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 위대한 문학작품에 영감을 준 숨은 뒷이야기
실리어 블루 존슨 지음, 신선해 옮김 / 지식채널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11살, 12살? 그 무렵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 책읽기에 대폭발이 일어난 때가. 스물 몇 권으로 된 명작동화전집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운 전 언니의 책과 거실 책장에 고이 모셔진 고전명작으로 스멀스멀 영역을 넓히고 있었습니다. 두툼한 책 한 권을 품에 안고 한 자리에서 못 박힌 듯 앉아서 읽곤 했는데요. 책 속에 빨려 들어갈듯 몰입해서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덮을 때면 단순히 재미있다, 재미없다를 넘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속에 나오는 사람이, 장소가, 이야기가 진짜는 아닐까? 가짜라면 이 사람은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썼지? 중년이 된 지금도 저의 생각, 의문은 여전히 똑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이야기, 이런 발상을 할 수가 있지?


여기 소설의 세계, 이야기에 매료된 이가 있습니다. <델러웨이 부인>에 서너 번에 걸쳐 완독한 그는 어느 날 ‘이 이야기의 첫 줄이 탄생하기 이전의 일을 조사’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알아내지요. 버지니아 울프가 우아한 사교계의 명사로 창조해 낸 인물이 현실에서도 실제로 존재했다는 사실을. 이것을 계기로 그는 자신이 좋아하던 작품의 탄생배경, 작가들이 작품을 쓸 때 어떻게 영감을 받게 되었는지 관심을 갖게 되고 조사연구를 하게 되는데요. 그런 과정 끝에 탄생한 책이 <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입니다.


책은 작가들이 영감을 얻게 된 순간,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을 여섯 개로 분류하고 그에 해당되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요. 창조적인 작가의 작품, 영감을 다루고 있어서인지 각각의 챕터의 주제가 무척 낭만적입니다. ‘번쩍 스치는 황홀한 순간’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를 낳고’ ‘현실 속, 그와 그녀의 이야기’ ‘어둠 속 저편, 영감이 떠오르다’ ‘영감을 찾아 떠난 위대한 여정’ ‘내 삶의 현장이 곧 이야기다’... 주제만으로도 어떤 내용, 어떤 책, 어떤 작품일지 기대가 되는데요. 다른 책을 통해 작품의 탄생배경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정말 의외의, 놀라운, 새로운 사실도 많았습니다. 여행 중 까무룩 잠결에 빠져드는 순간 하나의 환영을 보고 그 환상 속의 여인과의 만남을 통해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가 탄생했다는 것을 비롯해서 대학교수로 지내던 톨킨은 학생들의 시험지를 검토하다가 문득 써내려간 ‘땅속 어느 굴에 호빗이 살고 있었다’는 문장을 시작으로 <호빗>을 집필하게 됐고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어느날 구불구불 이어지는 도로를 달리다가 문득 소설의 첫 문장이 찾아와 탄생한 작품이 바로 <백 년 동안의 고독>이라는 것, 이외에도 <오만과 편견> <어린 왕자> <톰소여의 모험> <제인 에어> <빨강머리 앤>...등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주는데요. 오랫동안 고전명작으로 알려진 작품은 책으로 출간되기까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전에 우연히 한 블로그를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관심있어 하고 흥미로워하는 방면의 다양한 자료들로 꾸려진 블로그였는데요. 거기서 이런 걸 봤습니다.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저자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짤막한 강연이었는데요. 강연의 주제는 ‘창의성의 양육’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것에 호기심과 무한한 열정을 갖고 있다는 그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고대 그리스와 고대 로마에서는 창의성이 인간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먼 미지의 세계에서부터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을 찾아 도와주는 신성한 혼이라고 여겼다”고. 그러면서 이름난 작가들이 언제 어떻게 영감(신성한 혼의 도움)을 받아 작품을 완성하게 되었는지 얘기했는데요. 보다 새롭고 보다 깊이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한 작가들의 고뇌가 느껴지는 일화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을, 글을 쓰기란 역시 여간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명작을 남긴 작가들에게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이나 상황은 저마다 달랐지만 큰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영감은 늘 예기치 않은 순간에 찾아오지만 그들은 그 떠오르는 순간을 놓치지 않겠다는 열망이 강했다는 거였는데요. 늘 글을 쓰고 싶다고, 평생에 한 번이라도 책을 내고 싶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그것을 글로 써내지 못하는 저의 모습이 한심할 정도로 답답하면서도 한편으론 작은 희망을 품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생각하고 모으고 다듬고, 그러다보면 한 권의 책이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