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여행자
박준 지음 / 삼성출판사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요즘 들어 부쩍 여행서적을 자주 보고 있다. 예전보다 여행서적이 많이,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어서 그렇겠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평소 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나라를,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풀어놓은 책을 만나면 왠지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소설이나 만화처럼 여행서적도 다음 시리즈를 기다리는 상황이 되었으니 이쯤되면 나도 여행서적 매니아?

최근 <방콕여행자>를 만나면서 정말 반가웠다. 지금까지의 여행서적은 가고 싶은 나라를 이야기한 책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방콕여행자>는 달랐다. 단 며칠에 불과하지만 결혼하고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곳이 바로 방콕이었기에 책에서 만나게 될 방콕의 이야기가 기다려졌다. <On the Road><뉴욕, 뉴요커><책 여행책>과 같은 여행서로 사람들에게 많은 반향을 불러온 저자의 책이기에 궁금하고 또 은근히 기대가 됐다. 내가 다녀온 곳의 이야기도 있을까?

 

책은 초반부터 놀라운 사실을 전한다. 태국 정부가 저자에게 ‘태국 우정상’을 수여했다는 것. 수상이유는 방콕을 자주 방문하며 사랑해줘서라고 하는데. 단순히 자주 방문한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대체 뭘까.

 

궁금증은 심심하리만치 금방 풀렸다. 저자에게 있어 방콕은 낯선 나라, 낯선 도시가 아니라 낯설면서도 그리운, 그래서 몇 달이고 오래도록 머물면서 살아보고 싶은 곳이라고 한다. 그런 바램을 저자는 행동으로 옮긴다. 잠깐 다녀가는 여행자로서가 아니라 방콕에 머물면서 그곳 사람들의 일상에, 풍경에 자연스레 녹아들기를 시작한다.

 

우리나라보다 가난하고 청결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방콕. 저자는 우리가 절반만 알고 있다고 말한다. 태국은 오히려 우리보다 국제화된 도시라고. 하늘로 우뚝우뚝 솟은 고층빌딩들이 밀집한 도심의 모습이 그렇고 세련되고 고급스런 물건들이 즐비한 상점과 스타벅스가 우리나라보다 먼저 방콕에 들어왔다는 점, 그리고 숙박이나 교통에 있어서 외국인들이 지내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한다. 다만 빈부격차가 심해서 수십 억원의 저택에서 외제 자동차를 몇 대씩 굴리면서 생활하는 이가 있는가하면 거리에서 구걸하거나 무질서한 모습도 동시에 볼 수 있는 도시가 바로 방콕이란다.

 

매일 아침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지인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산책을 하는 방콕에서의 일상을 저자는 느긋하고 관조적 시선으로 전한다. 자주 찾는 카페와 골프 연습장, 재즈 바, 미술관, 도서관, 거리를 거닐면서 망고와 파인애플, 바나나, 코코넛 액을 마시면서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그냥 스쳐 지나가고 말 이야기 속에 녹아있는 방콕 사람들의 삶과 인생을 전해준다.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난 정말 방콕에 다녀온 것이 맞나? 가이드가 짜 놓은 스케줄에 따라다니기도 바쁘고 힘들어서 느긋하게 커피 한 잔 하며 느긋하게 책을 읽지도 못했고 영장에 발 한 번 담그지도 못했는데, 이걸 가지고 단 며칠이라도 다녀왔다고 할 수 있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기회가 되면 언젠가 나도 저자처럼 해보고 싶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책을 읽고 슬리퍼를 끌면서 숙소 근처를 배회하고 다니고 싶다. 대학건물마다 느긋하게 누워있는 ‘대학 개’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봐야지 싶다. 그러다 3개월 비자만료가 다 되어 가면 라오스와 미얀마의 국경을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또다시 3개월을 지내고... 이렇게 생각하니 문득 오래전 태국 여행길에 맛본 시원하고도 밍밍한 코코넛 음료의 맛이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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