 그것을 점수화해서 입시에 반영한다는 것도 그렇고. 한자에 해박하지 않아 여기에 딱 맞는 적확한 표현을 찾을 순 없는 게 아쉬운데요. 이것이 아이들의 인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과연 지금보다 나아질까요? 오히려 이 어처구니없는 법 때문에 또 하나의 사교육이 생겨나는 건 아닐까요?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압니다. 아랫물이 탁하네, 더럽네 탓하기 이전에 우선 윗물이 맑아야 한다는 거.

 

섬진강 시인으로 불리는 김용택님의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어린이 인성사전>인데요. 어린이들이 성장하면서 가슴에 깊이 새겨두어야 할 낱말을 선정한 다음 그 낱말과 어울리는 김용택님을 비롯한 여러 시인들의 시를 함께 수록해놓은 책입니다. ‘나를 사랑합니다’ ‘너를 이해합니다’ ‘함께 라서 행복합니다’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구요. 하나의 주제마다 여러 개의 낱말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긍정, 당당함, 도전, 만족, 부끄러움, 성실, 솔직함, 양심, 여유, 자존, 절제, 책임, 후회, 걱정, 관용, 배려, 우정, 이해, 존경, 친절, 협동, 효도, 감동, 공존, 나눔, 소통, 용서, 인정, 진심, 화해, 희망... 낱말 하나하나마다 지닌 의미가 모두 깊지요?

 

이를테면 제일 먼저 소개된 ‘긍정’을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런 시를 수록해 놓았습니다. ‘달리기를 했다. / 다해 1등, 재석이 2등, 나 3등 / 우리 반은 모두 세 명이다.’ 이어서 김용택님이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최선을 다하면, 있는 힘을 다하면 부끄러움도 두려움도 없습니다. 그게 긍정입니다.’라고 말이지요. ‘절제’에 관한 대목도 눈길을 끕니다. ‘누가 내 머리에서/ 컴퓨터 좀 꺼 주세요. / 눈 감아도 / 꿈 속에서도 / 꺼지지 않는 컴퓨터 화면 / 컴퓨터 화면 속 전사들은 계속 싸우고 있어요,’ 컴퓨터 게임에 빠지다보면 잠자리에 들어서도 머릿속에선 게임이 계속되곤 하는데요. 이렇게 하루에도 여러 번 해야 할 일과 하면 안 되는 일 사이에서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무언가에 깊이 빠져드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려주고 스스로 절제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어린이와 청소년의 심리이해 감정표현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그때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게 생각납니다. ‘살아가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 번 여러 감정들이 올라오는데 그때마다 그 감정들에게 이름을 붙이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희.노.애.락. 단순하게 네 가지로 끝낼 게 아니라 더욱 세분화해서 말이지요. ‘기쁘다’는 감정도 그것이 감동적인 기쁨인지, 반가움에서 오는 기쁨인지, 가슴 벅찬 뿌듯함인지 돌아보라는 건데요.

 

 

인성에 관한 낱말 역시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세상 어느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고 ‘너를 이해’하고 ‘함께’ 하는 즐거움을 알기 위해 언제나 가슴에 지니고 다녀야 할 낱말과 생각들이 책 한권에 가득합니다. 개중에는 어른인 저도 일상에 쫓겨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느끼지 못하고 잊고 있던 것들도 있어서 부끄럽기도 했구요. 아이에게 읽혀주려고 마련한 책인데 오히려 제 마음이 따스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성은 누가 가르치거나 교육하는 것보다 아이들 스스로 깨달음에 젖어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해결책이란 걸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생각을 넓히고 표현하는 습관을 기르다 보면 내가 생각하고 쓰는 말이 새로워질 것입니다. 새롭고, 신비롭고, 감동을 주는 나의 말이 다른 사람의 말을 만날 때 우리는 바르고 곧고 크게 자랍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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