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거리 창비청소년문학 58
김소연 지음 / 창비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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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다시 동화를 읽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마음을 동화 속에서 엿볼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을 것 같은 아이들의 변화무쌍한 생각이,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그림책과 동화 속에 녹아들어 있었다. 엉뚱하지만 신선한 재미를 주고 아련한 추억 같은 책을 만나면서 어느새 동화를 아이들보다 더 즐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작가 김소연은 붉은 한복에 꽃신을 신은 소녀가 그려진 표지가 시선을 사로잡은 <꽃신>을 통해 처음 만났다. 조선 시대에 실제 있었던 역사적인 사건과 당시의 상황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읽고 나서도 한동안 여운으로 남았다. 세상물정 모르는 명혜가 신학문을 배우고 자신의 꿈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모습을 담은 <명혜> 역시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두 작품 모두가 과거의 역사, 주인공의 성장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감동이나 메시지는 지금의 우리에게 전하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했다. 역사동화 작가인 김소연을 뇌리에 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 또 하나의 작품, <야만의 거리>. 이전의 작품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동화라면 <야만의 거리>는 일제 식민지 시대가 배경인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문학, 소설이다. 이야기는 평안북도의 작은 산골 마을에서 시작된다. 겨울잠 자는 우렁이를 파내는 아이들의 무리를 곁에서 지켜보는 소년. 여덟 살의 동천이다. 산으로 들로 쏘다니는 아이들의 놀이에 괜히 트집을 잡지만 속 마음은 동천도 그 무리에 끼고 싶은 것.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양반인 아버지와 천한 신분의 어머니를 둔 동천은 신분제가 없어졌다 해도 흙투성이 산골 아이들의 무리에도, 양반집 도련님이 될 수도 없다. 그저 서당을 다니며 글을 읽히고 있었는데, 몇 년 후 갑자기 서당이 문을 닫게 된다. 대일본제국의 교육령에 따라 인근 마을에 소학교로 등교해야 한다는 거였다. 이어 서당의 아이들이 강제로 귀밑머리를 잘리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소학교로 가게 된 동천은 월반을 하며 공부에 매진한다. 그런 동천에게 일본인 선생 다케다 시로는 ‘세상은 교과서에서 배운 것보다 훨씬 넓고 다양하다’며 미래로, 세상으로 나갈 욕심을 가지라며 용기를 준다. 어느 날 동천은 다케다를 통해 지구의와 세계 여러나라의 모습, 사진이 담긴 책을 보게 되는데 낯설고 방대한 세계의 모습에 매료되면서도 불확실한 미래에 마음은 한결 무거워진다, 신분제가 폐지되었다고 하지만 작은 마을에서의 삶은 그 변화를 실감하지 못한다. 하지만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었고 그 흐름의 소용돌이 속에서 동천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여정을 계획하는데....

 

 

이후 책은 일본에서의 동천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헌책방에서 일을 하며 대학에 가고 무엇보다 동천의 삶을, 운명을 바꾸게 할 인물을 만나게 된다. 그로 인해 동천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2부 <승냥이>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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