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에게 고한다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0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지난 5월말, 영화 <차일드 44>를 봤다. 소련이 소비에트 연방으로 불리던 때, 철길에서 어린 소년의 시체가 발견된다. 당시 구소련은 ‘완벽한 국가에서 범죄란 없다’‘천국에 살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란 이념으로 범죄 없는 국가를 표방하고 있었다. 때문에 소년이 누군가에게 납치되어 잔혹하게 살해된 것이 분명한데도 국가에 의해 매번 단순 사고로 종결되고 말았다. 그러다 출세가도를 달리던 주인공이 지방의 민병대로 좌천된 곳의 숲 속에서 소년의 시체가 발견되는데, 현장에 출동한 주인공은 예전의 사건과 유사한 점을 발견, 동일범에 의한 살인을 의심하고 사건조사에 나선다. 곧이어 그는 유사한 사건으로 죽음을 맞은 소년이 44명에 이른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진실을 은폐하려는 국가와 사건을 파헤치려는 주인공의 팽팽한 대결이 이어지는데...

 

최근에 읽은 소설 <범인에게 고한다>를 보면서 영화 <차일드 44>가 떠올랐다. 소년이 실종된 후 살인되는 사건이 연이어서 발생했다는 것과 사건 해결에 나서는 이가 중앙에서 지방으로 좌천된 형사라는 점, 범인에 대해 어떤 것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의 대결이라는 점이 묘하게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두 작품의 차이점이 금방 드러나긴 하지만 말이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범인에게 고한다>로 돌아가서 얘기해보자. 소설의 주인공은 마키시마 후미히코. 그는 6년 전 벌어진 아동 실종사건에서 범인으로 유력한 용의자 ‘와시’를 현장에서 놓치는 어이없는 실수를 범하고 만다. 그 바람에 유괴된 아이가 시체로 발견되자 사람들은 경찰들에게 무능하다며 비난의 화살을 쏟아낸다. 기자 회견장에 선 그는 자신을 몰아붙이는 기자들에게 참지 못하고 발끈하고 그 결과 ‘버럭 경시’라는 별명을 얻고 변두리 경찰서로 좌천된다.

 

가나가와 현경에서 어린 남자아이들을 노린 살인사건이 연달아 발생한다. 하지만 단서는커녕 목격자도 없어 범인에 대해선 무엇 하나 밝혀내지 못한 상황에 소네가 새 경시감으로 부임해온다. 그는 유아연쇄 살인사건을 해결하지 못해서 바닥으로 곤두박질 친 현경의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특단의 방법을 모색한다. 그러던 중 한 벽촌의 경찰서에 높은 검거율을 기록한 특별수사관이 바로 소네 자신이 쫓아낸 마키시마 형사란 사실을 알게 되자 소네는 그를 다시 불러들인다. 현경의 이미지를 전환을 위해 마키시마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다시 현경으로 돌아온 마키시마는 어둠 속에 숨어있는 범인을 유인하기 위해 자신이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범인과의 대결에 나서는데....

 

600쪽이 훌쩍 넘는 책은 그 두툼한 두께를 실감하지 못할 정도로 몰입감이 상당했다. 나 자신이 두 아이의 엄마이다 보니 아이가 유괴범에게 납치된 부모의 애끓는 심정이 어떠할지 절실히 와 닿았다. 때문에 마키시마가 어떻게든 범인을 끌어내어 검거하기를, 범인이 왜 아이들을 유괴하고 살해하게 됐는지 그 이유를 밝힐 수 있기를 바랬다. 이후 소설은 마키시마를 비롯한 경찰들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도 보여주지만 불행한 사건을 오히려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이들의 부조리한 면모도 여실히 드러낸다. 어느 누구보다 정의로워야 하고 어느 누구보다 공정해야할 이들이 자기 앞가림에만 급급한 모습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설마 현실에서도 그럴까? 소설이라 일부러 과장되게 표현 했겠지?라고 스스로 억지로나마 위안을 삼아야하는 아이러니란....그나저나 시즈쿠이 슈스케는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기대이상이었다. 그의 다른 작품도 만나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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