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세스 바리 - 제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정윤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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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에 저주가 더해져서 태어난 아이, 바리.

강원도 연탄공장 사장의 일곱째 딸로 태어나 유복하고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낼 수도 있었다. 바리는. 그러나 바리의 어미가 다섯 때 아이를 출산할 때 늦게 온 산파에게 저주의 말을 퍼 붓자 산파 역시 돌아서면서 저주의 말을 내뱉는다. “쌓인 연탄만큼 흔하게 계집만 낳아라, 마지막 아이는 내가 데려간다.” 그 때문일까. 이번엔 분명 아들일 거라 철썩 같이 믿었지만 사장 부인은 일곱 번째도 딸을 낳는다. 그리고 이미 정해진 뜻이니 아이를 내던져 버리라는 산파의 말에 갓 태어난 아이를 산파에게 보낸다.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으로 내내 다른 여인들의 출산을 지켜왔던 산파.

그녀는 아이가 갖고 싶었다. 훔치고 싶을 만큼. 사장부인을 부추겨 일곱째 아이를 품에 안은 그녀는 길을 떠나 친구가 있는 곳으로 향하고. 낯선 곳에서 학창시절 친구 토끼와 함께 바리를 키운다. 독초를 다스려 병을 낫게 하는 것이 산파의 업이었지만 그런 그녀도 자신의 몸에 깃든 병을 어찌하지는 못했다.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한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던 약초와 독초의 지식을 바리에게 넘겨주고 생을 접는다.


그 어떤 학교 교육도 받지 못한 바리였지만 약초와 독초에 대한 산파의 지식과 가르침이 있었기에 죽고 싶어하는 사람이 죽음에 이를 수 있도록 인도해준다. 그녀에게 죽음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었으므로. 황혼의 나이에 만난 사랑을 좇고 싶었던 청하의 할머니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몸을 파는 유리가 되었지만 가족으로부터 외면받는 고통을 치러야했던 연슬 언니가 고통받지 않고 편안하게 저승으로 갈 수 있도록 그 영혼을 인도해준 것이 바로 바리였다. 어느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었다. 그런 어느 날 녹쇠라 불리는 남자가 바리를 찾아와 의뢰한다. 나이 든 영감의 목숨을 끊어달라고. 스스로 마음이 된 사람만 죽음으로 인도했던 바리는 영감을 인도하는 일에 주춤하는데... 


<프린세스 바리>는 신화 <바리데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신화에서의 바리데기가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병든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머나먼 길을 떠나는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프린세스 바리>의 바리는 조금 다르다. 부모에 대한 효성보다는 자신의 느낌과 본능에 귀를 기울이는 면을 보여줬다. 하나의 뿌리에서 비롯되었지만 조금씩 간극이 벌어져서 전혀 다른 이야기, 꽃을 피우는데. 책은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시간의 흐름대로 이어지지 않고 현재와 과거의 교차 진행을 통해 이루어진다.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였지만 눈물이 뺨을 적실만큼은 아니었다. 소설 속 바리의 삶에 내가 젖어들지 못해서였는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새로운 바리공주를 만났다는 것에 의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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