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위한 아티스트 웨이 - 예술적 감성을 가진 아이 키우기
줄리아 카메론 지음, 이선경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중2와 초2. 두 녀석은 형제인데도 서로 너무나 다릅니다. 생김새(체격이 크고 둥근 큰아이, 가늘고 긴 둘째)가 다르고 성격(내성적, 외향적)이 다르며 식성(육식, 가리지 않음)도 다릅니다. 두 녀석이 어쩌면 저렇게 다를까 신기할 때도 있지만 반면에 비슷한 점도 있어요. 둘 다 로봇에 빠져 살고 즐겨 읽는 책이 같다는 것. 최숙희의 <열두 띠 동물 까꿍놀이>와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책들을 마르고 닳도록 읽었고 온갖 차 사진을 모아놓은 책은 표지가 테이프로 도배가 될 정도로 봤는데요. 이렇게 좋아해서 여러 번 읽는 책이 있는가 하면 읽고 나서 저를 곤란하게 만드는 책도 있습니다. <우리는 벌거숭이 화가>란 책인데요. 팬티만 입은 두 남매가 붓으로 자신의 몸과 집안 곳곳에 물감을 칠하고 튀기면서 상상속에서 정글의 숲과 동물도 만나고 바다를 헤엄치는 내용인데요. 이 책만 보고 나면 꼭 아이들이 자기도 물감놀이 하고 싶다고 떼를 쓰는 거예요. 간단한 놀이가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쑥쑥 키운다는 걸 저야 왜 모르겠습니까만, 뒷정리를 감당하는 게 벅차서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네다섯 살 쯤 되는 아이가 색색깔의 물감을 칠한 손바닥으로 눈을 가린 <부모를 위한 아티스트 웨이> 표지사진을 보니 문득 아이들의 어릴적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예전의 나는 물감으로 칠갑한 손을 장난스레 덥썩 잡아줬던가? 아니면 지저분하다고 진저리를 치면서 욕실로 끌고 갔던가...?

 

장난이 가득한 아이의 모습과 ‘예술적 감성을 가진 아이 키우기’란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아티스트 웨이>는 아이의 창의성을 키워주기 위해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합니다. 총 12장(章)에 걸쳐 하나하나 짚어주는데요. 가장 먼저 아티스트 웨이의 기본 개념에 대해 알려줍니다. 모닝 페이지(부모가 매일 아침 혼자 조용히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는 일기를 쓰는 것), 창조여행(일주일에 한 번씩,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장소와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작은 여행을 떠나는 것), 일간 하이라이트(부모와 아이가 매일밤 자기 전에 하루 일과 중 가장 좋았던 순간을 이야기하는 것) 이 세 가지를 강조합니다.

 

자녀를 키우는 일은 위대한 모험과도 같다. 어린 아이를 돌보는 그 몇 년간은,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사랑과 성장에 대해 눈을 뜨게 하는, 인생에서 가장 고무적인 시기일 것이다. 이때를 잘 이용해 부모 본인과 아이의 창의성 훈련에 집중하면, 충분히 서로 사랑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 - 18쪽.

 

책에는 아이의 창의성과 예술적 감성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요인으로 12가지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가장 먼저 ‘안정감 기르기’인데요. 부모가 된다는 건 충격적인 일이지만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니까 부모가 먼저 안정감을 찾아야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아이도 자연스레 안전함을 느끼고 창조성이 살아난다고 하네요. 뿐만 아니라 아이는 주변 세상과의 연결을 통해 성장하기 때문에 산이나 공원을 산책하고 애완동물을 기르면서 생명과 계절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연결성 기르기’, 아이가 그림이나 음악 연주, 이야기하기, 글짓기 등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지해주는 ‘의식의 흐름 기르기’, 아이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립심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해줘야 한다는 ‘독립심 기르기’ 등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저자가 직접 경험했거나 주변 사람의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어서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됐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지난날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언제나 행복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때론 작은 일에도 감격에 겨웠고 목청이 다 보일만큼 크게 웃음을 짓곤 했지만 사소한 일에도 화가 나고 분노했으며 아이 앞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아이의 타고난 성향과 재능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또래 아이들과의 경쟁을 부추기기도 했습니다. ‘잘못된 건 줄 알지만 어쩔 수 없다’. 이런 핑계 아닌 핑계를 하면서.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잊고 있던 것, 나중으로 미뤄뒀던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창의성과 예술적 감성을 차치하고 나는 과연 아이들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 언제든 자신을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거울 같은 사람이었을까. 만약 아이들에게 “나는 너에게 좋은 엄마였니?”라고 물어본다면 아이는 뭐라고 대답할까....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예술의 세계를 보여주면, 단순한 즐거움뿐 아니라 과거 세대와 연결되는 공감대도 생가기 마련이다. 우리의 열정과 역사를 자녀와 공유하면, 아이들은 자기들도 그 역사의 일부분이라는 소중한 사실을 몸소 배운다. 도한 열정과 관심사를 인정하면, 아이들의 작은 꿈에 날개가 생긴다. - 27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