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자와 죽은 자 스토리콜렉터 3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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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레 노이하우스’란 작가를 알게 된 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란 책을 통해서였는데요. 벌써 몇 년이 지났네요. 어린 시절 동화로 읽었던 백설공주. 그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제목이 인상적인 책이어서 끌리더군요. '백설공주‘가 의미하는 것도 궁금했구요. 오랫동안 타지에 살던 주인공이 고향으로 돌아오자 의문의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그것을 해결해나가는 여형사. 실마리가 조금씩 풀릴 때마다 감춰져있던 비밀과 오랜 증오가 드러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흠뻑 빠져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독일의 타우누스 지방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배경으로 한 ‘타우누스 시리즈’라고 하더군요. 이전에 출간된 시리즈가 세 권 있고 <백설공주>는 네 번째라는 거예요. 매력적인 주인공도, 저자가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방석도 마음에 들어서 시리즈를 하나하나 모으곤 했는데요. 모든 작품을 미처 다 만나기도 전에 새로운 작품이 출간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타우누스 시리즈의 일곱 번째 작품, 바로 <산 자와 죽은 자>입니다.

막 동이 튼 겨울날 아침, 개 한 마리를 데리고 산책하던 노부인이 갑자기 맥없이 쓰러집니다. 마침 근처를 조깅하던 여자가 노부인을 발견하는데요. 80미터 떨어진 곳에서 소음기를 단 총으로 단번에 저격을 성공한 범인은 이미 현장을 유유히 벗어난 뒤였습니다. 조용한 마을에 난데없이 벌어진 사건은 행복한 신혼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도 불러오게 됩니다. 바로 피아인데요. 크리스토프와 비밀리에 둘만의 결혼식을 올린 그녀는 오붓하게 남미로 떠나기 위해 휴가 중이었거든요. 그런데 사건현장이 가까이에 있다는 이유로 불려나오게 되는데요. 범죄에 사용된 무기나 방식이 철저한 사전준비와 계획에 의한 것이라 직감한 피아는 피해자와 주변인물과의 관계를 조사합니다. 혹시 피해자에게 원한을 품고 있거나 적은 없었는지 알아보지만 가장 가까운 가족에서조차 속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합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은, 그야말로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거지요.

뭣 하나 뚜렷한 증거가 없는 가운데 또 다시 사건이 일어납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주방에서 손녀와 쿠키를 만들고 있던 노부인의 머리에 부엌 창문으로 날아든 총알이 박힙니다. 곳곳에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치장한 집안이 삽시간에 충격의 도가니에 빠지고 사건현장에 출동한 피아는 이번 사건 역시 동일범에 의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되는데요. 범인은 대체 무엇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는 걸까? 갑작스레 죽음을 맞게 된 피해자간에 어떤 공통요인이 있는 것일까? ‘스나이퍼’의 정체는 과연 누구일까?

숨겨진 비밀과 단서를 찾아 하나하나 연결하며 읽어나가면서 역시 넬레 노이하우스! 감탄을 했습니다. 몇 년 만에 만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호흡이 척척 맞는 최강의 콤비 그 자체였구요. 딴엔 프로파일러라며 깐족대고 밉상인 행동을 일삼는 네프와 강력반 수사팀간의 밀당도 소설의 재미를 주는 요소로 한 몫을 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이야기, 스토리가 가진 힘이죠.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지만 결코 드러내고 싶지 않은 욕망과 그늘, 그로 인해 벌어지는 슬픔과 아픔은 인간을 어떻게, 얼마나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는지 가히 충격적이라 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단순히 킬링타임용의 유희거리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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