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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발상의 비밀 - 노벨상을 수상한 두 과학자의 사고법과 인생 이야기
야마나카 신야 외 지음, 김소연 옮김 / 해나무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최근에 출간된 <새로운 발상의 비밀>은 어쩌면 그냥 지나칠 뻔했던 책이다. 붉은 욕조가 떡 하니 표지를 장식한 책은 궁금증을 자아냈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뭐야, 이 책?’ 딱 이 정도? 그런데 ‘노벨상을 수상한 두 과학자의 사고법과 인생 이야기’라는 부제가 눈에 띄었고 붉은 욕조의 무늬처럼 보였던 것이 ‘그들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란 문구를 보자 생각이 달라졌다. ‘어, 뭐지? 노벨상이 어쩌고 하면서 어려운 말만 들입다 늘어놓은 거 아냐?’ 적지 않은 의심을 품고 책을 살펴봤다. 저자는? 야마나카 신야, 마스카와 도시히데. 오, 둘 다 노벨상 수상자군. 이 두 사람이 나눈 대담집이라, 솔깃하네.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의 대담이라 그런지 책은 그들의 연구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인간을 이루는 60조 개의 세포 중에서 단 1개만이 수정란이 되어 분열과 증식을 거듭하고 여러 장기로 분화하는데 이렇게 한 번 장기나 조직으로 분화한 세포는 다시 이전의 미분화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것이 정설이었다. 하지만 야마나카가 꿈의 세포라는 iPS를 만들면서 이미 분화된 세포지만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도록 리셋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마스카와 역시 입자와 반입자의 구조와 성질에 대해 연구할 때 ‘쿼크’라는 입자가 수수께끼를 풀 열쇠가 된다는 건 알았지만 좀처럼 진척이 없다가 어느 순간 무언가 떠올리면서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세기의 대발견이라 할만한 연구 성과가 의외의 순간, 무언가를 빼고 포기하는 순간에 찾아왔다. 마스카와 도시히데와 야마나카 신야 두 과학자가 콜럼버스의 달걀, 발상의 전환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이유다.
대발견을 이루어낸 과학자. 그들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천재소년’으로 이름 날렸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았다. 마스카와는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를 한 번도 하지 않아서 노트는 언제나 깨끗했고 대학시절 진로를 정하지 못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다만 전기기술자가 되고 싶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텔레비전을 분해하기도 했고 지나치게 토론에 열중한 나머지 ‘트집쟁이 마스카와’라고 불리기도 했다. 수학은 좋아하고 실력도 뛰어났지만 계산 실수가 잦은데다 기억력도 나빴지만 ‘마스카와식 암기법’과 추상화해서 계산하는 것을 고안해내기도 했다.
야마나카는 더 의외의 사실을 전한다. 학원이라곤 한 달 다닌 것이 전부지만 수학을 좋아해서 문제집을 화장실에 두고 ‘화장실 수학 시간’을 기다릴 정도였으며 어린이 과학잡지의 부록으로 오는 실험도구에 관심이 많아서 기계를 분해할 때 재미를 느꼈다고 전한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정형외과 의사가 되었지만 서툰 수술 실력 때문에 치료보다는 기초 연구로 방향을 전환한다. 약리학과 유전자에 대해 공부하다가 과학 잡지에 실린 구인광고를 보고 이력서를 쓰기에 이른다. 당시 그는 분자생물학 실험을 해본 경험이 없어서 연구소 채용이 결정되고 나서 부랴부랴 속성으로 분자생물 기술을 익히기도 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리고 경험보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도전이 더 중요하다는 걸 증명해 보인다.
큰애가 중학생이어서 아무래도 아이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과를 지원하려면 수학과 과학 모두의 성적이 좋아야 하는데 지금 큰아이는 수학이나 과학 하나의 성적만 좋다면 이과가 아니라 문과를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부족한 부분은 학원수업을 통해서라도 보충해야 하지 않을까. 대한민국의 학부모라면 누구나 할 법한 고민인데, 여기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 수학을 좋아하느냐 아니냐는 계산을 빨리 할 수 있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사물의 논리에 얼마나 흥미를 가지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 모든 것은 문장 속 단어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문장을 읽고 그 세계가 머릿속에 연상’되는지가 짚어봐야 한다고. 어떤 과학 공식이나 수식도 ‘기본적으로 ‘말’, 그래서 ‘국어’가 중요’하다고.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 신난다는 마스카와, 꿈에서도 실험을 해서 꿈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 야마나카. 이론물리학과 생명과학에서 획기적인 발견을 이룬 두 과학자마주한 때의 대담을 보면서 그들이 얼마나 과학을 좋아하는지, 즐기는지 알 수 있었다. 목표를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하는 것보다 때론 둘러가더라도 흥미와 재미를 느끼고 온전히 몰입하는 것에 집중할 것. 그럴 때 발상의 전환, 새로운 발상이 떠오른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