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도신사 아르센 뤼팽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1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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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라고 미당 서정주는 시로 노래했는데요. 저를 키운 건 팔 할이 책이었습니다. 열 살을 넘어서면서부터 시작된 책읽기는 금세 불이 붙었습니다. 학교 도서관 청소당번을 하는 특혜로 매일 서너권의 책을 끼고 집으로 돌아와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꼼짝도 않고 읽어댔습니다. 지독하게 읽어댄 덕분에 갑자기 시력이 떨어져서 고생하긴 했습니다만 그때 만났던 친구(?) 셜록 홈즈, 아르센 뤼팽, 빨간머리 앤, 제인 에어, 허클베리 핀, <폭풍의 언덕>의 캐서린과 히스클리프, <정글북>의 모글리...는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제 멘탈을 단단하게 지켜주는 환상의 동지라고나 할까요? 특히 셜록 홈즈와 아르센 뤼팽은 일종의 로망 같은 인물이었어요. 세상 어딘가엔 이렇게 멋진 사람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상상하기도 했는데요. 어린 시절 만났던 그들을 중년의 지금, 재회한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기대하던 재회의 순간은 갑자기 다가왔습니다. 그것도 뤼팽을! 그동안 뤼팽을 여러 출판사의 버전으로 몇 권씩 갖고 있지만 전권을 읽을 기회는 없었는데요. 지난달 아르센 뤼팽 전집의 출간소식을 접하자마자 덥석 손에 잡았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몰라서 말이지요. 전집은 총 20권입니다. 현재까지 출간된 것은 10권까지인데요. 1권의 타이틀은 아르센 뤼팽과의 인상적인 첫 만남을 예견하듯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입니다.

 

아르센 뤼팽 승선, 일등석, 금발 머리, 오른쪽 팔뚝에 상처, 홀로 여행, 가명은 R...

 

프로방스호는 유럽과 미국 사이의 대서양을 횡단하는 여객선인데요. 프랑스 해안에서 멀리 떨어졌을 때, 이런 전보가 받게 됩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데다 벼락이 쳐서 전보의 일부만 확인하게 되는데요. 쉬쉬해야 할 소문일수록 금방 퍼지는 법! 개미 한 마리 드나들 수 없는 장소에 귀신처럼 나타나서 연기처럼 사라지는데다 변신의 귀재인 신출기몰한 아르센 뤼팽! 바로 그 뤼팽이, 드넓은 망망대해에 자신들과 같은 배 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람들은 불안에 떨고 수근대기 시작합니다. 누가 뤼팽일 것인가. 전보의 내용과 흡사한 사람을 조사하는 가운데 이를 조롱하기라도 하듯 값비싼 보석이 도둑맞고 지갑이 도난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마는데요. 과연 누가 뤼팽일까요? 미국 해안에 도착한 프로방스호에서 하선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는 이가 있었으니 뤼팽의 숙적으로 불리는 가니마르 형사였습니다. 가니마르는 한 사람에게 다가가 말합니다. “아르센 뤼팽 아니신가?” 결국 뤼팽은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고 마는데요.

 

아니, 벌써, 뤼팽이? 괴도라고 불리는 주인공이 시작부터 체포되어 버리는 바람에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요. 실망은 금물. 뤼팽을 신출기몰하고 천재적인 괴도라고 부르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1권에는 총 9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탈옥으로 유명한 <쇼생크 탈출>이나 <프리즌 브레이크>와는 달리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감옥에서 탈옥하는데다 도둑(?)이 도둑을 잡고 뿐만 아니라 전설적인 인물과의 만남까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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