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 기억의 공간 - [건축학개론]에 담긴 나를 위한 공간의 재발견
구승회 지음 / 북하우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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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이었습니다. 책과 도서관이라면 귀가 솔깃해지는 저의 레이더망에 한 권의 책이 걸려들었습니다. 전국의 수많은 도서관을 마치 ‘산책’하듯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 그 저자의 인터뷰 기사를 봤는데요. 놀랍게도 저자는 한 명이 아니라 두 명, 저자‘들’이었고 그들은 부부 건축가였습니다. 책벌레이기도 한 그들의 도서관의 추억은 어떤 것인지, 건축가로서 바라본 도서관의 의미와 매력을 무엇인지 이야기 하고 있었는데요. 짧은 인터뷰지만 건축가들에게 어떤 ‘건물’이 갖는 공간에 대한 이미지와 생각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대지에 건물 하나를 세우기 위해서는 ‘내가 안살아본 삶을 알아야 하고. 안 가본 땅을 알아야 하는 것이 바로 건축’이라는 대목에서 건축가는 정말 매력적인 직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로 그 건축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애절한 첫사랑을 이야기했던 영화 [건축학개론]을 놓친 것이 얼마나 후회가 되던지.

 

‘[건축학개론]에 담긴 나를 위한 공간의 재발견’이라는 부제를 한 <건축학개론, 기억의 공간>이 출간했을 때 그래서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었습니다. 더구나 저자가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자문역할을 맡았고 ‘서연의 집’을 디자인했다니 기대가 되더군요.

 

책은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일 먼저 ‘사람을 담은 공간, 건축학개론’에서는 영화 [건축학개론]에 나온 장소와 공간을 통해 우리가 일상 속에서 자주 접하는 옥상이나 대문, 골목, 계단, 강의실과 같은 공간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영화 속 서연의 집이 어떤 과정으로 설계가 이루어졌는지도 전해주는데요. 어린 시절 단독주택에서 살았던 때의 기억과 학창시절의 추억이 문득문득 떠올랐습니다. 두 번째 ‘공간의 기억, 숨은 이야기’에서는 저자의 기억속에 오래도록 남아있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대학시절 전공과제를 하기 위해 안동 병산서원을 찾았다가 담을 넘었던 것이 서연의 제주도 집으로 이어지는 사연과 30대 초반 미국 뉴욕에서 머물면서 문화적 차이와 건축과의 관계를 실감하게 되었던 것, 주말이나 휴일이면 많은 이들로 붐비는 놀이동산 내의 공간구성과 배치에 숨어있는 것들을 짚어줍니다. 마지막 ‘공간은 무엇, 공간을 더 깊이 이해하는 법’은 건축가인 저자의 경험과 생각으로 가득한데요. ‘공간’이란 단어가 갖는 의미와 함께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랬습니다. 이 한 권의 책으로 영화를 보지 못했던 아쉬움을 대신할 수 있을 거라고.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저의 착각이었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책은 간단히 말하면 구승희라는 ‘건축가의 에세이’지만 그 속에는 동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추억이 담겨 있고 건축가로서 바라본 일상 속 공간에 대한 생각과 의미, 영화 [건축학개론]에[ 대한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어서 영화를 보고 책을 봤다면 더 좋았을걸, 내내 아쉬웠습니다. 언제든 기회가 되면 영화를 봐야겠습니다. 영화에서 펼쳐진 공간과 그곳에 머무는 이들의 이야기를 바라보면서 잊고 있던 저의 공간과 추억도 조금씩 떠올려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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