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간을 멈춰 세우는 동유럽 1 In the Blue 3
백승선 글.사진 / 쉼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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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여행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딘가를 여행할 계획이기 때문에 그 곳의 정보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굳이 여행서를 뒤적이지 않는 편입니다. 하나, 예외가 있다면 그건 ‘번짐 시리즈’입니다. 몇 년 전 오렌지빛깔의 지붕을 한 집들이 동화처럼 펼쳐져 있던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를 통해 만나게 된 번짐 시리즈에 단박에 반해 버렸습니다.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는 사진과 여행지의 풍광을 순간에 포착해서 그린 듯한 수채화, 간간히 만나는 이야기들... 그전까지 저는 여행서란 목적지까지 향하는 길과 주변 지도와 맛집, 숙박지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여겼는데요. 번짐 시리즈를 만나면서부터 생각이 달라졌답니다. 

 

한동안 잊고 있던 번짐 시리즈를 얼마전에 만났습니다. <나의 시간을 멈춰 세우는 동유럽 1>인데요. 동유럽국가 중에서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제일 먼저 폴란드 왕국의 수도였던 크라쿠프를 만나게 되는데요. 중세 유럽의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였고 많은 유적을 간직한 구시가지는 1978년 유럽에서는 최초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하는군요. 여행자가 방문할 수 없는 성 마리아 성당에는 두 개의 이야기가 전해지는데요. 성당의 첨탑 두 개의 높이가 왜 다른지 성당의 공사를 맡은 형제 건축가의 일화를 알려줍니다. 또 침입자를 발견한 파수꾼이 이를 알리기 위해 트럼펫을 불었지만 곡이 끝나기 전에 화살에 맞아 죽었다고 해요. 이를 기리기 위해 후세의 사람들은 매시간 파수꾼이 죽기 전에 연주했던 부분까지만 트럼펫을 분다고 합니다. 지하광산 비엘리치카와 지하 135미터에 위치한 소금예배당은 광부들이 수십 년에 걸쳐 만든 곳이라고 하는데요. 땅 속 깊숙한 곳에 펼쳐진 경이로운 세계는 사진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을만큼 신비로웠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때 도시의 85%가 파괴되었지만 재건에 성공한 도시 바르샤바. <피아노의 숲>이란 만화에서 ‘바르샤바는 곧 쇼팽’이라는 대목을 봤는데 그 이유가 쇼팽의 심장이 잠든 곳이 바르샤바이기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지동설을 주장했던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의 고향인 토룬과 약 150만 명이 목숨을 잃는 아픔을 간직한 도시 아우슈비츠를 보면서 사람들의 일상이 이루어지는 도시가 역사를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구르트와 키릴문자의 나라 불가리아에서는 현재 불가리아의 수도이자 고대 그리스어로 ‘지혜’를 뜻하는 소피아를 소개하는데요. 굴뚝과 굴뚝 사이의 오선지에 높은음자리 표와 음표로 베토벤의 [합창] 앞 소절을 펼쳐놓은 국립 미술관, 한국어학과가 있다는 소피아 대학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해가 일찍 뜨는 곳인 릴라 수도원에서 침묵 수행하는 수도사들과 함께 박물관 지하에 보관되어 있는 목조 십자가가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인 플로브디프의 거리는 거리 곳곳에 로마와 터키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과 유적이 남아있데요. 마치 동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더군요.

 

책을 읽는 내내 한여름의 무더위로 축 늘어진 기분에 일순 시원한 바람이 부는 듯했습니다. 집을 떠나면 고생이라고 하지만 때론 무작정 길을 떠나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익숙한 장소, 익숙한 풍경을 벗어나 낯선 곳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느끼는 감흥이란 게 있으니까요. 길을 잃었다고 생각되는 곳에서 또 다른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여행인 것 같습니다.

 

여행은 마법이다.

공간 이동, 시간 이동이 가능한. ㅡ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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