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은 왜 바다로 갔을까? - 청소년, 인문학에 질문을 던지다 꿈결 청소년 교양서 시리즈 꿈의 비행 5
최재천 외 7인 지음 / 꿈결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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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엄마, 뽀로로! 여기 얘, 뽀로로야! 뽀로로 있으니까 이거 봐도 돼?”

며칠 전입니다. 설거지하랴 저녁 준비하랴 정신없는데 작은 아이가 제 책을 갖고 설레발을 치는 거예요. 내 책에 뽀로로는 무슨...쓸데없이 소리하지 말고 니 책 읽어! 하고 호통을 쳤는데요. 나중에 보니 아뿔싸! 표지에 정말 뽀로로가 있네요. 펭귄이면서 난데없이 튜브도 하나 차고....얘가 정체성의 혼란이 왔나? 싶어 쿡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금세 의문이 생겼습니다. 펭귄이 바다로 가는 건 당연한 건데 대체 왜 궁금한 거지?

 

 

살면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에게, 조금씩 자라면서 친구와 선생님에게 질문을 하는데요. 즉각적으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질문이 있는가 하면 며칠, 몇 달, 혹은 영영 답을 구하지 못하는 질문도 있습니다. <펭귄은 왜 바다로 갔을까?>는 바로 그런 질문에 대한 책인데요. 질문자가 청소년이라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입시전쟁을 치르는 그들은 당연한 거라고 여기고 있던 것,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 왜 물어보는지 이유조차 알 수 없는 것들을 물어봅니다. 누구에게? 해답을 주거나 함께 고민해줄 수 있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질문의 주제는 모두 여덟 가지(환경, 역사, 고전문학, 사회, 과학, 동양철학, 문학, 예술)인데요. 하나의 주제 안에 여러 개의 질문이 곁들여 있습니다. 다소 황당하고 엉뚱한 질문도 있지만 해당 전문가(해당 분야 책을 집필한 저자)는 성실하게 답변해 주는데요. 그 내용이 어른인 제가 봐도 정말 재밌습니다.

 

 

제일 먼저 소개된 주제는 ‘환경’으로 책의 제목인 ‘펭귄은 왜 바다로 갔을까?’에 대해서인데요. 생태학과 어린이백과사전을 집필한 최형선님이 답변을 합니다. 극한의 환경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생물들도 그만큼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도도새가 왜 멸종했는지 그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너무 좋은 환경 속에서 살다보니 도도새는 자신이 하늘을 나는 새라는 것조차 잊을 만큼 나태해졌다고. 그에 비해 펭귄은 조류이면서도 하늘을 나는 대신 헤엄치는 기술을 발달시켰고 빨리 달릴 수 있도록 훈련해서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았다고 말입니다. 치타 역시 약점이 많았지만 자신의 장점인 달리기를 끊임없이 연마한 끝에 ‘달리기의 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사춘기가 한창 외모에 관심을 가지는 시기여선지 ‘아름다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었는데요. 김종갑님이 사춘기때 나타나는 몸의 변화를 비롯해서 아름다움이란 무엇이며 어떨 때 아름답다고 하는지 설명해주는데요. 아름다움은 단순히 시각적인 것뿐 아니라 내면적인 아름다움이 어떤 것보다 더 가치 있다고 강조합니다. ‘과학’ 분야에서는 과학자이면서 다양한 책을 집필한 최재천님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는데요. 자신이 과학자라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문을 연 그는 타잔을 동경했던 어린 시절을 비롯해서 영장류 연구에 몰두했던 의미있는 경험, 인간과 유사한 삶을 살아간다는 개미의 놀라운 세계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말하면서 어떤 일이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열심히 하라고 조언합니다.

 

길을 가다가도 수시로 멈춰서 사방을 손짓하며 “엄마, 이게 뭐야? 저건 뭐야?”하고 묻던 아이들이 어느새 자라서 청소년이 되었습니다. 키가 자란 만큼 품는 의문도 달라집니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궁금했던 어린 아이는 이제 자신이 알고 싶어집니다. 나는 누구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는데요. 책 속에서 답변을 해주신 여러 전문가가 매번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이 진실한 삶인지 몇 번이고 거듭해서 강조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겠지요.

 

인문학은 어렵다고 합니다. 아니, 인문학이 무엇이냐고 묻는 이들도 많은데요. 인문학이란 ‘인간이 이 세상에 대해 알아야 하고, 해야 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학문’이라고 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삶에 대해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청소년기가 어쩌면 인문학을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가 아닐까 하는데요. <펭귄은 왜 바다로 갔을까?>를 비롯한 ‘꿈의 비행’시리즈가 좋은 길잡이가 될 거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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