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데츠키 행진곡 창비세계문학 5
요제프 로트 지음, 황종민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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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데츠키 행진곡’. “타타타타타....” 타악기가 흥겨운 시작을 알리면 그 뒤를 이어 부드럽고 감미로운 리듬이 더해져서 한껏 풍성해지다가 다시 흥겨운 리듬으로 반복되는 ‘라데츠키 행진곡’. 학창시절 교내의 큰 행사가 있을 때면 관악부에서 곧잘 연주하던 음악이었는데 듣고 있으면 저절로 박수를 치게 되는 흥겨운 곡이었다. 새로운 시작, 출발을 알리기에 적격인 곡이어서 한때 알람음악으로 활용하기도 했는데.


그런데 요한 슈트라우스 ‘라데츠키 행진곡’이 아니라 소설 <라데츠키 행진곡>? ‘20세기 유럽의 가장 훌륭한 역사소설’이자 ‘독일어로 쓰인 가장 중요한 소설’로 꼽힌다는데 난 왜 전혀 몰랐지? 내가 비록 세상의 모든 소설을 알지 못하고 또 읽지 못했다 하더라도 저자의 이름이나 제목만이라도 알 수 있을텐데. 요제프 로트의 <라데츠키 행진곡>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내가 뭐 그렇지’ 약간의 실망과 체념으로 넘기려는 순간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국내 초역’. 뭐라? 국내 초역? 순간 눈동자가 커지는 느낌이 들었다. 굉장히 중요한, 훌륭한, 유명한, 소설이라는데 왜 이제야 번역이 됐지? 호기심이 생겼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일까.


‘트로타 家는 신흥명문이었다’로 시작된 소설은 총성이 울리는 치열한 전투의 현장을 전한다. 무릎쏴, 서서쏴 하는 병사들 곁으로 쓰러지는 병사가 속출하는 가운데 젊은 황제가 어이없는 행동으로 위태로운 순간을 맞지만 그것을 목격한 트로타 소위의 재빠른 대응으로 위기를 넘긴다. 하지만 젊은 황제를 노린 탄환에 맞아 트로타 소위는 부상을 입는데 그런 그에게 대위로의 진급과 무공훈장인 마리아 테레지아 훈장과 귀족작위를 수여받고 이름에 ‘폰’이 더해지게 된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어느날 무심코 아들의 독본을 보던 트로타 대위는 전장에서의 자신의 행동이 과장되게 표현되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항의한다. 하지만 그의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황제의 은인이라 하여 하사금이 내려지는가하면 ‘남작’으로 승격된다.

남작은 아들에게 엄명을 내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직업군인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이에 아들 프란츠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행정관료가 되어 슐레지엔의 지방사무관으로 근무하게 되는데 ‘쏠페리노의 영웅’인 아버지의 그림자 덕분(?)인지 프란츠는 빠르게 승진했고 군수에 임명되기에 이른다.

한편 트로타의 손자, 카를 요제프 트로타는 합스부르크가를 위해 출정하고 전사하기를 원했다. 황제를 위해 죽는 것이 가장 훌륭하고 명예로운 일이며 ‘라데츠키 행진곡’을 들으며 죽는 것을 염원했다. ‘쏠페리노의 영웅’ 할아버지처럼. 하지만 꿈과 현실은 다른 법. 용감하고 절도 있는 군인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아직 황제를 구할 기회를 얻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요제프 로트의 소설 <라데크치 행진곡>은 쏠페리노 전투에서 황제의 목숨을 구한 것을 계기로 농가의 집안이 귀족 가문으로 신분이 상승하게 된 트로타 가문의 3대하여 으로 하여 귀족의 가문이 트로타 가문의 3대, 요제프 트로타 - 프란츠 트로타 - 카를 요제프 트로타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때 융성했던 트로타 가문이 황제의 죽음으로 인해 몰락의 길을 걷는데 그 과정은 그야말로 역사의 한 장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다보면 제목이기도 한 ‘라데츠키 행진곡’이 늘 귓가에 맴도는 느낌이 들었다. 흔히 클래식 연주를 들을 때는 도중에 박수를 치는 것이 결례라고 하는데 이 ‘라데츠키 행진곡’만은 예외다. 한번 감상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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