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십대를 위한 고전 콘서트 고전 콘서트 시리즈 2
김경집 외 지음 / 꿈결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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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왕자와 거지>의 작가 마크 트웨인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고전이란 대중이 우러러 보며 읽지 않는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꼭 읽으라고 권하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 고전이라는 건데요. 저절로 무릎을 치게 만드는 절묘한 표현이죠? 사실 전 의문이 듭니다. 김치를 못 먹는 큰아이에게 김치가 유산균이랑 무기질, 비타민이 많아서 몸에 좋으니까 먹으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들은 척도 않는 것처럼 고전을 읽으려고 하질 않는 사람에게 고전 좀 읽으라고 백번, 천번 강조한다한들 소용이 있을까요? 아마 큰아이처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릴 겁니다. 그것 말고도 재밌는 책, 맛난 먹거리가 얼마나 많은데 지루하고 맛없는(?) 것에 관심을 가지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읽으라’고, 그것도 십대 청소년들에게 강조하는 이유는 어렵고 지루하겠지만 고전을 통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질문하는 힘을 기르라는 거겠지요.

 

숭실대학교와 서울교육청이 의기투합했습니다. 왜냐구요? ‘청소년들이 고전의 맛과 멋을 깨닫고 세상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청소년 고전 읽기 강연’을 열었습니다. 대학교수부터 인문학자, 역사학자에 이르는 각계의 전문가들이 강연자로 나서서 문학과 인류학, 철학, 경제,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고전을 청소년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는데요. <고전콘서트>는 바로 그 강연의 내용을 수록한 것입니다.

 

여러분, 고전을 지식으로 읽지 마세요. 지식으로만 얻은 이야기는 결국 자신을 합리화하는 데 쓰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대가의 시선으로 내 삶과 세상을 바라보고 그 시선을 내 것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삶으로 들어오지 않고 머릿속에만 머무는 앎은 그저 낡은 사유 체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앎이 가슴으로 들어와 우리의 생각이 바뀌면 삶이 바뀌고 사회까지 바뀔 수 있습니다. - 15쪽.

 

<어린 왕자>의 주제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순수한 삶을 동경하고 친구와의 우정...아마 대부분 이렇게 생각할 건데요. 강연자는 <어린왕자>의 주제가 ‘관계 맺기’라고 말합니다. 즉 <어린 왕자>의 등장하는 모든 생명체는 인물은 내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이고 그 ‘나를 발견해나가는 과정’이 이야기의 핵심이라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읽으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라고 강조합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우물이 숨어있기 때문인 것처럼 인간이 아름다운 것은 인간 저마다의 가슴에 심어둔 꽃, 우물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거지요. 다만 많은 이들이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는 게 문제이긴 합니다만 일단 발견만 하면? 요즘 말로 대~박인거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노크하고 이야기하고 길들이세요. 오천 송이의 장미가 아니라 나의 장미가 중요합니다. 그렇게 해야 나의 사막 안에 숨어 있는 우물이 생깁니다. 다른 사람이 숨겨 놓은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놓은 우물 말이에요. 여러분이 스스로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 59쪽

 

생리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 지리학자이기도 한 재러드 다이아몬드 <총.균.쇠>의 강연도 흥미롭습니다. 유럽이 아메리카를 정복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총, 균, 쇠’라고 짚어준 강연자는 ‘유럽이 잘사는 진짜 이유는 무엇’때문이냐고 묻습니다.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 바로 <총.균.쇠>인데요. 콜럼버스가 남아메리카 대륙에 첫 발을 디딘 이후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유라시아에서 시작된 농업과 목축은 식량생산과 인구증가를 가져오지만 그 반대로 불행의 발단이 되기도 했다는군요. 우리에게 ‘넬라 판타지아’로 알려진 음악, ‘가브리엘의 오보에’가 삽입된 영화 [미션]이 바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식민지 개척 당시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대목이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음악이어서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더군요. 다만 제가 읽은 것이 개정증보판이 출간되기 이전의 판본이어서 기회가 되면 추가로 수록된 부분을 찾아서 봐야겠습니다.

 

왜 아침에 해가 뜨고 왜 계절이 변하고 왜 세상이 그 자리에 있을까요? 모두 여러분을 위해서입니다. 여러분이 존재하지 않으면 이 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 인생의 제왕입니다. 속박되지 않은 영혼을 가지고 올곧은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멋진 제왕이 되는 길입니다. - 251쪽

 

사실 고전을 단 한 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꿰뚫기란 불가능합니다. 읽다가 덮고 읽다가 덮고. 이런 과정을 몇 번, 몇 십 번이고 거듭 반복하면서 깊이 고민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 끝에야 겨우 읽어내는 고전들이 허다합니다. 때문에 <고전 콘서트>와 같은 강연은 고전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계기가 되는데요. 숭실대학교와 서울교육청이 했던 것처럼 각 지방에서도 이런 강연이 꼭 마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전 아마 만사를 제쳐놓고 눈썹을 휘날리면서 달려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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