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길들지 않는다 - 젊음을 죽이는 적들에 대항하는 법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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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은 붉은 늑대. 실루엣만 있어서 시선이 어딜 향하고 있는지, 표정이 어떤지 알 수 없지만. 왠지 알 것 같다. 저 늑대는 분명 나를 보고 있다. 내 주변을 서성이며 간간이 무심한 듯 고개를 돌리기도 하지만 목표를 잊진 않는다. 노리는 건 오직 나의 허점. 아차 하는 순간 저 녀석은 내 목덜미에 날카로운 이빨을 박아버리겠지. 꾸울꺽. 녀석이 눈치 채지 못하게 조심스럽게 침을 삼킨다. 늑대와 나. 팽팽한 긴장감이 계속 이어진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처음 <나는 길들지 않는다>를 보면서 학창시절에 읽었던 <어린왕자>가 떠올랐다. 어린 왕자와 여우의 대화 속에 ‘길들이다’는 대목이 있었다. 길들인다는 건 관계를 맺는다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유일한 존재가 된다고 했던가?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라던 여우의 말이 말랑말랑하고 인상적이어서 읽자마자 단박에 가슴에 꽂혀버렸다. ‘길들이다’는 것이 이렇게 감상적인 거구나 감탄을 했다. 만약 그때의 날 마루야마 겐지가 봤다면 분명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넌, 주거쓰. 아웃!”

 

 

‘젊음을 죽이는 적들에 대항하는 법’이라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저자는 ‘진정한 젊음’이 무엇인가를 모색한다. 젊음은 단순히 육체적인 젊음, 건강함이나 신체 기능의 탁월함이 아니라는 것. 육체가 늙었더라도 정신적으로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진정한 젊음이라고 강조한다.

 

 

육체는 비록 늙었어도 정신의 젊음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특질이며, 또 특권이다.…… 인간 역시 야생동물이라는 점을 다시금 상기해주기 바란다. - 15쪽.

 

 

그렇다면 생명이 다해서 죽음을 맞을 때까지 진정한 젊음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절대, 길들지 마라”고 한다. 가족에 길들지 말고, 직장에 길들지 말고, 지배자들에게 길들지 말라고. 아니, 인간은 본디 사회적 동물이라 태어나면서부터 가족, 학교, 회사조직에 들어가면서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히 적응하고 길들기 마련인데 길들지 말라니! 어쩌란 말야? 대체 이유가 뭔데? 뭣 때문에 그러는건데? 거센 항의의 말이 툭툭 튀어나왔다.

 

 

당신의 젊음을 말살한 그 최초의 적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유아기와 유년기에 부모가 당신에게 쏟은 사랑이다. 특히 어머니의 맹목적인 사랑이다. - 25쪽.

 

 

저자는 진정한 젊음은 정신적인 자립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자립은 또 뭐냐? 주어진 상황을 전체적, 객관적으로 파악한 후에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 제대로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인데 문제는 여기에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존재라는 어머니도, 자신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고 사회적 성공을 이룰 수 있는 회사도 걸림돌이 된다는 거다. 어머니는 자식이 홀로 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을(남편 포함) 자신의 방식대로, 원하는 대로 길들이고 있고. 대부분의 직장인 역시 도전보다는 ‘안정’을 취하려는 습성 때문에 회사에서 요구하는 대로 끌려 다니다가 인생을 마감하기 일쑤라며 꼬집는다. 지배자, 국가에 대해서는 더 강한 어조로 말한다. 사회가 혼란하고 정치마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사람들은 정치에 무관심해지는데 국가는 바로 그것을 노린다고. 특히 중년보다 젊은 사람을. 그 예로 저자는 미국 정부가 실업자가 증가하는데도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은 군인의 숫자를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좀 더 분명하게 말하면 진정한 당신 자신으로 살지 않았고, 진정한 인생으로부터 피해만 다닌 얼간이였다. 누가 폭력을 가하며 강요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자신의 영혼을 집단과 조직에 팔아넘기면서 이용당하고 종속당하는 타율의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 - 81쪽.

 

 

의지박약이야. 그건 죽은 삶이야. 넌 현대판 노예야. 총알받이나 다를 바 없어....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생각해봤다. 솔직히, 기분 나쁘다. 그것도 아~~~주 많이.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하고 앞으로 그와의 관계를 끊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잠깐이라도 곱씹어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싶다. 왜냐면 그가 그렇게 쓴 소리를 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테니까. 나이가 적다고 생각도 젊지 않다는 건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모든 점에서 존경할만한 사람을 만나기란 하늘에 별 따기 만큼 어렵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허점과 부족한 점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니까.

 

 

백 보 아니 천 보를 양보해서, 신과 위인이 존재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나 그들이 있을 곳은 자신 속 밖에는 없다. 신과 악마와 위인은 모두 당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것이다. - 179쪽.

 

 

결국 화살은, 해결책은, 자신을 구제할 수 있은 힘은 타인이 아닌 자신의 내면에 있다. 세상의 모든 지식과 지혜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비롯된다는 것과 흡사하다. 삶의 시작도 매듭도 모두 내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니. 짐작했지만 훨씬 묵직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마지막 저자가 던진 선동, 질문에 대한 나의 해답을 모색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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