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제주도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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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뜨거운 햇살이 어느새 조금 누그러지고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제 가슴에도  조금씩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어딜 봐도 비슷비슷한 모양의 아파트로 사방이 틀어 막힌 곳을 벗어나고 싶다. 어디론가 가고 싶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대체 어디로 갈 것인가? 전 단박에 말합니다. “제주도!”라고.


그럼 제주도를 아직 못 가봤느냐? 사실 그렇지도 않습니다. 대학시절 전공 때문에 저희 과는 해마다 채집여행을 가는데 제주도도 그렇게 채집여행으로 갔습니다. 제주도를 간다고 저나 친구들은 잔뜩 들떠있었지만 막상 저희들이 향한 곳은 제주판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는 ‘썩은 섬’에서 내내 조개와 새우, 게, 가재를 채집했구요. 한라산에 오를 때도 저희에게 내려진 지시는 ‘제주의 식물분포와 생태 관찰’이었습니다. 결국 제주도를 갔지만 갔다고 볼 수도 없는 애매모호한 상황이 되어 버린지라 언제든 제주도를 가서 제대로 둘러보고 말거라고 다짐을 했는데요. 안타깝게도 그때의 다짐을 아직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답니다.


최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권, 제주편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왠지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곳곳을 살펴보고 그 의미와 아름다움을 되새기는 계기를 심어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시리즈가 출간될 때마다 매번 챙겨서 보곤 했는데요. 이번이 ‘제주도’라니.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었습니다. 제주도를 관광명소를 소개하는 숱한 여행서와는 분명 뭔가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서두에 이렇게 말합니다. 이 책은 ‘제주 허씨’를 위한 ‘제주학’ 안내서라고. 렌터카를 이용해 제주도를 자유롭게 여행하기 위해 여행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제주도의 제대로 된 역사와 자연, 문화유산을 전하기 위해 이 책을 지었노라고.


제주답사 일번지, 와흘 본향당을 시작된 책은 처음부터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제주공항의 가로수로 심은 나무이야기를 비롯해서 산천단에서 제를 올리며 답사의 마음을 다지는 것. 특히 제주 여인들의 영혼의 동사무소에 해당하는 ‘본향당’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소지(흰 백지)를 가슴에 품고 소원을 빌면 그것을 제주의 신 ‘할망’이 읽어본다는 대목은 독특하면서도 감동스러워서 언제든 제주에 오면 잊지 않고 꼭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주하면 빼놓을 수 없는 아픈 역사, ‘4. 3사건’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고 이야기합니다. ‘4. 3 사건’에 대해 아는 것이 적었기에 책이 전하는 이야기는 실로 충격적이었구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이 남아있다니 안타까움이 밀려왔습니다.


제주도의 모든 것은 제게 낯설면서도 친근했습니다. 자신의 진짜 살붙이에게만 ‘삼촌’이라고 부르고 그외 남을 부를 때는 모두 ‘삼춘’이라고 한다는 명칭이 그러했고 제주도 특유의 언어가 살아있는 명칭과 이름들은 책을 소리내어 읽을 때 입에 착 달라붙지 않아 더듬거리곤 했지만 그마저도 자잘한 재미로 다가왔습니다.


불혹을 넘어 지천명에 가까워지는 나이가 되도록 제주도를 돌아보지 않았다는 것에 사실 부끄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권 제주편,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을 만나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제주도의 유명관광지를 둘러보기 이전에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알 수 있어서, 그런 기회를 갖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어찌 보면 다시없는 행운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결심만이 남았습니다. 언제 제주도로 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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