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 잔 할까?
엘리엇 부 지음 / 지식노마드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이야! 독특하다. 독특해!


‘독특’이란 말이 저절로 나오는 책을 만났습니다. 뭐가 독특하냐면요. 우선 제목. <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 잔 할까?>...이게 책의 제목인데요. ‘자살’과 ‘커피’가 대체 무슨 관계가 있길래 미혼남녀 짝을 맺어주듯이 이렇게 같이 썼을까? 하루에도 몇 잔씩, 아니 한 잔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왠지 서운한 ‘커피’의 반대편에 ‘자살’을 올려놓을 수 있는 대담함, 의외성. 눈에 확 띄더군요. 이렇게 참신하고 독특한 제목의 책은 막상 읽었을 때 실망하기도 쉽다는 걸 경험으로 알지만. 그래서 혹시 낚이는 거 아닐까?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속내가 너무너무 궁금하더군요.


책의 내용도 독특합니다. 500쪽에 이르는 두툼한 책의 대부분은 동서양의 유명한 인물들의 흑백사진과 그들의 남긴 짤막한 말 한마디가 수록되어 있는데요. 휘리릭 넘기면서 잠깐 읽어보니 유명인들의 말만 추려서 수록해놓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유명인의 말과 더불어 그에 대한 저자의 감상과 느낌, 생각을 짧게 남겨놓았는데요. 그게 정말 기가 막히더군요.


열심히 일하는 것은 일부일처제만큼이나 과대평가되어 왔다. - 휴이 ‘킹피쉬’ 롱

제기랄! 그래서 어쩌라고? - 엘리엇 부. (67쪽)


사람들의 욕망과 욕정은 언제나 똑같다. - 니콜로 마키아벨리

똑같기만? 확대, 재생산까지 한다. - 엘리엇 부. (93쪽)


오호, 작품일세. 내 생전 이런 건 또 처음보네...


그럼 이제 본문을 볼까? 해서 책장을 넘겼는데요. 이것도 역시 독특하더란 말이지요. 예를 들자면 본문에 해당하는 제일 첫 페이지 ‘내가 생각하는 천국은 도서관이다’라는 글에는 소제목에서부터 번호가 있는데요. 처음 읽을 땐 번호가 그다지 신경쓰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장 문장마다 번호가 있을땐...? 분명 뭔가 있습니다. 해서 본문의 아래를 보니. 세상에, 본문의 해당 문장이 누가 한 말인지, 어떤 작품에 나온 문구인지 일일이 제시되어 있더란 말입니다. 이거 혹시...? 해서 얼른 몇 장을 연거푸 넘겨봤는데 역시나, 거기도 문장마다 번호가! 순간 입이 떡 벌어지더군요.


 인생에는 오직 쫓기는 자와 쫓는 자, 분주한 자와 지친 자만이 있을 뿐이다. - 스콧 피츠제럴드.

나는 지친 자. 그래서 회사를 때려 치웠다. - 엘리엇 부. (125쪽)


과거는 서론이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그럼, 현재가 본론? 괜찮네, 그거! - 엘리엇 부. (141쪽)


이게 가능해?


하나하나가 저마다 다른 이의 말과 경구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조합이, 책의 문장이 결코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무척 궁금했는데요. 저자는 그것을 자신만의 독서법에 의한 거라고 말합니다.


그럼 대체 어떤 독서법이냐가 궁금해지는데요. 저자는 평소에 스무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다고 합니다. 스무 권의 책을 쌓아두고 한 권을 조금씩 읽다가 다음 책으로 넘어가는데요. 그게 무턱대고 읽는 게 아닙니다. 하나의 주제와 관련된 부분을 집중적으로 읽으면서 여러 작가의 관점을 동시에 파악한다고 하는데요. 그걸 ‘비선형적 독서’라고 하구요. 272명의 ‘친구’와 거기에 저자의 ‘수집’과 ‘기록’의 결과가 이 <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 잔 할까?>인 거지요.


민주주의는 통계의 오용이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수학도, 민주주의도 머리 터지게 복잡하다. - 엘리엇 부. (327쪽)


절망과 불운의 억울함이 가족의 일상을 마비시켰다. - 프란츠 카프카.

이 양반은 다 좋은데 생각이 너무 많아. - 엘리엇 부. (409쪽)


엘리엇 부. 당신, 정말 독특한 양반이야!


저자는 자신을 과학자이자 공학도라고 소개합니다. 지난 10여 년간 세상에서 최고로 바쁜 비즈니스맨이었다구요. 그러다 어느 날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느끼게 됩니다. 지금처럼 바쁜 일상이 아닌 가족과 함께, 책과 함께 하는 일상을 살아야겠다고 말이지요. 이후로 그는 하와이에 머물고 있는데요. 독특함이 살아있는 저자의 생각과 느낌들. 또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우리 아빠와 미스터 인크레더블 같은 뚱보들이 제일 쎄다구! - 면희 부.

뚱보라도 슈퍼히어로라 해주니 다행이군. - 엘리엇 부. (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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