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들의 섬
브루스 디실바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여름입니다. 한낮의 도로가 뿜어낼 뜨거운 열기는 상상만 해도 아찔합니다. 지인과의 약속도 해가 비치지 않을 때 잡으려고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서 그게 마음대로 되나요? 그래서 저는 최선의 방법을 택합니다. 되도록 시원한 장소에서 만나기로 하고선 언제나 조금 일찍 집을 나서는데요. 약속장소에 만나기로 한 이가 도착하기 전까지 그 짧은 시간에 읽는 책은, 정말 기막히게 맛있습니다. 약간 어수선한 듯한 주위가 오히려 책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지 집에서 혼자 조용히 책을 읽을 때보다 왠지 책장이 더 잘 넘어가더라구요. <악당들의 섬>이란 책을 보고 드디어 여름이구나, 직감했습니다. 본격적인 스릴러를 읽을 계절이 되었단 사실이 무엇보다 반가웠습니다.

 

소설은 로드아일랜드 주의 작은 마을 마운트 호프를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작은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서로의 사정을 환하게 꿰뚫고 있기 마련인데요. 바로 그런 작은 마을에서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잔혹한 연쇄 살인사건이냐고요? 그렇지는 않고 화재가 계속 일어나는데요. 문제는 누구도 그 화재의 원인을 모른다는 겁니다. 주택에 난 불로 인해 이웃과 소방관들이 목숨을 잃을만큼 큰 화재인데도 말이지요.

 

바로 이때 우리의 주인공이 본격적으로 표면에 나섭니다. 그의 이름은 멀리건. 신문기자가 직업인데요. 마운트 호프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그는 마을에서 연이어 일어나는 화재사건을 주목합니다. 성장기를 함께 보낸 소꿉친구이자 현재 여자소방대장인 로지를 통해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취재합니다. 그러다 지금까지 일어난 화재 중 2건을 제외한 나머지가 방화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고 화재가 일어나던 당시 군중들의 사진을 바탕으로 사건의 진실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딛기 시작하는데요. 연쇄 방화범이 누구인지 화재를 일으키는 이유나 목적이 무엇 때문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이지만 그런 그에게 어느새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우게 됩니다. 과연 멀리건은 멈출 줄 모르는 짙은 화염이 자신은 물론 마을 사람들 모두를 집어 삼켜버리기 전에 사건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요? 연쇄 방화사건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요?

 

<악당들의 섬>40년 경력의 베테랑 기자가 쓴 작품이란 점에 호기심이 생겼지만 그보다 띠지에 수록된 마이클 코넬리의 찬사는 보는 순간 저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대체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해서 자꾸자꾸 책장을 넘기게 됐는데요. 소설에서 눈에 띄는 건은 단연 주인공인 멀리건이었습니다. 자신의 과거, 추억이 어린 마을에 일어난 연쇄 방화 사건을 추적하고는 있지만 첨단조사기법을 도입해서 철저하고 세밀하게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의 특성대로 사건의 주변 관계자나 정보원을 활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탐정역할을 맡기엔 엉성하기 짝이 없는 주인공이라고 생각되지만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점차 날카로운 면모를 띄면서 이야기는 서서히 절정으로 향해 갑니다.

 

작가가 기자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인지 문장은 흡입력 있으면서도 매끄럽습니다. 툭툭 튀어 나오는 유머러스한 대목도 인상적이었구요. 물론 부분적으로 어색한 대목도 있었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할 만큼 거슬리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독자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치는 반전에 있어서는 조금 아쉬운 감이 없잖아 있지만(어느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악당들의 섬>이 첫 작품이란 점을 고려할 때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브루스 디실바. 후속작이 기다려지는 작가임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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