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책과 연애하다 - 통섭의 책 읽기 경계를 허무는 도서관
안정희 지음 / 알마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소망은,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바로 작은도서관이다.

 

큰아이가 걸음마를 배우기도 전에 아동문학에 발을 들여놓았다. 동화 읽는 어른 지역모임에서 그림책과 동화를 읽기 시작해서 급기야 어린이 독서지도사 교육을 받았다. 동기는 단순했다. 내 아이를 좀 더 알고 싶다는 것. 나와 닮았지만 전혀 다른 아이의 마음이 궁금했다. 수많은 그림책과 동화 속에서 해답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뻔히 보이지만 감춰져 있고 꽁꽁 숨겨진 듯 의외의 장면에서 아이들의 순수함이, 재기발랄한 모습들이 톡톡 튀어나왔다. 그림책이나 동화는 그저 어린이들이 보는 ‘쉽고 단순한 책’이 아니란 걸 실감하게 됐다.

 

그즈음이었다. 외형이나 내용에서 천편일률적으로 규격화된 전집이 대부분을 차지하던 어린이 책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어린이책 전문가의 검증과 부모들이 추천하는 단행본이 서가를 가득 메우고 일과 중에 동화를 읽어주거나 어린이를 위한 공연이 열리기도 하고 엄마들이 도우미로 활동하는 도서관. 바로 느티나무 도서관이었다. 아동문학 작가의 염원이 볼로냐국제도서전의 초청이라면 내겐 느티나무 도서관이 그랬다.

 

느티나무 도서관이 2000년에 개관한 이후 오늘날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도서관의 서가를 가득 메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베스트셀러에 연연하지 않고 사람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 사소하지만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배움의 동기를 찾을 수 있는 책으로 가득한 느티나무 도서관은 모든 도서관이 나아가야할 바를 보여준다.

 

<도서관에서 책과 연애하다>의 저자는 느티나무 도서관의 북큐레이터인 안정희씨. 그는 법학을 전공했음에도 책이 좋아서 책과 일상을 함께 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선지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 속에서 또 다른 책들을 만날 수 있다. 전쟁 중에도 인간의 내면이 성장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미스터 핍>, 책을 읽는 행위가 어떤 의미인지 <기억전달자>를 통해 저자는 ‘인간에게 ‘책’과 ‘읽기’는 삶 그 자체(38쪽)’라고 말한다. 책이 존재하는 공간인 서점, 헌책방, 북카페, 개인의 서재가 저마다 어떻게 다른지 짚어주고 책이 어디에 놓여있느냐에 따라 책의 의미도 달라지기 때문에 가끔은 책을 도서관처럼 열린 공간에서 읽으면 시야가 확장되는 걸 느낄 수 있다고 전한다.

 

책은 인류가 후대에 전승코자 하는 정신이자 기억이다. 그 오래고 방대한 ‘인류의 기억’인 서가 앞에 서면 ‘나’라는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ㅡ 61쪽.

 

소설가 김연수와 시인 문태준의 일화를 소개하는 대목은 놀랍다. 그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일찍이 작가를 꿈꾼 김연수와 작가를 꿈꾸지 않았지만 저절로 시가 흘러나왔다는 문태준. 두 작가의 이야기 속에서 도서관이란 공간의 무궁무진함을 느낄 수 있다. 취학 전 아이는 부모가 도서관에 바로 데리고 들어가지 말라는 것도 의외였다. 아이가 되도록 빨리 책을 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아이가 도서관 주변의 환경을 관찰하면서 익숙해지는 과정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도서관이 가장 필요한 시기가 중, 고등학교 때라고 하는데 요즘의 청소년에게 도서관은 공부의 장소로 여겨지고 있어 안타까웠다. 학창시절의 나는 도서관에서 책으로 빼곡한 서가 사이를 걷다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곤 했는데 내 아이도 그럴까? 때론 원하는 책을 찾지 못해 서가 사이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더라도 그것 역시 소중한 경험이고 추억이라는 걸 내 아이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쩌다 우리 집을 방문한 이는 모두 한결같이 묻는다. “여기 이 책들, 전부 읽었어요?” 난데없는 질문에 처음엔 당황했지만 이젠 당당하게 말한다. “에이, 설마 다 읽었겠어요? 그래도 일단 차례를 훑어보니까 대충 어떤 내용인지는 알아요.” 내 아이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책을 읽었고 어떤 책을 읽는 중인지, 외면 받는 책은 무엇인지 아이 방을 정리하면서 짐작해본다. 방 안 여기저기 쌓여있고 아무렇게나 펼쳐진 책들을 보면서 핏줄의 무서움을 새삼 느끼면서 오늘도 난 아이와 함께 할 책을 찾고 있다.

 

무엇보다 내 눈에, 내 마음에 아이가 들어왔다. 처음에는 내 아이가, 다음에는 다른 아이들이, 그렇게 책과 더불어 나와 아이는 진정으로 가족이 되었다. 내 인생이 통째로 변하기 시작했다. ㅡ216쪽.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실 2014-07-15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북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신선합니다.
장바구니에 쏙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